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하는 순간 공포가 밀려온다
혼트는 10대 소년과 소녀가 유령이 있다는 저택을 탐험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전체적으로 놓고 봤을 때, < 혼트>는 쉽게 결말을 예측할 수 있는 공포 영화 클리셰로 가득하다. 때문에 공포 영화를 조금이라도 즐겨본 관객에게 < 혼트>는 무섭다기보다, 웃기고 뻔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 혼트>는 한시도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재미있고 2시간 남짓 스토리를 이끌어나가는 힘도 탄탄하다. < 혼트>는 공포 영화의 오르골, 숨겨진 지하실, 술래가 눈을 가린채 박수로 사람을 찾는 숨바꼭질 등 고전적인 소품과 요소들을 오밀조밀 배치하여 오마주하고 있다. 영화 자체도 어떻게 보면 < 파라노말 액티비티>와 < 엑소시스트>를 적당히 결합한 듯한 느낌으로 새로울 것은 없는 영화이다.
이 새로울 것 없는 내용을 색다른 공포영화로 만들기 위해 < 혼트>는 철저하게 계산된 속도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인내심을 가지고 직접적인 실체를 드러내지 않고, 보여줄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확실하게 구분함으로써 더욱 효과적으로 심리적인 긴장감을 느끼게 만든다 또한 영화 내에서의 완급 조절은 정말 탁월하다. 예전의 공포영화는 긴장감을 높여가다 영화 속의 등장인물들이 공포의 실체를 확인하려 할 때 무서운 것을 갑자기 등장시키며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했고, 최근에는 그 뻔한 타이밍에서 벗어 나고자 한 템포 쉰 후 관객들을 놀라도록 했지만, 이것도 대체로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 있다.
많은 공포영화에서 이런 장면들을 반복하며 공포보다는 피로를 높이곤 하는데 < 혼트>는 성급하게 관객을 놀라게 하지 않음으로써 더욱 큰 효과를 얻어 낸다. 예측 가능한 공포가 아닌 한 템포 빗겨서 2차적인 공포를 선사한다. 때문에 관객들은 잔뜩 놀랄 준비를 하지만, 정말로 깜짝 놀라는 순간은 방심할 때 터진다.
거기다 화면의 채도를 조절하는 등의 효과와 자다가 들리는 삐걱거리는 소리, 침대 아래나 옷장 속에 무언가 있는 듯한 느낌 등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서를 충분히 이용하며 더욱 영화 속 상황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
영화 속 장면들은 감독이 만들어 낸 다른 세계 이야기지만, 영화속 공포를 현실로 이어준다. 쉽게 말해 영화 속에서 느낀 공포를 극장에서 느끼고, 집에서 느끼고, 자기 전에 한 번 더 느끼게 만든다. 그 때문에 < 혼트>는 혼자서는 절대 보면 안 된다는 말이 생길정도. 다만 공포 이상의 반전을 기대하는 관객들에게는 다소 쉬운(?) 영화로 느껴질 수도 있다.
감독 : 맥 카터 / 출연 : 재키위버, 리이아나 리버라토 등
05월 09일 CGV-Vietnam 배급
작성자 : 이정국 MEGASTAR MEDIA (joung.lee@megastar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