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November 22,Friday

한 주필의 베트남 특별입국 체험기

요즘 베트남이 점점 문호를 개방하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하긴 어느나라나 다 문호를 개방하여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있지만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코로나19로 문호개방을 망설이고 있는데, 베트남의 경우 새로운 확직자가 사라진지 오래라 이제는 슬슬 가장 긴밀한 경제파트너 국가를 대상으로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코로나로 발목이 잡힌 한국 경제인들의 베트남 특별입국이 시작되었다. 이런 특별 입국은 일반적인 입국과는 다른점이 많다.
입국허가는 어떻게 받는데? 하는 질문을 시작으로 비행기 예약은 어떻게 하나, 격리 호텔은 어찌 잡는데? 이번에 격리가 줄어든다 했는데 얼마나 줄어들었다 등등 알고 싶은 사항이 하나 둘이 아니다.
마침, 이번에 이런 특별입국을 직접 겪으며 들어온 본지 인사가 있다.
지난 4월 집안 일로 한국에 나갔다가 코로나사태로 발목이 묶여 있다가 이번에 특별 입국을 통해 10월 8일 베트남에 들어온 한영민 주필이다.
그가 이번에 소정의 절차를 거쳐 입국한 기록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기로 했다.
이 기록을 통해 특별 입국을 원하시는 한국 인사들에게 작으나마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하며 베트남 특별 입국 체험기를 시작한다.

이제 그만 베트남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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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22일 12시, 서울 종로구 인사동 빈 커피 카페

지난 여름 한국에서 한창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연이어 태풍이 몰아치던 8월 하순, 4명의 베트남 교민이 서울 종로구 인사동 근처 카페에서 모였다. 베트남 돈득탕 대학에서 자문을 맡아오다 귀국하신 김진철 박사를 비롯하여 베트남 현지에서 보일러 관련 사업을 하시던 이장우 사장, 베트남에서 현대 자동차 판매회사를 하시던 이웅진 사장과 씬짜오베트남 한영민 주필이 그 면면이다. 이들의 모임은 지난 달에 이어 두번째다.
이 모음의 성격은 호찌민의 시니어 골프회원으로 한국에 나와 있는 사람들 중에 수도권에서 지내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아쉬움을
나누는 자리다.
커피 한잔을 앞에 두고 낯선 한국생활에 대한 토로로 시간을 죽이다 밥을 먹고 당구 한 게임을 하고 돌아가는 것이 전부지만, 오랜만에 맛보는 고향살이에 지친 심신을 위로하는데
손색이 없었다.
“이제 슬슬 도로 들어갈 때가 되지 않았소들” 하는 소리가 누군가의 입에서 나왔다. 그날은 온통 그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다. 대부분 베트남에 아직도 생활의 터전이 있는 탓이다. 그렇다, 우리에게 베트남은 선택이 가능한 곳이 아니다. 필연적으로 돌아가야 할 삶의 터전이다.
이젠 들어가야 겠구나 생각한 것은 사실 그 며칠 전이다. 얼마전에 상공회의소를 통한 한국 기업인 베트남 입국이 호찌민 떤선녁 공항으로 가능해졌다는 소식을 들은 탓이다.
여전히 격리를 해야 하지만 그래도 북쪽 번동 공항이 아니라 호찌민 떤선녁 공항이라면 이제 들어가도 되지 않을까 하며, 아직 서성대는
한국의 마음과 딜을 하고 난 후,
8월 17일, 베트남에 있는 직원들과 업무 카톡을 나누면서 입국신청에 대하여 알아볼 것을 권했다. 그리고 여권과 거주증 양면을 사진
찍어 카톡으로 보냈다.

