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伴侶)-
멋진 말입니다. 한자 풀이를 해보면 두 글자 모두 짝이나 벗을 의미합니다. 즉 짝이 되는 벗을 말함 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사회에서 반려자라 함은 부부관계를 이룬 사람을 의미하지요.평생을 함께 간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최근에는 애완동물도 그저 자신을 즐겁게 하는 동물이 아니라 생활을 함께 하며 지내는 친구라는 의미에서 반려동물이라는 명칭을 사용한다고 하지요. 그 동물들과 함께 지내면서 심리적 위안을 받으며 함께 산다는 의미로 제정된 언어라고 합니다.
아무튼, 요즘 저희 집에는 작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인간사회의 반려자를 만나지 이미 30여 년이 넘어 별다른 화제거리가 좀처럼 생기지 않은 품위(?)있는 집안에 최근 새로운 반려자(?)가 들어왔습니다. 귀여운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입양했는데 이놈이 조용한 집안에 수많은 풍파를 만들어 냅니다.
고양이는 싫어! 를 강하게 외치던 인간 반려자 박 권사는 새로 입양된 반려 고양이에게 녹아납니다.
귀가 유난히 크고 미간에 M자가 새겨진 아비시니안 종 숫놈에게 펄(Pearl) 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하루 종일 그 녀석과 알콩달콩 어울려 지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아비시니안 종 고양이는 원래 사람을 엄청 잘 따르는 습성을 지녀 개냥이라고도 불립니다. 개처럼 사람과 친하게 지낸다는 뜻으로 만든 속어입니다. 시크한 성정을 지녔다고 알려진 고양이의 일반적인 인식을 완전히 뒤집어 놓은 녀석입니다.
이 반려자는 만나게 된 것을 약 한 달여 전 붕타우 지역에서 제비 집을 지어놓고 사진도 찍고 목수일도 하면서 전원 생활을 즐기고 있는 성낙훈이라는 후배로부터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다며 한 마리 가져 가겠냐는 제의를 받았습니다. 예전에 혼자 살 때, 키우던 고양이로 인해 많은 위로를 받았던 기억이 있는지라 적극적으로 보내달라고 요청을 했지요. 원래 반려동물을 분양 받을 때 무료로 받으면 안 된다는 옛말이 기억나서 적은 돈이지만 극구 사양하는 친구에게 백만 동을 넣어주고 받았습니다. 문제는 집에 이미 들어온 반려인간인 제 집사람이 고양이를 환영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처음에 고양이를 받아 들고는 회사에서 키울까 하다가 그래도 이 귀여운 얼굴을 보면 마음이 바뀔 것이라는 생각에 집에 데리고 왔는데 하루 만에 반려인간이 반려동물에게 빠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 녀석으로 인해 우리 집의 생활 리듬이 완전히 바뀝니다.
고작 2개월된 고양이 펄은 집에 들어올 당시 사람 몸을 재는 저울에서는 무게가 잡히지 않을 정도로 작고 어린 놈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고작 1개월여가 더 지났을 뿐인데 거의 2배 가까이 커졌습니다. 그리고 이 녀석이 하는 행동이 사람을 거의 녹아나게 만듭니다.
아침에 눈을 뜨기 무섭게 방문 앞에 와서 자신의 반려인간인 집사를 불러냅니다. 집사가 나오면 집사의 발에 몸을 비벼대며 반가움을 표하며 하루를 시작하는데 노는 모양새가 장난이 아닙니다. 온 집안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니며 놀다가도 제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면 총알같이 달려와 안깁니다. 아직 어린 녀석이라 자꾸 집사인 박권사의 손발을 물어대어 권사에서 집사로 낙마한 반려인간의 손발에는 반려동물의 발톱 자국이 자꾸 생기긴 하지만 그 귀엽고 어린 생명체의 아양에 화를 내지도 못합니다. 어디 외출이라도 할라치면 조르르 달려나와 발밑에서 울어대는 소리에 한참을 달래다 나가야 합니다. 집에 들어오면 온통 그 녀석 이야기뿐입니다. 오늘은 펄이 문틈에 끼어 비명소리를 냈는데 너무 안타까워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던가, 주식은 안 먹고 맨날 간식만 찾는데 그래도 괜찮은지 모르겠다는 등, 마치 집안에 어린아이가 새로 생긴 듯합니다.
