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November 22,Friday

한주필 칼럼-문제의 핵심

 

어느 노신사가 버스를 탔다. 버스 안은 그리 붐비지는 않으나 앉을 자리는 보이지 않는다. 마침 어느 부인이 앉은 옆자리에 개를 앉혀 놓고 있는 것이 보였다. 노신사는 용기를 내어 부인에게 다가가, 부인 그 개를 내려놓고 내가 그 자리를 앉으면 안되겠습니까? 묻자 부인은 대답도 안하고 외면한다. 거절의 뜻이다. 어이없는 거절을 당한 노신사는 다시 한번 공손한 자세로 요청한다. 버스 안 많은 승객들이 이 논란이 어떻게 정리될 것인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수차례 공손한 부탁에도 꿈쩍하지 않는 부인의 태도에 급기야 화가 터져버린 노신사. 부인의 옆자리에 앉아 있는 개를 들어 창밖으로 던져버렸다. (탈무드)

이런 돌발사태에 이것을 구경하던 승객들은 뭐라고 했을 것 같은가?

요즘 한국에는 심석희 국가대표 빙상선수의 놀라운 행실에 드러나 전국민이 소스라치게 놀라고 있다. 내용은 정리하면 이렇다. 심석희 선수는 자신의 예전 코치(조재범)가 자신을 성폭행했다는 이유로 그 코치를 고발하여 조코치는 현재 2심에서 징역 13년을 받고 대법원 최종심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인데, 그 재판과정에서 심 선수의 카톡 내용이 모 언론사에 공개되면서 문제가 시작되었다. 심석희 선수는 지난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이 열리던 때, 자신보다 한 살 어린 같은 국가대표 선수 최민정에 대하여 자신과 불륜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C 코치(이 친구도 조씨다)  나눈 카톡 대화에서 최민정 선수와 경쟁한 중국선수를 응원하며 최선수가 이긴 것에 대한 분노를 표하고, 1000미터 결승경기에서 최민정을 일부러 넘어트려 다른 선수가 어부지리로 메달을 타게 하자는 C 코치의 제안에 동의하며 맞장구를 친다. 그리고 실제로 그 경기에서 심석희는 최민정과 함께 넘어지는 일이 일어난다. 이때 게임 후 판정을 통해 심석희의 반칙이 드러나 심석희는 실격을 당하고 최민정 선수는 4위를 한다.

그 정도만 해도 심석희라는 선수는 운동선수로서는 물론이고 인성으로도 사회에서 용납이 안될 입장이 돼 버렸는데 설상가상으로 또 다른 뉴스가 터진다. 심선수가 소속되어 있던 한국체육대학의 A 교수(빙상연맹 부회장 재임)가 심석희에게 금메달이 돌아가게 하기 위해 조재범 코치를 시켜 최민정에서 게임을 포기할 것을 강요하고 실제로 2건에 대하여 양보가 있었다는 것이 조코치에 의해 폭로되었다. 결국 이 뉴스는 미국의 CNN까지 보도되어 국가망신을 제대로 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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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당당한 승부가 아니면 의미가 없다는 스포츠 기치가 한국의 빙상계에서는 전혀 다른 형태로 담겨있었던 것이다. 그 세계에서는 실력보다 파벌이 더 높은 가치를 발휘했고, 애국심조차 진영논리에 밀려 자국 선수보다 타국선수가 이기기를 바라게 만들었다. 이런 빙상계의 행태는 오늘 내일의 일이 아니다. 그들의 파벌싸움에 질린 안현수 선수는 러시아로 국적을 바꿔 금메달을 가져갔다. 빙상계 어른들의 인면수심의 행실이 가증스러운 가면이 되어 선수에게 씌워졌다. 그런 어른들의 행실에서 자신의 이기적 심성을 채울 핑계를 찾은 영악한 아이는 악한 마음을 가면으로 감추고 가짜 미소로 대중에게 고개를 세웠다.

애들아, 중요한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가짜 미소가 아니라 네 안에 품고 있는 마음이란다.

윤동주 시인의 시구 한 번 들어본 적이 없니?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중략)

서두에서 말한 버스안에서 좌석에 앉아있는 개를 집어 던진 노신사, 그는 동승한 승객들에게 핵심을 잊은 행위라고 호되게 욕을 들었다. 던지려면 잘못한 부인을 던져야지, 왜 부인 말을 잘 따른 개를 던졌냐고.

자신의 인상이 피폐해지는 것도 모르고 어른들의 유희에 쓸려 다닌 심석희 선수를 창밖으로 던지기 전에 파벌싸움, 진영다툼으로 스포츠의 본질을 망각하고 선수들을 호도하여 애국심마저 잊어버리게 만든 빙상계의 관계자들을 몽땅 싸매서 달리는 비행기 밖으로 던져버려야 할 것이다.

매국노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진영의 이익에 눈이 뒤집혀 애국심을 헌신짝처럼 버린 그 인간들이 바로 매국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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