8월 21일 월요일, 입국가능합니다. 개별 입국신청

입국가능 상황을 알리는 소식이 들어왔다.
보고에 의하면, 그동안은 한인회나 한국의 상공회의소를 통해 베트남 정부에 단체로 입국 신청을 하여 들어오는 경우가 전부였는데, 이제는 그런 단체를 통하지 않고도 개별적으로 현지 베트남 회사의 초대장에 의거하여 베트남 회사 이름으로 호찌민 인민위원회에 입국신청을 하면 입국이 가능하다는 소식이다. 그리고 그날 개별적으로 호찌민 인민위원회 노동부에 신청을 이미 넣었다고 한다.
노동부 허가는 2주 후에 나오고, 그 다음
이민국과 보건국의 절차를 밟는다고 한다.
그러면서 하는 말,“좀 많이 기다리셔야 합니다. 신청하고 허가받는데까지 4-6주 정도 걸립니다. 그러니 10월 중순쯤 들어오셔서 아마 11월 1일부터 업무를 보실 수 있다고 예상하시면 될 듯합니다” 지금이 8월 21일인데 이제 신청을 하면 들어가는 데까지 거의 두달이 걸린다는 얘기다.
이제부터는 베트남의 일 처리에서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인내심을 발휘할 때이다.
잡지 편집팀과 얘기를 나누면서 이 참에 이번호 스페셜 리포트로 베트남 특별 입국절차를 안내하는 것으로 하자했고 그 덕분에 8월 30일 427호 씬짜오베트남에 베트남 특별 입국에 관한 절차 안내가 스페셜 리포트로 게재되었다.

9월 7일, 호찌민 노동부 입국허가서 발행

노동부 허가가 떨어졌다는 소식이다. 그 다음 보건국과 이민국 허가는 자동으로 진행되니 염려가 없지만 일단 또 2주정도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다.
노동부 허가가 떨어지며 허가된 입국가능일이 9월 30일부터 11월 25일까지라고 한다. 그 기간 안에 들어오면 된다는 소리다. 그러면서 하나투어에서 진행하는 아시아나 항공이 10월 8일과 13일에 있는데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8일날로 선택했다.

9월 26일, 최종 허가 완료 출국 확정

지난 8월 21일에 신청한 특별입국에 대한 허가가 보건국까지 나왔다는 소식이다. 신청일로 부터 한달 이상을 보내고 나서 전 과장이 끝났다. 베트남에 특별입국으로 들어가시길 원하시는 분들, 앞으로 점차 편해지고 좋아질 겠지만 일단 이런 지리하게 긴 허가 과정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이때까지 나의 특별 입국을 위해 베트남에 있는 내 회사에서 한 일을 보여주는 각종 서류를 담당한 기자가 나에게 알려준다. 이렇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은 모양이다. 그 서류는 초대장에 따른 보증 서약서, 보건국 허가서, 공안부이민국 허가서, 인민위원회 허가서, 격리 호텔 예약 확인서, 항공예약 확인서 등이다. 이런 서류를 보고나니 그동안 지난했을 과정이 익히 짐작이 된다.
그리고 이제부터 내가 한국에서 해야 할 일은 두가지다. 한가지는 PCR검사를 통한 코로나 음성 확인서를 출국 72시간내에 받는 것과 건강보험 증명서다.

그러니 모두 8가지의 공식 서류가 한 개인의 입국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건강보험 증명서는 보통 여행자보험을 받으면 된다고 한다. 그런데 얼마 기간을 받아야 하는가 물으니 6개월이면 충분하단다. 그래서 여행자보험을 신청하러 인터넷으로 삼성보험을 찾았다. 여행자보험은 2개월이
최대기간이고 그 이상 기간에 적용할 보험은 체류보험이라 한다. 이번 여행은 무조건 2개월은 넘으니 체류보험으로 들어가 신청을 하려 하니, 체류보험은 60세 이상은 가입불가라 한다. 이런 젠장, 다른 보험회사 모두 공통사항이다. 에잇, 모르겠다. 나중에 해보자 하고 덮었다.

