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November 22,Friday

한주필 칼럼-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함석헌 목사님의 詩 제목이죠.

친구가 그리울 때면 생각나는 시입니다.

한 두 구절만 다시 볼까요.

만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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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시를 읽는 순간 감정이 복 바쳐옵니다.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쉽게 대답이 안 나옵니다.

지난 토요일부터 한국은 한가위 연휴가 시작되었죠. 한국의 지인들로부터 들어오는 한가위 인사를 볼 때마다 고국에 대한 그리움이 출렁입니다. 부러움에 뒤섞인 그리움이 봉쇄라는 현실을 마주하며 무력한 서러움으로 스며듭니다. 잔인한 현실을 지우려 고향을 향해 고개를 들어봅니다.

백세 어머님을 중심으로 모인 모든 가족의 모습에 장난기 가득한 친구들의 티없던 눈동자가 오버랩 됩니다. 풍요가 넘치는 시절에 현란한 단풍으로 갈아입은 금수강산이 춤을 춥니다. 허영청 밝은 한가위 달은 하늘의 축복담은 온화한 미소로 온누리를 비칩니다.

이런 장면은 이 세상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한국만의 아름다움입니다. 확실히 한가위는 한국에서 보내는 게 제격인 듯합니다.

온 세상이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도 생각만 하면 더 없는 위로를 받는 고향의 추억을 그대는 가졌는가?

고향의 추억은 무한한 힘이 있는 듯합니다. 그리고 그 추억 속의 주인공인 가족과 친구의 존재는 우리 삶에 빠질 수 없는 자산으로 어려울 때나 즐거울 때나 늘 우리와 마음으로 동행합니다.

그런 추억을 지닌 우리는 참 행복한 민족입니다. 비록 난데없이 코로나의 기습으로 잠시 당황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한갓 미천한 바이러스가 한국인의 의기를 꺽지는 못합니다. 이 정도의 고난은 우리에게 그리 낯선 일이 아닙니다. 우리의 삶은 늘 고난의 연속이었으니까요. 우리의 고달프던 삶은 “더도없이 덜도없이 한가위만 같아라”는 축복의 문구에서 역설적으로 표현됩니다. 쉽지 않고 행복하지 못했기에 근심없이 즐거운 한가위가 더욱 그리운 마음에서 나온 문구입니다.  

 

오늘은 베란다에 나가 둥근 달에 새겨진 고향의 모습을 찾아보며 저녁을 보낼 생각입니다.

봉쇄를 뚫고 들어온 소주병을 옆에 두고 고향의 그리움이라도 풀어볼 생각입니다.

한가위 밝은 달빛이 교민 여러분 모두에게 축복으로 함께 하시 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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