얼마 전에는 타오디엔에 있는 삼양 에니멀 크리닉이라는 동물병원에 데려가 병이 있나 조사하고 구충제도 먹고, 발톱도 자르고, 종합 백신 주사도 맞고 왔다며 병원비를 백만 동이나 냈다는데 전혀 아깝지 않은 표정입니다. 또, 며칠 전에는 이 녀석을 분양해 준, 목수 일을 겸하고 있는 성낙훈 사장이 멋진 고양이 탑 놀이터를 손수 제작하여 보내주었습니다. 4층으로 된 멋진 고양이 탑인데 마치 고양이 전용 아파트인 듯 펄에게는 훌륭한 놀이터입니다. 참고 삼아 사진을 첨부하는데, 고양이를 키우는 분들에게는 이런 고양이 전용가구 하나는 필요한 듯 합니다.
새로운 반려자 펄을 만나면서 생긴 변화는 생활 리듬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면에서도 나타났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정서가 메말라가는 늙은 이에게 새삼스럽게 사랑의 마음을 일으킵니다. 그 녀석의 노는 모습에 절로 사랑이 미소가 피어납니다. 집안에 오랜만에 웃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박권사나 제 얼굴에도 늘 미소가 따라다닙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별로 말도 없이 밥이나 먹고 잠을 자던 중고 부부를 수다스럽게 만드는 놈이 바로 이 새로운 반려동물입니다.
어떤 연구결과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안 키우는 사람들보다 통계적으로 10년을 더 산다고 합니다. 원인은 사랑의 마음을 자주 갖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사랑의 마음이 인간의 수명을 늘려준다는 것이죠. 사랑은 만병 통치약이자 불로초의 효과도 갖고 있는 듯합니다.
왜 모든 종교에서 사랑을 강조하는지 새삼 공감이 갑니다. 그런 면에서 이 녀석은 엄청난 효자 노릇을 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부모에게 스트레스를 안기는 게 직업인 자식 놈들에 비하면 사랑의 마음을 일깨우는 반려동물이야 말로 진정한 효자가 아닐까요?
앞으로 자식 애에게 늙은 몸의 부양을 기대할 시대가 아닌 형편에서 과연 누가 나에게 필요한 존재인가 하는 자문도 생겨날 지경입니다.
또한, 새삼 사랑이란 어떤 마음인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 봅니다.
사랑은 미소를 만드는 마음인가 봅니다. 사랑하는 마음에는 저절로 미소가 피어나지 않던가요? 그리고 그 미소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죠.
결국 행복하게 오래 살고 싶으시면 자주 미소 짓고 사세요.
미소가 어떤 종류의 보약보다 효과가 훨씬 좋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증명 되어있습니다. 미소는 자신 뿐만 아니라 타인도 행복하게 만듭니다.
아침에 만나는 이웃에게 미소로 인사를 던져보세요. 하루가 즐거워지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도 모르게 선행을 하는 것입니다. 그 미소를 받은 사람 역시 미소로 응답하게 되고, 그 사람의 하루도 행복하게 시작하게 되겠지요. 또 그 사람의 미소 덕분에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미소 짓게 된다면, 결국 한 사람이라도 더 행복해지는 하루가 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자신의 미소로 누군가 모를 타인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은 귀한 선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엄격하고 심각한 얼굴로 살지 마세요. 심각한 얼굴과 행복은 어울릴지 않는 조합입니다. 죽음을 앞둔 노인들이 가장 후회하는 일이 너무 심각하게 살았다는 것입니다.
미소를 짓고 사는 것, 자신을 행복하게 그리고, 세상을 밝게 만드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