10월 6일, 출국 이틀전, PCR검사

출국전 최종 관문이 남았다. 가장 중요할 수 있는 PCR 코로나 검사다. 당연히 거쳐야 할 이검사에서 혹시 양성이라도 나오면 출국이 무산되는 것은 물론이고 그동안 내가 다녔던 음식점, 병원 등 모두 문을 닫고 집안식구들도 몽땅 검사를 받아야 하는 등 난리가 난다. 생각하기도 싫다. 그런데 그런 난리가 날 수 있는 검사를 왜 해야 하는지. 베트남 회사에서 내 집 근처에서 해외 출국용 검사를 받을 수 있는 병원으로 최근에 오픈한 성남시의료원을 알려준다. 세상이 인터넷 덕분에 편해지기는 했다. 출국 72시간 전에 받아야 하니 이틀 전인 오늘, 검사를 하고 결과가 나오면 내일 서류를 받아가면 된다. 검사를 마치고 울렁대는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리는데, 오후 4시경 ‘음성’ 이라는 메시지가 뜬다.
감사합니다. 하나님.

10월 7일, 출국 하루전, 음성확인서 발행

침 일찍 치과에 가서 임플란트 이를 삽입했다. 한참을 다시 갈고 난리를 친다. 아마 모든 세상 사람들이 가장 피하고 싶어 하는 곳이 바로 치과일 것이다. 그러고 보면 치과의사들은 그 모진 세상의 왕따를 다 견디며 돈을 벌어야 하니 참 난감한 직업이다 싶다. 그리고 어제 PCR 검사를 받은 성남 의료원을 들려서 영문으로 된 출국용 코로나 음성 확인서를 받았다. 양식은 커버와 진료확인서로 나뉘는데, 잘 몰라서 둘 다 해 달라 하니 비용이 물경 2만 3천원 가량 나왔다. 한 장씩만 해도 되는데, 혹시 하는 마음에 3장씩 받은 탓인가? 그러고 보니 어제 코로나 검사에도 8만 5천원이 들었다. 자의적으로 받는
경우 검사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집에서 인터넷으로 여행자 보험 2개월짜리를 가입했다. 정확한 금액이 기억나지 않지만 약 10만원 정도 들은 것 같다. 인터넷으로 지불하면 이렇게 가격이 대충만 기억된다. 결론은 이 여행보험이 필수 요구사항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입국과정에서 아무도 이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이번 출국에는 평소와는 달리 과외비용이 엄청 많이 지불되었다. 참 나쁜 출국이다. 가득이나 비곤해진 지갑을…,

10월 8일 출국일, 공항에서의 새로운 해프닝

아침 10시 경 쿠팡에서 주문한 방역복이 도착함으로 모든 출국준비를 마쳤다. (이 역시 무용한 일이었다) 오후 3시, 조카가 공항까지 데려다 주기 위해 집에 도착했다. 평소에 이용하던 공항버스가 엄청 축소되어 시간 맞추기가 힘들어 조카에게 부탁한 것이다. 삼촌의 부탁에 쾌히,
어쩔 수 없이 끌려 나온,
조카 녀석, 덕분에 편한 출국길. 출국행 비행기는 아시아나인데 좌석은 비지니스로 끊었다. 이코노미와 비지니스 좌석 요금 차이가 크지 않았다. 이코노믹 800불, 비지니스 1000불 정도다 큰 맘먹고 대면 접촉을 줄이자는 타당한 이유를 들며 200불을 더 지불했다. 사실은 베트남에서 회사돈으로 지불해서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서늘한 출국장
공항에 도착하니 참 서늘도 하더이다.
마침 가을이 막 시작되는 계절이라 그런가, 인적없이 한가한 공항 모습이 마치 영화에서 보던 지구 종말의 한 장면처럼 을씨년스럽다. 체크인 카운터에 다가가니 나를 본 직원들이 그제서야 제자리를 찾는다. 근무태세로 ㅋㅋ.
한가하고 친절하고 다정하고 널널한 체크인, 코로나 검사 확인증을 보여달라는게 일반 체크인과 다른 점이다. 그리고 그 다음 과정, 늘 가장 불편하던 보안 통과, 역시 너무나 한가해서( 승객은 나하고 다른 한 명이 전부인데 열린 줄은 4개쯤 되었다) 일부로 천천히 하며 그동안 서둘렀던 것에 대한 소심한 보복을 하며 미소를 삼켰다.
출국장으로 들어왔다. 모든 면세점은 정상 운영되는 듯하다. 라운지로 향한다. 역시 한가한 라운지, 평소 늘 고개를 기웃거리며 빈자리를 찾던, 개인 칸막이가 있는 좌석도 널널히 비어있다. 그 자리에 앉아보니 그동안 만만치 않았던 출국까지의 과정이 떠오르며 맥이 풀린다.

