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고통이고 세상은 최악이다’ 라는 쇼펜하우어의 글이 이리 실감되는 날이 올 줄은 몰랐죠.
그 양반이 이런 글을 쓸 때도 아마 세상은 그리 평온하지는 않았던가 봅니다. 그가 살던 시기에1848년 독일에서는 베른 혁명이 일어나며 사회혼란이 극에 달하던 시기이니 그가 대표적인 염세주의자가 된 것도 우연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가 한 말 중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위로가 될 만한 애기가 하나 더 있는데, 그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고뇌와 고통은 커다란 쇼크로 다가오는데, 이러한 쇼크가 없는 삶은 무미건조한 생활의 반복이고 무의미한 삶의 연속이라고 주장하며, “이런 삶에 스미는 고독은 필연이고 그런 고독을 감수하는 것도 능력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고독도 능력이다”.
왜 이렇게 가슴에 스며드나요?
아마 베트남 교민들 중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사람들이 독거인 일 듯합니다.
독거노인도 꽤 계시겠지만 독거청년이 더 많을 듯합니다.
혈기 넘치는 시기에 이국의 땅에서 어쩔 수 없이 외로움과 고독을 감수해야 하는 젊은 독거인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런데 쇼펜하우어 형님의 말씀을 해석하자면, 이런 외롭고 고독한 삶을 사는 것도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일이라고 합니다. 너무 실망하지 마시고 고독을 나름대로 즐기며 자기 개발의 기회로 삼으시 길 기원합니다.
하긴 저도 같은 입장입니다. 단지 저는 독거노인에 가깝다는 게 좀 다르겠죠. 이런 독거노인 제 주변에 많이 계십니다. 그렇다면 나이에 관계없이 모두 동병상련의 처지에서 함께 위로를 받도록 하지요.
“고독도 능력이다”
교민단체 장을 맡고 있는 후배가 전화가 왔습니다. 이 시기에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요? 하고 묻는데 마땅한 대답이 궁합니다.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모두 발이 묶여 있는데 교민 단체라고 해도 무슨 할 일이 있겠습니까? 교민단체라고 외교관처럼 맘대로 다니거나 베트남 고위인사를 만날 수 있는 특권을 부여하는 것도 아닐 테니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민들을 위한 일을 찾고 있는 단체가 있으니 참으로 감사할 일입니다.
그런 말을 하다 보니 궁금한 것이 하나 생깁니다. 교민단체와는 달리 외교관 특권을 지니고 계신 공관원들, 요즘 뭐하고 계십니까?
이럴 때 공관원들이 아직 살아서 우리 교민들을 위해 뭔가 궁리하고, 고민하고,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발이 묶인 상황에서도 한인회는 백신 조달을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는 듯 보이는데 운신이 자유로운 공관원들은 어떻게 움직이시는 지 궁금합니다.
벌써 4개월여 봉쇄가 되어 있는데 일일 코로나 상황을 보고하는 것 외에 어느 곳에서도 교민을 상대로 하는 공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혹시 우리처럼 고독을 감수하며 능력을 키우시는 것은 아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