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코로나 사태가 끝나지 않았고 언제 끝날 지 그 누구도 모르지만 일단 봉쇄가 아닌 정상적 자세로 이런 사태를 대응하기 시작했다는 것에 일말 희망을 본다.
코로나로 많은 것을 잃었고 또 여전히 잃어가고 있다. 수많은 근로자가 직장을 잃고 수입이 끊어져 생활고에 시달리며 얼굴에 미소를 잃고, 4개월여 가동을 멈춘 회사는 수십년 쌓아 올린 명성과 고객과의 신용을 잃었다. 근로자는 직장을, 사업주는 회사를 잃을 판이다.
학교는 학생들을 잃고, 선생님은 학생들의 얼굴을 잃고, 학생들은 학급의 친구들의 모습을 잃었다. 학생들의 웃음이 사라진 텅 빈 강의실에는 선생님의 인내가 담긴 영상만 외롭게 돌고 있다.
거리에는 사람들의 체취가 사라지고 삼삼오오 환담을 나누던 카페는 문을 닫았다. 인적이 사라진 도시에는 을씨년한 가을비가 무심히 아스팔트를 적신다.
새 삶을 기약하는 결혼식이나 이승의 삶을 떠나는 장례식장에도 축하하는 사람도, 배웅하는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사태를 이기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예배당에는 신도의 자리가 비어 있고 카메라 앞에 멋쩍은 얼굴을 마주하며 넥타이 바로잡는 목사의 얼굴에 한숨이 스친다.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들겠다는 희망으로,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소비하기 위해 구축한 빛나는 최신 인프라로 바이러스는 더욱 빠르고 광범위하게 전세계로 확산된다. 가족과 친구 그리고 이웃들의 텅 빈 가슴에는 슬픈 바이러스의 흔적만 어지럽게 자리잡고 있다.
서로를 경계하며 마음의 미소를 잃은 공동체는 유사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우리는 어디서 멈춰야 하는가?
지난 일요일 10월 3일은 대한민국의 개국을 하늘에 알린 개천절이었다. 매년 외국의 외교관들과 많은 교민들을 초대하여 성대한 잔칫상을 올리던 제사상이 사라졌다. 상을 받지 못한 조상님들께 우리 공관은 무엇을 올렸을까? 그들의 조용한 반응도 이해되고, 또 한편 애처롭기도 하다.
뉴스에서 전해오는 10월 1일 국군의 날 기념식은 전쟁의 기억을 되살리는 상륙전을 재현했다, 붉은 명찰, 각진 팔각모의 멋진 해병들이 푸른 전투복에 철모를 쓰고 전직 깊이 몸을 던지는 영상을 보면서 생각이 많아진다. 여전히 우리는 싸우고 있는가?
날로 강성해가는 대한국군, 날로 유명해지는 한국의 문화, 날로 높아지는 한국의 국격, 주목받는 만큼 내실의 무게가 있는지 모르겠다. 어딘가 어긋난 문짝을 들고 애쓰는 어설픈 목수처럼 보이는 것은 나만 그런 가?
코로나의 세월을 지나면서 당연한 것을 엄청 잃은 대가로 평소 느끼지 못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었다면 그것이 소득인가보다. 잃은 것보다 얻을 것을 더 찾고 싶은 마음이 이런 경험도 귀한 추억이 될 수 있다고 억지를 써본다.
그래, 지난 과거는 미화되는 법이니 우선 지나고 볼 일이다.
THIS, TOO, SHALL PASS AW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