보딩
비행기 안에는 고작 50여명 정도의 승객이 전부다. 비지니스에는 10명 정도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비지니스 좌석이 붐비는 셈이다. 식사 서비스가 없나 했는데 정상대로 서비스가 실행된다. 고마운 일이다. 그리고 저녁 10시가 넘어 호찌민 떤선녁 공항에 도착을 알린다. 이제부터 진짜 넘어야 할 마지막 관문을 앞두고 있다고 생각하니 절로 긴장이 올라온다.

 

베트남 떤선녁 공항 도착

앱 깔고 법무 통과하는데 1시간.
호텔 픽업맨 만나 나오는데 또 다른 한 시간.
떤선녁 공항에서 가장 시간을 끄는 일은 핸드폰에 베트남
건강 확인 앱을 까는 일이다. 이거 미리미리 알려주면 안되는 것인가, 항공사들 그리고 여행사들.
미리 알려주면 승객도 편하고 공항에서 일일히 이것을 확인하고 통과시켜주는 직원들도 편하고, 시간도 10분이면 될 일을, 이 앱에 대한 정보가 없어 현지에 내려서 그제서야 앱을 찾아 깔고 검사를 받으라고 족히 1시간은 보낸 듯하다.

그래서 제가 미리 알려드린다. Vietnam Health declaration 이라는 앱을 안드로이드 스토어나 애플 스토어에서 받아 깔고 인적 사항을 넣고 신고를 하면 QR마크가 뜬다. 물론 이 마지막 과정을 현지에서 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미리 깔아놓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QR마크 뜬 것을 직원에게 보여주면 과정은 끝난다. 그런데 문제는, 일단 내려서 법무통과 창구를 앞두고 줄은 서는데, 이 줄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조차 모른다는 것이다. 그냥 모두 줄을 서서 핸폰을 뚫어져라 바로 보고 뭔가를 하는 것이다.

참 황당한 일이다. 그래서 도대체 뭘 하라는 거니, 하고 옆에 있는 베트남 여성에게 물었더니 바로 그 앱을 깔라 한다. 아무런 안내문도 없고, 누가 가이드도 안해주고 그냥 눈치로 그들이 하는 것을 따라하는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니 참 답답한 일이다.
마침 비행기를 함께 탄 해병대 후배이자 신광비나를 운영하는 오명환 사장을 만났다. 그가 들고 있는 쪼가리로 된, 베트남어와 영어로 된 안내장을 그제서야 나눠보고 앱을 깔았다. 그런데 정보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몇가지 사안에서 넘어가지 않고 자꾸 걸린다. 거기 서성대는 직원을 불러본다. 못 들은 채 외면하고 도망하려는 인간을 붙잡아 세우고, 이게 왜 안 넘어가냐 하고 물었더니, 아마도 공항 인터넷이 느려서 그런 모양이다 하며 좀 있다 다시 하란다. 참 태평한 사람들, 존경스럽다.
그려, 그의 말이 맞았다. 좀 있다 다시 하니 넘어간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보내기를 하니 확인이 되며 QR 마크가 들어온다. 그걸 들고, 혹시 엉뚱한 터치로 다른 곳으로 넘어갈까바 벌벌 떨며 담당직원에게 내밀었다. 비로소 오케이다. 그리고 코로나 음성확인서를 달란다.
그걸 보여주니, 비자(거주증)가 있으면 법무 창구로가란다. 탱큐!!
비자가 없는 사람은 도착 비자를 받으러 비자 창구 앞으로 모여야한다. 미안한 마음이다. 법무 통과 창구에서는 초대장을 보여달라고 한다. 이번 입국과정에서 발행된 모든 서류를 전부 프린트하여 아예 서류 철을 만들어서 들고 왔다. 어떤 것을 달라는지 알 수 없어 서류철을 통째로 보여주니 지가 알아서 보고 넘겨준다. 그가 본 것은 베트남 회사가 발행한 초대장이었다.

