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 공항 골프장으로 알려진 떤손녓 골프장에서 지인들과 한 라운드를 돌았다.
호찌민 시내에 자리하고 있지만 가는 길은 그리 짧지 않은 떤손녓 골프장. 이 골프장은 롱비엔 주식회사 라는 곳에서 2015년에 개장된 골프장으로, 36홀로 구성되어 있고, 각 9홀을 A,B,C,D로 정하고 관리하고 있다.
이 골프장은 다른 골프장과는 몇 가지 다른 점이 있다.
가장 큰 특징은 클럽 회원이 없는 퍼블릭 코스라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골퍼들이 누구나 차별없이 라운드를 같은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 짐작하건 데 이 롱비엔이라는 회사는 골프장을 건설할 때 필요한 자금을 회원들을 모집하여 마련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충분한 자금 여력을 갖고 있는 모양이다. 하노이에도 롱비엔이라는 이름의 27홀 골프장을 갖고 있다.
둘째로는 캐디가 전부 남자다. 왜 남자 캐디만을 썼는지 아직도 이해를 못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에 의하면, 베트남은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책임감이 있고 일도 잘한다는 평이 있지 않은가? 특히 비교대상이 남쪽 남자라면 더욱 그렇다. 베트남의 남쪽 남자애들의 무신경은 베트남에 한 6개월만 살아보면 당장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베테랑 교민들이 하는 조언 중에 하나가 가능하면 직원은 여자를 써라. 남자를 써야할 필요가 있다면 북쪽 남자애들을 쓰는 게 좋다. 이렇듯 베트남 여성이 남성보다 일을 잘 한다고 일반적으로 믿고 있는데, 캐디가 모두 남성이니 자동적으로 캐디에 거는 기대치가 덜해질 수 있다. 그리고 고루한 생각일 수 있지만, 전문 캐디로서 라운드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정도가 아니라면 여성 캐디가 분위기를 편하지 만들지 않을까 싶다. 덕분에 이곳에서는 라운드 도중 캐디와 다감한 대화로 미소를 나누는 장면은 연출되지 않는다.
아무튼 그 골프장에 티 오프시간 20분 전쯤 도착했다. 전체적 분위기가 다르다. 그 달라진 절차를 하나씩 보자.
일단 골프백을 내리면 예전에 주던 골프백 표를 받기 전에 그 앞에 흰 방역복을 입고 길게 자리한 사람들에게 가서 코로나 간이 검사를 마쳐야 한다. 그걸 마치고 음성이 확인되면 그들이 음성증서를 준다. 그 증서를 들고 골프백 내린 곳에 돌아가서 자신의 골프백 해당 표를 받아 입장하여 카운터에 체크인을 하면 된다. 새로 추가된 이 코로나 검사과정은 공연히 돈과 시간만 버리는 무용한 과정이라 생각한다. 만약 그곳에서 양성자가 나오면 어찌할 것인가? 참 대책 없는 일이다. 투득 골프장처럼 그린 카드 지참자만 입장시키면 될 터이다.
체크인 시 예전에는 락커 키를 주었지만 요즘은 락커 사용이 불가하니 주는 게 아무 것도 없다. 그냥 티 오프 타임 확인만 해준다. 당연히 옷 갈아 있을 곳이 없으니 미리 차안에서 갈아입고 구두도 갈아 신고 준비를 해야 한다. 식당도 사용을 못한다. 라운지 의자에 앉아 동반자를 확인하고 필드로 나서 카트가 그대의 골프백을 싣고 나타나기를 기다리면 된다. 그리고 한가지 더, 골프백 표와 함께 준 푸른색 쿠폰이 하나 있는데 그걸 그늘집에 제출하면 음료수와 빵을 교환해준다.
그렇게 아무래도 낯선 기분으로 라운드를 시작했는데 그동안 게으름을 즐긴 몸이 아직 운동을 할 만큼 준비되지 않은 탓에 모든 근육, 뼈마디 하나하나가 라운드 내내 비명을 지른다. 한숨이 절로 배어 나온다. 그렇게 피곤한 몸을 끌고 간신히 18홀을 마치고, 신발을 닦고 라운지에 돌아왔지만 몸을 씻을 곳도. 잠시 차 한잔 마시며 쉴 곳도 없다. 바로 카운터에서 240만동의 비용을 계산하고 그 복장 그대로 골프장을 떠나야 할 형편인데, 설상가상 업무 차 회사로 돌아간 차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동반자들을 먼저 보내고 아무도 없는 라운지에서 몰려 드는 피곤에 잠시 졸고 있는데 차가 도착했다는 연락이다. 기어가다시피 차에 오르고 나니 피곤이 산처럼 쏟아진다.
와우, 내가 골프를 친 것인지, 밭을 메다 온 것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다.
살아서 돌아가는 것에 감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