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한가위 연휴가 계속되고 있지요. 고속도로가 막혀 귀성길이 지체된다는 소식을 듣고있자니 기분이 묘합니다. 이곳 호찌민은 여전히 엄격한 봉쇄로 강제적 연휴가 수개월 째 지속되고 있으니 연휴에 대한 감흥은 커녕 울화가 치밀어 오르고 있지요.
그래도 베트남의 각 지방정부는 백신 접종을 늘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급기야 호찌민에서는 8066 이라는 번호로 자신의 이름과 생년월일 그리고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군 이름을 적어 보내면 접수하여 접종을 시킬 모양입니다. 전화메시지를 이용하여 접수가 가능하다니 점차 좋아지는 것 같아 반가운 일입니다.
한시라도 빨리 접종을 늘여 일상의 삶이 돌아오기를 기원합니다.
한민족의 2대 명절 중에 하나인 한가위에 대한 얘기를 하려합니다.
베트남 사람들은 그저 그런 날로 치는 중추절을 한국은 왜 이리 난리를 치며 마치 설 명절 못지않게 중하게 여기는지 묻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때를 대비하여 우리의 한가위에 대한 기초지식을 좀 쌓을 필요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일년에 삼모작이 가능하고 시도 때도 없이 수확을 하는 베트남에서는 가을에 수확을 한다는 추수秋收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많은 한국인이 특히 가을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지 날씨가 좋고 풍경이 좋아서 만은 아닙니다. 한여름 뜨거운 햇살을 이겨낸 농부의 땀으로 자란 곡식을 거두어 곧 다가올 매서울 겨울바람을 견딜 식량을 마련해 주는 것이 가을이기에 그리도 기쁘고 좋은 것입니다.
어린 시절, 늦가을 추운 날, 고무장갑도 없이 온 집안이 달려들어 김장을 마치고나서, 힘겹게 허리를 펴고 지하실에 내려가 그곳에 가득 채워진 검은 연탄을 보며 흐뭇해 하시던 부모님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이렇게 한국인에게 가을은 베트남 사람들이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우리만의 애환이 담긴 특별한 계절입니다.
秋夕은 글자대로 하면 가을 저녁이라는 뜻인데, 우리 말로는 한가위, 팔월 한가위라고 하지요. 한은 크다는 말이고 가위는 가운데를 의미합니다. 추석과 한가위가 어찌 연결되는지 어원을 찾아보니 분명치 않습니다. 그저 가을의 가장 중심이 되는 큰 날이라는 의미로 이해하면 될 듯합니다. 그래서 중국과 베트남은 이날을 가을의 가운데 날, 중추절이라고 하지요.
우리 한민족들은 일년에 한번 추수를 하며 풍요를 만끽하는 가을날, 그 기쁨을 함께 누리는 축제가 있을 만한데, 그 날을 정할 때, 일년 중 가장 달이 밝아 마치 하늘이 축복하는 듯이 보이는 그날을 축제일로 삼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날이 얼마나 좋았던지,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라는 말로 이날의 기쁨을 표현합니다. 또, ‘옷은 시집올 때처럼, 음식은 한가위처럼’ 이라는 말과 같이 가장 풍요로운 음식이 펼쳐지는 날입니다. 또 ‘보은 아가씨 추석비에 운다’ 라는 속담도 있습니다. 추수철인 가을에 비가 오는 것을 경계하는 마음에 나온 말로, 추석 무렵에 비가 오면 흉년이 들어 혼수를 장만하지 못해 시집을 가기 힘들게 된다는 속담입니다. 보은은 대추 농사가 유명한 고장입니다. 풍요 속에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는 조상님들입니다.
이렇게 한국인만의 감정이 담긴 한가위를 베트남에서 맞으니 축제의 감흥은 사라지고 가족과 고향산천의 그리움만 더욱 피어납니다.
그리고 이렇게, 또 하루가 은근한 타령 속에서 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