이 서류철을 만들기 위해 한국 집에 프린터를 사서 설치했다. 모든 서류가 입국과정에서 다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두가지는 꼭 필요했다.
초대장과 코로나검사 음성확인서.

픽업맨들을 만나는 과정이 험난하다는 것은 상상이 안 간다만, 이번에는 그렇다.
짐 찾는 곳으로 내려왔다. 이때부터 또 다른 난국의 시작이다. 짐을 찾고 바로 나갈 수가 없다. 일정한 구석에 모든 승객이 모여있다. 한쪽에서는 방역복을 입은 베트남인 열 명정도가 모여 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 친구들이 각 격리 숙소에서 나온 픽업맨들이다. 이 픽업맨들은 절대 그들이 고객에서 다가와 묻지 않는다. 고객이 다가와서 자기들에게 묻기를 기다린다. 처음에는 모르고 그냥 기다리다 눈치를 보니 픽업맨들이 상전이다. 그래서 나도 그들에게 갔다.

“나 한영민이다, 홀리데이인에서 나온 사람있냐” 하니 그제서야 내 이름을 부르며 담당자를 찾는다. 한 친구가 자신이 들고 있는 서류를 보여주는데, 내 이름이 홀로 적혀 있다. 맞다 하니, 그곳에 표기된 성별이 여성(NU)으로 적혀있다며 나에게 불평이다. 이런 젠장, 그러니 이 친구는 내 나이가 된 여자를 자신의 승객이라고 생각하고 남성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은 것이다.
근데 그게 내 잘못이냐? 나에게 뭐라하게.
그런 해프닝을 거쳐 겨우 픽업맨을 찾았는데 갈 생각을 안한다. 왜 안 가야? 하니 뭔가 서류가 위에서 와야 하는데 그걸 기다린단다. 다행히 아까 앱을 깔 때 만난 오명환 사장을 다시 만나 얘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느라 지루함이 덜했다. 거의 또 다른 반나절이 지나서야 기다리던 서류가 왔다.
뒷문으로 도망치듯 빠져나와 차을 탓는데, 빠져나오기 전에 픽업맨이 자신이 별도로 들고 온 방역복을 건내고 입으라 한다. 내 방역복이 있다 하고 내 것을 입고 나왔다. (즉 방역복도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 아니다) 그리고 10분정도 달려서 홀리데이 인 호텔에 도착한 것이 새벽 1시다. 참고로 회사에서 이 픽업을 위해 지불한 돈이 4백만동이란다. 왜 이렇게 과다한 금액이 청구되었는지 아무리 감안하여 생각해도 이해가 안된다. 누군가 이런 픽업 사업으로 재벌이 되려나 보다.
10시 30분 경에 공항에 도착해서 2시간 이상을 보낸 후에야 호텔에 도착했다. 방을 배정받고 방으로 올라가는데, 짐을 트레이까지 옮겨주고 나보고 가져 가란다. 복도에는 자신들이 안 들어간다나. 이런… 결국 내손으로 무거운 짐 세개를 번갈아 가며 방으로 옮겨놓고 나니, 하나님 감사합니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 짐도 풀지않고 그냥 쓰러졌다. 한국시간으로는 이미 새벽 3시가 넘었다

10월 9일, 격리 1일차, 홀리데이 인 호텔

아침에 눈을 뜨고 그제서야 제대로 호텔 내부를 둘러본다. 방에서 나오지도 못하니 좀 큰 방을 예약한 듯하다. 넓은 유리 창은 있는데 문을 열 수는 없다. 그저 창밖 거리가 보일 뿐이다. 출근길 오토바이로 붐비던 그 예의의 사이공이 다시 등장한다. 오늘 식사는 이미 카운터에서 지들 임의로 정했다고 한다. 카운터에서 방문 키와 함께 넘겨받은 서류 뭉치에서 격리 안내장을 보았다. 방 구석에 잘 박혀 지내라는 소리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대충 읽었다.
안내장에 인터넷 연결이 나와있다. 전화기 2대와 노트북 그리고 태블릿 모두 4대를 인터넷에 연결하니 일단 세상과 접속이 된 듯하여 마음이 놓인다. 식사가 오지 않았을까 하며 문을 열어보니, 방 번호가 적혀있는 갈색 봉투 안에 아침식사가 배달되어 있다. 쌀국수와 빵이다. 그려 베트남의 시작을 쌀국수로 하는구먼.

