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November 22,Friday

한주필 칼럼-반려동물의 중성화 수술

벌써 8개월째인가보다, 붕타우에 사는 친구가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보내준 것이.

당시 함께 지내던 집사람이 고양이를 키운 적이 없던 터라 경계를 했지만 며칠이 지나니 갑분 좋아한다. 자신이 고양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고양이가 자신을 돌봐 준다고 고마워한다.

그렇게 4-5 개월 정도를 함께 지내다 집사람이 한국으로 귀국하며 당부한 것이 있는데, 7개월정도가 되면 중성화 수술을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안 그러면 냥이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 병도 나고 오래 함께 지내지 못한다고 당부를 하고 가더니만, 말로 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한국에서 아예 예전부터 냥이가 다니던 베트남 병원에 자신이 직접 연락을 하여 수술 날짜, 시간까지 잡아 두고 나에게 가라고 지시가 떨어진다. 세상 살면서 조건 없이 순종해야 할 3대 여성 중에 한 분이 엄명을 내리는 것이다. 대 놓고 반항하지는 않았지만 사실 별로 내키는 일이 아니다. 말이 좋아 중성화 수술이지, 쉽게 말해서 멀쩡한 아이를 내시로 만드는 일이다. 내시는 그래도 권력이라도 쥔다는 희망적 대가라도 있지, 우리 펄(냥이 이름)은 그저 인간과 함께 친하게 지내라는 것 말고는 보상이 없다. 인간이 이기심이 만들어내는 잔혹한 행위일 뿐이다.

그런데 특별히 착한 심성의 소유자로 알려진 울집 박권사는 의외로 별로 개의치 않고 밀어 부친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로 인식하며, 어차피 우리와 지내려면 받아야 하는 수술이라는 믿음이 있는 듯하다. 그런 어부인의 엄명에 따라, 펄을 차에 태우고 병원을 가긴 하는데 맘은 편치 못하다. 나중에 하늘에서 어찌 인간이 감히 신이 부여한 자연 법칙을 거슬리는 행위에 동참했는가 하며 죄를 묻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런 마음과 관계없이, 시간은 마치 펄의 운명처럼 흘러가, 차는 병원 앞에 도착하고 나도 무심하게 펄을 안고 병원문을 연다.

펄은 병원에 오면 엄청 얌전해진다. 울지도 않고, 마치 ‘설마 나를 해치지는 않겠지’ 하는 믿음이 담긴 듯한 큰 눈망울을 집사에게 마구 던진다. 오늘은 자신 있게 대답을 할 수 없다. 자꾸 바라보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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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을 병원에 인계하고, 오후에 다시 오면 된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병원문을 나오는데, 가슴이 싸아 하다. 옆에서 수술을 지켜봐야 하는 거 아닌가도 싶고, 아니 수술 장면을 보지 않아도 되니 다행이다 싶은 안도의 숨도 흐르고.., 아이고 내 마음을 나도 모르겠다. 아, 그놈 아플껀데… 병원을 나와 차를 타니 일단 저지른 일이 되니 마음의 갈등은 사라진다. 그래도 사무실로 돌아와 일을 하면서도 자꾸 시계를 바라본다. 인터넷을 뒤져 냥이 중성화 수술 후 주의 사항 같은 것은 살펴본다. 다른 이들의 케이스를 살펴보는데, 생각과는 달리 대부분 별로 그 수술의 당위성에 대한 고민은 없는 듯하다. 의례적으로, 혹은 당연히 해 주어야 할 수술로 생각하는 분위기다. 인간의 편의에 의한 수술이 아니라 냥이 자신을 위한 조치로 생각하는 투다. 나도 그런 분위기에 쓸려 은근한 죄의식을 슬쩍 흘려보낸다.

오후 4시가되어 병원에 가니 펄이 몸에 붕대를 감고 나온다. 의사 앞에서 붕대를 풀고 상처부위를 핥지 못하도록 목에 깔때기를 채우고 집으로 데려왔다. 약도 3일치를 준다. 수술비로 330만동을 지불한다. 인터넷에서 본 한국의 요금보다 70%정도 비싸다. 현지인이 이용하는 로칼 병원을 찾지 않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 집에 도착하여 자유의 몸이 되자, 목에 낀 깔때기가 불편하지 난리를 친다. 한 두어 시간 몸부림을 치다가 안되는 걸 아는지 포기하고 받아드리는 모양새다. 아 불쌍한 녀석. 그렇게 순응하며 사는 법을 익히는 듯하다. 깔때기가 걸려 사료 통 접근도 쉽지 않다. 함께 요령을 익혔다.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생식 기능을 잃은 녀석이 자신이 불쌍하지 않냐는 듯이 슬픈 눈망울을 던지며 자꾸 품으로 파고든다.

이 녀석은 자신의 운명이 바뀐 것을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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