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November 22,Friday

한주필 칼럼-잔인한 세월

참 세상 잔인합니다. 아무 죄가 없는 사람들을 가택연금 시켜 놓고 약속된 기일이 되자 풀어줄 까 말까 멋대로 재단하는 꼴이 참 기분 더럽게 만듭니다. 

마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저만치 배가 보여 죽을 힘을 다해 헤엄쳐 갔더니 또 배가 저만 치 흘러가 버린 것 같은 절망감이 몰려옵니다. 

이런 상황이 꿈 속이 아니라 실제 삶에서 일어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이제는 악이 바쳐옵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이 나라가 울나라도 아니니 이방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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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말로만 되 뇌이던 베트남 탈출을 이제 심각하게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그리고 탈출 방법을 구체적으로 구상하는 상황이 다가옵니다. 

쇼생크 탈출을 할까, 빠삐옹 같은 탈출을 할까?

차마 그동안 기다린 것이 아까워 이제 다 왔다며 참으려 했는데 더 이상 참는 게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상황에 따라 또 물위의 버들잎처럼 흔들릴 정책을 믿고 기다리는 자신에 대한 회한입니다. 

이럴 때 교민들도 차이가 확실히 드러납니다. 

소나기는 피하고 봐야지 하며 적당히 회사를 조치하고 자신은 훌쩍 떠나버릴 수 있는 기업주들 참 부러운 사람들입니다. 쥐꼬리만한 베트남 사업장이 목줄의 전부인 서러운 인간들은 이를 악물고 집안에서 빈 골프채나 휘두르며 화를 풀어봅니다.

일각이 여삼추인데, 2주 더! 라는 말에 울분이 솟아납니다. 원래 마지막 장해가 제일 힘들다고 하는데 무슨 마지막이 몇 번을 반복하는지, 이제는 어떤 말로 지친 마음을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화를 낸다는 것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고 누군가 보낸 농담 같은 톡에 쓴웃음이 납니다. 하루에 한 두 번씩 카톡을 나누는 선배, 한동희 전 코참회장이 “다 같은 마음이여 누군들 그런 생각 안 하겠어. 그래도 지금까지 참아온 것도 이겨온 것인데, 이 기회에 자신의 영성을 높이는 기회라 삼고 지내봐. 인내심을 키우는 것도 수양이라 생각하고 코로나가 고맙지는 않아도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이겨보자” 며 용기를 줍니다.

그런 얘기를 들으니 흥분된 마음이 좀 가라앉습니다. 확실히 마음을 나누는 것은 최상이 치유책이 되는 듯합니다. 답답할 때 친구라도 붙들고 서로의 맘을 털어 내시면 한결 편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혼자서 소주를 들이켜지 마시고요. 

그려 맘대로 해라. 설마 죽기야 하겠냐? 하며 포기합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수많은 성인들이 말합니다. 그냥 내려놓으라 하죠. 벌어진 상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이기겠다는 생각도 말고, 자신의 욕망을 내려놓고 모든 것을 포용하라 합니다. 그러면 진정한 내 안의 신을 만날 수 있다고요. 

이왕 생각난 김에 눈을 감고 잠시 명상이라도 하며 마음을 진정시켜 봅니다. 

신이여, 내 안의 신이여, 이 불쌍한 군상을 구원 하소서, 이 잔인한 세월을 견디도록 힘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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