내일부터 식사는 내가 정할 수 있단다. 식사 메뉴가 아시아식, 서양식으로 분리되어 있고 베지테리언을 위한 별도 메뉴가 있다. 식사를 넣어보낸 갈색 종이 가방에 먹고 난 플라스틱 그릇을 도로 담고 그 안에 원하는 내일의 식사를 적어놓은 주문 쪽지를 넣어 문밖에 내다 놓았다.
베트남 입성을 알려야 할 회사를 비롯하여 모든 지인들에게 연락을 한다. 한국에도 잘 도착했다고 알렸다. 집사람과 노모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이제부터 이곳에서 2주간을 보내야 한다. 방을 못 나간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밖에서 누가 지키나 봤는데 아무도 지키지는 않지만 각 문 앞에 의자가 하나씩 놓여있는 모습이 공연한 위화감을 주며 눈에 보이지 않는 감시자가 그 의자에 앉아 있는 듯싶다. 은근한 공포가 스미는 호텔 복도,
으시시 함.

10월 10일, 격리 2일차

아침에 잠이 깨지 않은 상태인데 호텔 카운터에서 전화가 왔다. 졸린 김에 받았는데 코로나 검사를 위해 나오라는 소리같다. 그래 알았어 하면 천천히 아침을 먹으면서 가만히 생각해 봤는데 잘 듣지 못해서 어디로 나오라 했는지 알 수가 없다. 다시 전화를 했다. 어디로 오라했냐?
3층으로 가란다. 아 그래 알았어. 아침밥을 다 먹고 3층으로 갔다. 방을 나오는데 저지하는 사람은 없다. 3층에 가니 책상 두개가 펼쳐져 있고 방역복을 입은 인간이 두명 앉아서 기다리고 있다. 네가 한영민이야 하고 묻더니 면봉을 목구멍과 콧구멍에 넣어 마구 돌린다. 내가 제일 늦게 나와서 좀 거칠 게 다루나 싶다. 아니면 아예 바이러스 취급을 하는건지 모르겠다. 그리곤 가란다. 간단해서 좋다. 다시 내방으로 돌아온다. 격리 안내서에 읽어보니 격리 기간동안 4번의 검사를 한다고 나와있다. 돈도 많네. 한 두번 하면 되지 4번 씩이나 해야 함?

10월 13일, 격리 5일차. 침대커버를 내가 왜 갈아야 하냐.

아침 식사를 받기위해 문을 열었는데 문 앞에 침대시트 이불 시트 베개 커버 그리고 타월 풀셋트가 가지런히 놓여있다. 말을 안해도 알겠다. 안내장에 나와있다. 5일마다 새로운 시트와 타월을 공급한다는 조항을 본 것 같다. 근데 내손으로 직접 바꾸는 줄은 몰랐다. 이걸 나보고 하라고? 하루에 15만원이 넘는 요금을 받으면서 이런 일을 손님에게 하라는, 참으로 배짱도 좋은 탁월한 정책이다.
아마 이 호텔은 이번 코로나 사태를 회사 부흥의 기회로 삼은 듯하다. 손 안대고 코풀기, 종업원 안 쓰고 손님 이용하기. 이게 말이 되는 일인지
모르겠다.
나와 같이 입국한 신광비나 오명환 사장이 연락이 왔다.
자신이 들어간 호텔 상황을 말해주는데 배가 아파 죽을 뻔했다. 빈증의 다이남이라는 호텔은 일단 요금도 하루에 450,000동으로 이곳보다 7배이상 저렴하다. 즉, 이곳의 이틀 숙박비면 그곳에서 2주일 다 지난다는 소리다. 그리고 그곳은 손님들에게 호텔 내부를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하고, 심지어 옥상에 운동할 수 있는 곳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호텔은 방에서 나오지도 못하게 하면서 방 청소도 안해주고 이런 커버 교환마저 손님에게 직접 일을 시킨다. 한편 이해를 하면서도 부화가 치미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과연 이 방법이 5성급 호텔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일까. 더구나 입국 72시간 전에 음성확인서를 받고, 호텔에서도 다시 코로나 검사를 받지 않았는가? 음성 결과가 나왔으면 우리를 이렇게 계속 바이러스 취급해야 하는가?
결국 운동 한 번 하는 것으로 치자 하고 모든 커버를 교환했다. 땀 좀 난다. 특히 이불커버 교환은 요령이 필요한 일이었다. 나중에 호텔에서 일해도 될 만한, 하지만 이 나이에는 안 배워도 될 요령을 스스로 터득했다.

