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31일까지 전시
“선생님, 러버덕이 푸미흥에 왔대요!”
“러버덕이? 그 유명한 러버덕이? 근데 너 러버덕이 뭔지 아니?”
“네! 러버덕은 ….” 쫑알쫑알…
어쩐지 며칠 전부터 푸미흥 도로가 오토바이 물결로 북적이기 시작하더라니.
이렇게 초등학생마저 알고 있는 그 유명한 ‘러버덕’을 보려 걸어가 보니 멀리서 별다리에 걸친 노란 오리의 머리가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니 해맑게 웃고 있는 거대한 오리가 호수위에 떠 있었다. 어렸을 때 목욕할 때 한 번쯤은 욕조에 띄워놓고 놀았던 너무나도 눈에 익은 그 장난감 오리. 그 오리였다. 그 오리가 크레센트 앞 호수를 거인의 목욕탕으로 만들어 버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 대형 고무 오리 설치작품의 작가는 네델란드 출신의 ‘플로렌테인 호프만(Florentijn Ho-fman)이다. 2007년부터 시작된 이‘Rubber Duck Project’는 암스 테르담에서 시작해서 오사카, 시드니, 상파울로, 홍콩 등을 거쳐서 호치민까지 오게 되었다고 한다. 나라마다 오리의 규격이 조금씩 다른 걸로 보아 한오리가 아닌 다른 오리들이 전시된 듯하다.
이 작가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전 세계의 긴장과 경계를 풀고 치유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사랑스러운 오리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으며 사랑을 주고 있나 보다.
이 오리를 홍보하는 푸미흥 내 포스터는 ‘어린 시절로 돌아가자’라고 되어있는데, 모두들 이 거대한 해맑은 오리 앞에 편견 없이 선다면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나는 사진으로만 보던 ‘러버덕’을 직접 보게 되어 신기했고, 특히 누구나 가지고 놀았던, 또 놀고 있는 이 평범한 오리로 전 세계를 치유하려고 한 작가의 의도와 또 작품의 크기를 보니 감탄사가 연신 나왔다. 무엇보다도 늘 보던 평범하던 호수의 풍경이 ‘러버덕’ 하나로 즐겁고 신선해졌고,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많은 사람들이 콘서트나 영화가 아닌 미술 작품을 보러 모였다는 것이다.
작품 감상 TIP 세계 어느 곳에서나 관광객과 현지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 ‘러버덕’을 보며 ‘이건 누구나 하겠네’, ‘장난감 오리를 그냥 크게 한 것 뿐이잖아’, ‘내가 저것보다 더 크게 해서 설치하면 되겠네‘, ‘예술이 뭐 이리 쉬워’라며 손가락질하며 입을 삐죽거리는 사람들이 있다. 맞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그리고 너무나 쉬워보인다. 그냥 기술자 불러서 똑같이 만들면 되는 거니까. 그래서인지 중국에서 전시할 때 복제 오리들이 등장해서 골치가 아팠었다고 한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점은 누가 처음 생각하고 처음 시도하느냐는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있고 너무나 쉬워 보이는 작업을 그 작가 전에는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작품은 처음 시도할 때 가치가 있다. 다른 사람의 결과물과 생각을 따라하는 건 예술이 아니다. 왜냐하면 처음이 어렵지 따라하는 것은 너무나 쉽기 때문이다. 국경 없이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러버덕’처럼 미술 작품을 대할 때 긴장을 풀고 마음을 연후 작품 자체를 느낀다면 한층 더 즐거운 작품 감상이 될 수 있을 것같다.
** 이번 호 부터 새로 연재해 주실 김정현님은 현재 호치민에서 활동 중인 서양화가로 호치민 미술협회 회원, 갤러리 퐁당 아트디렉터를 맡고 있으며 화실 퐁당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