한주필 칼럼-한국 영화를 싫어하는 이유

한국 영화를 좋아하지 않았다. 특히 한국 드라마는 정말 봐줄 수가 없었다. 뻔한 막장 스토리를 소재로 한 드라마를 시청한다는 것은 자신의 지성을 모욕하는 일이라 생각했다. 스스로의 행동에 대한 객관적 관점이 생길 만한 나이가 되어도 이 생각은 변함이 없었고 또한 그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평가도 내려지지 않았다. 

70년대쯤, 영화라는 것을 처음으로 자신의 의지로 선택할 나이가 되었을 때, 한국 영화가 거부감이 드는 이유는 극중 인물들의 연기가 훌륭하지 못한 탓이다. 극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싶어도 출연자들이 연기를 통해 “이건 단지 극을 뿐이야” 하고 말하며 시청자의 최면을 여지없이 깨트리곤 했다. 그러다 20년 전쯤 일까, 살인의 추억이라는 영화에서 나오는 송강호의 연기를 보고 난 후 한국 영화가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연기자가 극의 진행과 아무 관계없는 행동을 함으로 극을 현실의 세계로 인식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송강호의 연기에 반해 그의 영화를 따라가 보았는데, 유감스럽게도 그가 출연한 많은 작품에 정치색이 끼어 있었다. 가뜩이나 현실에서도 피하고 싶은 정치 이야기를 왜 영화에서까지 찾아보아야 하는가 하는 생각에 그의 영화를 충분히 둘러보지 못했다 아카데미 상을 받은 기생충조차 대충 축약된 영상으로 대신했을 정도다. 제발 영화에서 정치 좀 사라지면 안될까? 그리고 배우들도 자신의 정치적 취향을 대중 앞에서 표출하지 않으면 안될까?

언젠가 아카데미 상 시상식에서 어느 사회자가 말하더구먼. “시상자는 그냥 상 받고 감사합니다, 하고 기뻐하며 대중에게 키스 한방 날리고 내려가시라, 쓸데없이 정치에 대하여 아는 척하자 말고 말이다. 솔직히 당신들이 뭐 다른 사람들보다 똑똑하거나 많이 배운 것도 아니지 않은가?” 하며 배우들의 정치적 발언을 질타했다. 잘 배우지도 않은 주제에 정치적인 일에 혀 놀리지 말라는 애기다.

아무튼 송강호 덕분에 가끔 한국 영화를 보곤 했지만, 이제는 한국 영화가 무겁고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이제는 배우들이 연기를 너무 잘해 일어나는 현상이다. 특히 악역으로 나오는 배우들의 연기는 혀를 내 두를 정도다. 연기가 너무 섬뜩하여 그 연기자를 미워하게 만들고 인간에 대한 일말의 기대도 접게 만들 정도다. 왜 한국배우들은 악인 역기에 관한한 달인이 되는 걸까? 원래 천성이 그래서 인가? 그런 연기를 주문하는 감독의 인성이 의심스럽다. 아마 감독은 자신의 깊은 내면에 숨어있는 악한 마음을 타인의 연기를 통해 표출하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싶어하는 변태인간으로 생각될 정도다. 감독님들 그리고 배우 아제들, 그런 악한 장면 너무 자랑하지 말라. 세상은 그대의 생각대로, 말 대로, 연기대로 똑같이 흘러간다. 

그런데 요즘 오징어 게임이라는 별스럽지도 않아 보이는 드라마 한 편이 세계적으로 난리를 치며 한국인이 문화적 침공을 한다고 법석을 떤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시청을 해봤다. 상세히 보지는 않았다. 역시 시청자의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스토리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른 드라마보다는 상대적으로 보기 편했다. 그나마 악한 인간에 대한 표현이 이해할 만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외국인들이 공감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만약 그 영화에도 아가씨 같은 깡패영화에서 나오는 천성적 진상 악역이 등장하면 외국인들도 분명히 외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너무 심하게 자신을 표현하지 말라. 앞으로 외국인들이 한국의 문화침공으로 한국 영화를 더욱 많이 보게 될 때, 한국 영화에서 나오는 악인들의 모습을 한국인의 인성으로 인정하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생겨날 지경이다. 

감독 선생님들, 인간의 선한 마음을 아름다운 영상으로 표현하여 시청자를 행복하게 만들면 안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