10월 15일, 목요일, 격리 7일차 반환점을 돌았다.

누군가와 카톡을 하는데 이 호텔에서는 식당 정도는 나다녀도 되었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 새로운 사실인데. 그러고 보니 정작 한 번도 문 밖으로 나가려고 시도도 해보지 않았다. 내가 너무 지렛 겁을 먹고 스스로 알아서 긴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실제로 다닐 수 있는데 안 다녔다면 나중에 나의 멍청함에 얼마나 가슴을 칠까?
오케이, 그럼 내가 한번 시도해봐야지, 하며 아침을 먹고 샤워를 하고 옷을 입고 그위에 방역복을 더 입었다. 설마 방역복까지 다 입었는데 뭐라 하지는 않겠지 하는 위로를 하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로 내려가 보았다. 괜찮으면 한번 돌아볼 기대를 품고 말이다. 엘리베이터가 정지되고 내가 로비에 모습을 드러내자 로비에 앉아있던 남성- 복장이 직원 복장이 아니다- 눈을 크게 뜨며 다가와서 목소리를 높이며 왜 왔느냐고 아래위를 훑는다. 동시에 빨리 네 방으로 돌아가라고 위협하듯이 다가온다. 너무 여유가 없는 직설적인 반응이라 좀 당황스럽지만 그래도 점잖게, 여기 좀 돌아보면 안 되겠냐 하니, 물론 안된다. 빨리 네 방으로 올라가라고 또 소리친다. 빌어먹을 녀석, 왜 소리를 치냐 하며 눈으로 쏘아보다가 결국 엘리베이터를 다시 탔다. 에잉 기분만 상하고 돌아왔다.

10월 17일 토요일,
벌써 두번째 맞는 주말

외부의 지인들과 카톡을 나누다 끝날 때 하는 마지막 멘트, ‘주말 잘 보내세요’.
이런 속박의 공간에 있는 사람에게 주말을 잘 보내라는 것은 별로 위안이 안된다.
그래도 스스로 이런 환경에서 의미를 찾으러 노력해보자. 그려 오늘은 한국에서 가져온 짜장면을 만들어 먹자.
한 가지 조언을 할 것이 있다. 격리 기간 중 가장 요긴하게 쓰일 조리 기구가 있는데, 라면 한두 개를 끓여먹는데 적합하게 만들어진 전기냄비다. 사진을 첨부한다.

