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November 22,Friday

푸념

 

요즘은 가만히 앉아있어도 푸념이 저절로 나옵니다. 신이 인간에게 준 유일한 자유, 자유의지

가 한갓 바이러스로 인해 완전히 묶여버렸습니다. 발도 묶이고, 마음도 묶이고 그리고 우리들의 자유도 묶였습니다.

가장 불편한 것이 청하지도 않았는데 불쑥 다가온 넘치는 여가시간을 관리하는 것입니다. 원래 요즘같이 바쁜 세상에서 기대하지 않은 여가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행운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지금처럼 마른하늘에서 벼락치듯 떨어진 이 여가시간에는 자유로운 이동이라는 충분조건이 채워지지 않은 것이 문제입니다. 발이 묶여버린 이런 여가는 하루만 지나면 이것에 결코 축하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특히 틈만 나면 성城을 떠나 외지의 것에 관심을 기울이던 인간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자유가 생략된 여가는 오히려 형벌로 작용하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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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넘치는 여가시간으로 말(言) 머리를 돌립니다. 요즘 부여된 여가시간은 용도가 불분명합니다. 일상에서 얻는 재 충전을 위한 여가라기에는 너무 길고, 어디 여행이라도 다니며 삶의 경험을 풍요롭게 만드는 적극적 여가를 구현하기에는 여러 가지 현실적 제약이 앞을 막아서니 참 난감합니다. 시간은 한가하지만 마음은 한없이 혼란스러운 부조리

한 상황입니다.

몇몇 분을 연락해서 이런 시간을 어찌 지내나 살펴봤습니다. 대부분의 인류는 답답한 마음에 푸념이나 하면서 세월을 보내는 반면, 사회적으로 성공을 구가하며 지구를 구하는 영웅

들은 역시 답이 좀 달랐습니다. 그들은 이 참에 공장 관리에 미흡한 점을 싹 뜯어고쳤다 느니, 주식 투자를 좀더 관심있게 하며 돈을 번다 느니, 그동안 소원했던 친구들과 카톡으로 라도 자주 나눠 관계를 돈독히 하는데 힘을 쓴다 느니 하며 말하는 본때부터 뭔가 다릅니다. 과연 지구를 구할 영웅들입니다.

하긴 저도 영웅들처럼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요즘은 친구들과 대화를 자주 나누는 편입니다. 술잔을 기울이며 머리를 맞대고 나누는 대화는 아니지만 인터넷이 제공하는 여러 도구를 활용하여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비대면 대화라도 풀다보니 자연스럽게 전체적인 인간관계가 좋아진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아마도 얼굴을 마주하지 않으니 자연히 감정보다 이성이 우선하는 대화를 나눈 탓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도 백신 맞나? 아무튼, 요즘 그런 인터넷을 통한 대화의 화두는, 우리는 언제 백신 맞냐 하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이제 골라가며 백신을 맞는다는데 우리 같은 해외 교민들은 신세가 처량합니다.

 

본국에서도, 현지에서도 우리는 그리 관심을 받는 부류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런 느낌이 들면 교민들은 스스로 속한 자리를 찾지 못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서성이게 됩니다. 최근 베트남에는 각급 공단과 공항 근무자 등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시작하고 있고, 그에 속한 한국사람들도 백신을 맞았다 하네요. 일단 경제가 돌아가는 것을 지원해야 한다는 뜻에서 제대로 가는 방향인 듯합니다.

그리고 지난 주 베트남 정부의 발표에 의하면 백신 접종에 있어서는 내 외국인이 어떤 차별도 없이 동일한 처우를 받는다고 합니다. 반가운 일입니다. 그래도 자꾸 불어나는 확진자 소식과 요원하기만 보이는 백신 접종 진행에 불안할 수밖에 없는 우리 동포들, 쳐다볼 곳이라 곤 대한민국 공관밖에 없지요. 그런 눈치를 챘는지, 한달 전에 우리 대사관에서 백신 접종에

대한 교민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그런데, 그 간담회에서 대사관 측은 해외 교민을 위해 본국

에서 백신을 현지에 보내 접종하는 선례는 세계적으로 없다고 딱 짤라 답을 했습니다. 해외 동포의 경우, 현지의 상황에 따라 현지에서 접종을 하는 수밖에 없다는 말입니다. 친절하게도 간담회까지 열어 교민들 마음의 근심과 동시에 기대와 미련을 확실하게 털어냈습니다. 더 이상 군말이 필요 없어졌습니다. 어찌보면 당연할 수도 있는데 그래도 실망이 따르는 건 어쩔 수 없지요.

 

이 소식을 들은 교민들, 구구한 의견이 넘쳐납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가 처음 있는 일인데 무슨 선례를 찾느냐, 우리가 지금 하는 일이 선례라며 공무원들의 창의적 업무 자세를 요구하는 사람도 있고, 뭔 창의적? 바랄 것을 바래라 하며 비아냥대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세상에는 자신의 힘을 보여주는 방식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한 가지는 되는 일을 안되게 만드는 네거티브 파워, 또 다른 하나는 안 되는 일을 되게 만드는 포지티브 파워입니다.

선례가 없던 일을, 선례가 있는 일로 바꾸는 포지티브 파워

로 자신의 힘을 만방에 떨칠 진정한 영웅, 혹시 안 계실까요?

아무튼 이 모든 문제가 다 코로나 때문입니다. 기대도, 희망도, 절망도 말입니다. 누가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사기 쳤나요?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물인 바이러스의 위협에 어쩔 줄 모르는 나약한 인간이 영장이라고? 그저 인간이 분수를 모르고 방자했을 뿐입니다.

세상이 모든 일은 다 원인이 있습니다. 요즘의 코로나 정국 역시 우리 인간이 저지른 방자한 일을 원인으로 나타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신은 특히 오만하고 방자한 행동은 그냥 봐주지 않는 듯합니다.

이 정도 고난은 그나마 불의 심판을 피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 드려야 할 형벌인 듯합니다. 또한 그와 동시에 강제로 주어진 옥살이 같은 여가시간은 자신의 오만함을 반성하라는 신의 명령으로 이해하고 조신하게 자신을 돌아보며 보내야 할 듯합니다. 이 모든 환란이 신의 벌이고, 명령이다 생각하니 좀 맘이 편해지네요. 내 손을 떠난 일이다 싶으니까요. “내 영역의 일이 아니다” 라고 통고하는 대사관 고관의 얼굴에 은밀하게 숨어있었을 후련함을 이해할 만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렇게 반성하라고 주어진 옥살이 시간 중에도 아랑곳없이 열리는 올림픽을 바라보는 신의 심사가 궁금해지는 건, 이 무슨 심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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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이 책이 우편으로 배송되지만 길 잃은 기천 부가 사무실에 그대로 쌓여 있습니다.

종교 단체를 비롯한 모임, 식당을 포함한 모든 서비스 업소가 문을 닫았으니 어디 보낼 곳이 없습니다.

궁여지책으로 모든 단톡 방에서 우편으로 책을 받으실 분들의 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당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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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다. 또한 코참과 협의하여 코참 회원 서비스로 회원들에게도 무료우송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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