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말 || Greeting
안녕하십니까 씬짜오베트남 독자 여러분. 호치민 건축대학교 황선아 교수입니다. 도시는 수 천 년 전부터 인간에 의해 만들어져 왔기에 각 도시마다의 고유한 역사를 가지고 있고, 그에 따른 문화와 정체성도 각기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자체만으로도 전 세계 모든 도시는 제각각 아름답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혹시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호치민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가만히 들여 다 본 적이 있으신 가요? 잠깐 머물다 갈 도시가 될 수도 있는데, 하물며 우리는 이 낯선 도시에서 의식주를 해결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운명처럼 만나게 된 도시 호치민을 저의 도시칼럼을 통해서 잠깐이나마 다른 시각으로 살펴보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 지길 바라봅니다.
나는 매 학기 첫 강의에서
학년을 불문한 모든 학생들에게 세 가지 질문을 한다.
“왜 도시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어떤 점이 가장 시급하게 개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베트남이, 호치민이 올바르게 성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는 도시를 공부하는 모든 학생들이 반드시 고민해 보아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질문이다. 하지만 반드시 도시를 공부하는 학생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해 한번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도시는 인간의 목적에 의해 자연에서 공간을 빌려 인간 스스로가 만들어 왔고, 앞으로도 살아가야 할 삶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가급적이면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방향으로 도시를 발전시켜 나가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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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적 성장을 위한 도시개발의 필요성
호치민은 과거 17세기 후반 개척이 시작된 이후, 1908년 시(市)로 승격되었으며, 그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다. 1954년 베트남이 남북으로 갈라지면서 남베트남(월남)의 수도가 된 이후 지금까지 급격한 속도로 성장해 오고 있다. 현재 베트남 호치민은 하루가 다르게 도시 스카이라인이 바뀌고 있고, 도시 성장에 따른 경제적, 환경적 변화도 매우 크다. 1970년 무렵, 지금의 베트남과 같이 급진적으로 국가발전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과거 대한민국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 베트남의 가까운 미래가 어렴풋이 예측 되기도 한다.
더욱 편리해지는 도시생활과 경제적 부흥이라는 단편적인 모습을 보면 도시개발이 왜 필요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한국은 1972년부터 최초로 국토개발계획이 시행되었고, 이는 1981년까지 10년에 걸쳐 시행되었다. 당시 국토개발의 목표는 국토이용관리의 효율화, 개발기반의 확충, 국도포장, 자원과 자연의 보호 및 보전, 국민생활환경의 개선이었으며, 이는 현재 베트남 개발에 있어서도 요구되는 사항이라 할 수 있다. 물리적 성장은 도시개발의 가장 보편적인 결과물이다. 하지만 우리는 물리적 성장 이면의 삶의 질 향상 또한 반드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즉, 국가를 막론하고 도시개발의 궁극적인 최종 목표는 ‘도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가장 시급한 도로환경 개선문제
오전 7시면 이미 호치민 시내 도로들은 오토바이와 차량으로 꽉 매워진다. 베트남 경제가 최근 몇 년 사이 급성장 하면서 차량도 급속도로 증가했지만 도로 확충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출퇴근 시간은 늘 복잡하기만 하다. 더욱이 현지인들의 주요 교통수단인 오토바이로 인한 소음과 매연도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현지인들 조차 답답한 도로상황과 오토바이로 인한 매연, 소음 등에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만 오토바이 말고는 대체할 만한 교통수단이 있지 않으므로 어쩔 수 없이 이 고행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 서문에 서술한 질문들에 대한 학생들의 대답이 대부분 ‘교통’과 관련되어 있는 것만 보아도 도시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은 도시가 성장해 나가는데 있어서, 그리고 도시민의 삶의 질 향상 측면에 있어서도 많은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과거에는 자전거가 시민들의 주요 이동수단 이였다. 하지만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함에 따라 자전거보다 빠르고 편리한 이동수단이 필요하게 되었지만, 열악한 도로환경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버스나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 수단을 마련해 줄 수 없던 베트남 정부는 서민들을 위한 교통수단으로 오토바이에 대한 규제를 많은 부분에 있어서 완화해 주었다. 그 결과 오토바이는 베트남 국민들의 주요 이동수단이 되었고, 그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힘든 진풍경을 자아내고 있는 지금이다. 오토바이는 매우 유용하고, 편리한 교통수단이지만 환경오염, 교통체증, 안전성 등의 문제를 갖고 있다. 따라서 베트남이 보다 쾌적하고 지속가능한 국가로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보다 다양한 대중교통 수단을 확보하고, 오토바이 사용에 대한 규제 및 환경오염 문제 완화를 위한 정책적 대안 마련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호치민 개발 방향
이처럼 올바른 도시의 성장을 위해서는 충분한 인프라 구축이라는 수단과 도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목표가 항상 서로 맞물려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이곳은 ‘건강하고 올바른 성장’ 보다는 ‘개발’에 다소 치중되어 있고, 더욱이 개발의 대부분은 ‘부동산’에 치중되어 있어 다소 아쉬운 면이 있다. 개발자들은 건축물을 더 높이, 더 많이 지어 수익을 내기를 원하고, 투자자들은 그 부동산을 활용해 또 다른 수익을 창출하려 한다. 그러다 보니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환경 속에서 현지인들의 빈부차는 더욱 심각해지고, 알맹이 없이 껍데기만 성장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모습을 올바른 도시성장, 건강한 도시성장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 역시 70년대부터 시작된 개발 이후 수도 서울은 전세계가 놀랄 만한 모습으로 변화되었다. 하지만 끝이 어디인지 모르게 상승하는 부동산가격, 나날이 심각해 지는 환경오염문제, 세계 최고의 도시내 인구밀도 라는 결과를 보면, 우리는 빠른 경제부흥만을 지향했을 뿐, 정작 가장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고 지나온 것만 같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도시는 항상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즉, 경제적 부흥이라는 이점도 있지만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놓고 가는 무엇인가가 있다면 그것은 반드시 그 도시의 독이 될 수 있다. 현재 이곳 호치민에는 이미 많은 외국계 건설사와 건축업체가 들어와 있다. 건설과 건축, 빠른 속도의 개발행위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국과 많은 부분이 닮아 있는 호치민의 역사적 흐름, 경제성장 속도를 볼 때 우리나라에서 느끼는 씁쓸한 경제성장 이면의 그늘이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도 된다.
비록 나의 국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가 제2의 고향국가처럼 뿌리내리고 살아가고 있는 베트남 호치민이 더욱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조금은 속도를 늦추더라도, 무엇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개발해 나갈지에 대해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베트남 정부와 국민들이 개발과 성장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고, 보다 지속가능한 경제도시 호치민을 만들기 위한 목표 지향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