10월 18일 일요일, 누가 격리가 줄어든다고 했어? 개뿔

급기야 격리 마지막 주가 시작된다. 우리는 한 주를 월요일부터 시작하는데, 베트남에서는 일요일부터 시작한다 (그래서 베트남어로 일요일을 chu nhat, 주의 1번째 날이라 표기한다) 아무튼, 이번 주 6째날 금요일 아침 이 호텔을 나간다. 8일 체크 인하여 23일 체크아웃 이니 무려 16일만이다. 격리기간은 14일인데 실제 숙박은 15박 16일이다. 뭔가 손실을 본듯 억울하다. 더구나, 한국에서 출국할 때 쯤에 이미 격리정책을 바꾼다고 얘기가 돌았었다.
즉, 호텔 격리 5일 이후 음성판정이면 자가 격리를 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하여 입국 전에 이 호텔에 문의를 했었다. 그러니 이들의 대답은 아직 지시사항 내려온 거 없다. 혹시 나중이라도 변경되면 그에 따라 적용하겠다는 정치적 답변만 들었다. 하긴 호텔 입장에서는 이런 대박 손님의 숙박기간을 자의적으로 줄일 이유가 없다. 그러니 이미 지시가 내려 왔는데도 특유의 모름새가 작동할 수도 있겠다. 콤빗!(몰라)이라는 비장의 무기가 있지 않은가?
다음주 일요일에는 필연코 골프를 치러 갈테야 하고 야무진 결심을 한다. 그리고 담주 일요일에는 지금 이 생각의 결과로 골프장에서 공을 쫓아다니고 있겠지. 그리고 동시에 공이 안 맞는다는 생각을 하면 그 생각이 원인이 되어 연습장을 찾는 결과를 만들어 낼 꺼다.
그러니 알고보면, 우리의 삶이란 다 자신이, 자신의 생각이 만들어가는 물리적 형상일뿐이다. 그러니 지금 이 시간을 잘 보내야 한다는데, 이렇게 창밖만 멍하니 바라보는 행위가 원인이 되어 만들어낸 결과로 과연 유용한 것이 나올까? 잠을 자면 꿈을 꾸지만, 공부를 하면 꿈을 이룬다. 어느 책에서 본 문구인데… 앞으로 격리를 거쳐 베트남 입국을 하실 분들, 결코 짧지 않은 격리 기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미리 준비를 하시라는 얘기다. 혹시 압니까? 격리 기간에 만들어낸 귀한 아이디어로 대박 사업을 만들어 낼지.

10월 23일, 격리 마지막 날. 다른 호텔은 하루 먼저 나간다는데..

그래도 완벽한 평화를 제공 받았으니 감사할 일이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 생각하니 그동안 잠시라도 익숙해진 리듬과 작별해야 한다는 생각에 서운함마저 스민다. 2주일의 시간,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봐도 그 시간을 유용하게 쓰고 지나지는 않은 것 같다. 뻔히 알면서도 준비를 하지 않은 탓이다.
어제 마지막 코로나 샘플 체크가 있었다. 별 이상이 없으면 퇴거가 가능하다. 퇴거 일자를 최종 확인한 바로는 23일 금요일 아침 9시 이후에 나가도 된다고 한다.
나하고 같이 날 입국하여 빈증에서 격리하고 있는 오명환 사장이 격리하는 호텔의 경우, 여기보다 하루 전인 22일 오후 4시부터 가능하다고 한다. 숙박비는 밤을 보내는 것으로 계산할 터이니 이 호텔은 확실히 하루 숙박료를 더 받는 일정을 정한 셈이다. 소비자의 입장을 감안하지 않는다면, 호텔에서는 해볼 만한 일이긴 하다. 이것이 특별히 정부의 오더에 어긋난 일정이 아니라면 말이다. 아무래도 좋은 기억을 갖고 떠나기는 어려울 듯하다. 아니다 생각을 바꿔보자. 지난 2주간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평화롭고 완전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주지 않았던가. 아마도 살아생전 다시는 이런 완벽한 자유와 평화를 누릴 기회를 갖지 못할 거다. 그러니 그런 특별한 평화를 누릴 기회를 제공받은 것에 감사하자. 이렇게,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달라진다는 것은 이미 배운 지 오래지 않은가?
격리 2주간 동안 그나마 유용한 행위를 꼽는다면 바로 이 글을 쓴 것을 들 수 있을 듯하다. 이 글을 쓰면서 일정을 다시 리뷰하며 정리, 기록으로 남길 수 있어서 나 스스로에게도 고마운 일이고, 또 이것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더없이 감사할 일이다.
마침 오늘이 최종 편집 마감 일이니, 마지막까지 알차게 글을 쓴 셈이다. 그 역시 감사할 일이다. 또한 긴 글 읽어주신 우리 독자님들에게도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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