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상이 탄생한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 인긴 한데, 그 상태가 너무 생소하여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몰라 너무 당황스럽기만 합니다. 어쩌다 이런 일이 생겨났는지 정말 모를 일입니다. 분명한 것은 이 모든 것이 다 인간 스스로 부른 자업자득이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벌어졌는데 이 일은 지구 상 그 누구도 겪어 보지 못한 완전히 새로운 상황이니 어떤 대처가 적절한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선진국이라고 자부하던 여러 국가들도 우왕좌왕하며 혼란을 겪고 있으니 그보다 못한 나라들의 상황은 어떠한지 보지 않아도 짐작이 가능합니다. 국가가 중심을 못 잡으니 개인은 더욱 심란합니다. 그 누구의 조언도 존재할 수 없는 상황이니 그저 답답한 가슴만 끓어냅니다.
그저 코로나를 피해 집안에 박혀 티브이, 책이나 보면서 백신이 등장하여 코로나가 근원적으로 해소되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 정답이 아니겠나 하지만, 평생을 지구촌이 좁다 하며 싸돌아다니던 역마살 가득한 인간에게 그런 요구는 옥살이나 다름없는 가혹한 주문입니다. 이제 매사에 마늘님 눈치가 보이기 시작하는 모양새가 나오는 것을 보니 슬슬 인내의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뭐 더 이상 안달하지 말고 골프라도 열심히 치며 보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긴 한데, 베트남과는 달리 한국에서의 골프는 현실적인 제약이 많습니다. 동반자 구하기도 힘들고, 금전적인 문제도 마음에 걸립니다.
요즘 집에서 지내면서 집 사람과 가끔 근처 대형 식품점에 들려 쇼핑을 함께 하는데 집에서 필요한 일주일 분 식료품 구입비가 한 15만 원 정도 든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하루 필드에 나가 골프 한 라운드를 즐기는 비용이 20만 원을 훌쩍 넘으니 미안한 마음이 안 들 수 없습니다. 더구나 일도 안 하며 놀고 있는 주제에 말입니다.
그래도 한 달에 한 번 정도 기회가 닿으면 나가곤 하는데, 가능하면 비싼 정규 코스보다 금액이 저렴한 퍼블릭코스를 정해서, 한 라운드에 사용하는 금액이 일주일 식료품 비를 넘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결국 많은 시간을 집 안에서 골프채나 만지작 거리며 아쉬움을 달래 봅니다.
이왕 집에서 연습하는 거 좀 효율적으로 해보자는 생각에 퍼팅 매트를 구입해 들이고, 각종 골프 연습보조 기구와 체력을 키우기 위한 운동기구를 사들여 놓았는데, 문제는 이런 운동기구를 사놓기만 하고 제대로 사용을 하지 않으니 집사람의 짜증 섞인 푸념이 새어 나옵니다. “기구를 사놓았으면 운동을 해야지, 뭐야 이렇게 거실을 비좁게 만들고 말야.”
그런데 이미 하염없이 게을러진 몸뚱이는 눈에게만 운동을 시킵니다.
그것뿐인가요, 얼마 전에는 기타를 샀습니다. 한가한 시간에 통기타라도 치며 지낼까 하며, 젊은 시절 치던 생각에 사두었는데 고작 일주일 정도 만지작거리더니 또 처박아 둡니다. 그리고 그림 그리겠다고 캔버스를 비롯하여 각종 그림 도구를 잔뜩 사놓고는 가끔 가다 한 번씩 시도해봅니다. 그나마 그림을 그리는 것은 책상에 앉아 움직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이라 다른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듯합니다.
이렇게 뭔가를 해야겠다고 아둥대보지만 정착 메인 잡이 없는 상황에서는 어떤 사이드 잡도 다 헛 일 같아 보입니다. 그 아무것도 아직도 달리고 싶은 가슴을 뛰게 만들지 못합니다.
그런 마음을 달래기 위해 이번에는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명상 책을 잔뜩 사 들였죠. 덕분에 좋은 책들을 읽었습니다. 다행히 철부지 마음을 달래는데 쬐금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지친 마음을 쉬게 할 평화의 공간을 찾지 못했습니다.
여전히 무력한 인간의 한계가 드러납니다.
인간의 무력함을 느낄 때 성경을 펴봅니다.
세월을 아끼라, 때가 악하니라. (앱 5: 16)
요즘 같은 세월에 정말 귀하게 새겨야 할 말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성경에는 진짜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양식이 다 들어 있습니다. ‘세월을 아끼라’는 말은 정말 멋집니다. 시적인 표현이죠.
궁금했습니다. 세월을 아끼라는 동양식 표현을 만든 구절을 성경의 원어는 어떻게 서술하였나 보고 싶었습니다. 히브리어 원본을 볼 입장은 아니니 아쉬운 대로 영어 성경을 보았습니다.
MAKING THE MOST EVERY OPPORTUNITY, BECAUSE THE DAYS ARE EVIL.
모든 기회를 활용하라는 영어문장을 ‘세월을 아끼라’는 말로 번역하신 분은 시인이거나 천재이거나 할 듯합니다.
세월을 아끼라는 말은 시적인 표현만큼 덜 구체적입니다. 그런데 이 말씀의 앞절을 읽어보면 이 말씀을 구체적으로 부언하는 구절이 또 있습니다.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 미련한 사람같이 행하지 말고 현명한 사람같이 시간을 아끼며 살아라” 하는 말씀으로 그 뜻을 전합니다.
미련한 사람처럼, 보이는 것에 만 빠지지 말고 전체를 보고, 또한 현실의 난감함에 굴하지 말고 미래를 준비하며 살아가라는 말씀 같습니다.
이 난국을 보내는 모든 지구촌의 인간들에게 필요한 말씀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사실 아무리 이런 말씀으로 마음을 다잡고 심호흡을 크게 해 봐도 구체적으로 이 환난의 시기를 현명하게 보낼 마땅한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알았어, 다 알겠어. 정신 차리고 미래를 준비하겠는데, 그런데 어떻게? 어떤 일을 해야 하는데?
누가 정답을 내겠습니까? 각자 자신만의 답을 만들어 가야죠.
방법은 있습니다.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면 해답이 나올 수 있습니다.
현실은 결코 긍정적이진 않지만 이런 부정적인 상황 속에서 긍정의 부분을 찾아내는 것이 바로 행복을 찾아가는 길이라 믿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자유가 묶이고 행복의 수준은 바닥을 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고비를 넘기면 다시 자유롭게 여행을 하며 지낼 수 있는 기회가 온다는 희망이 생긴 셈입니다. 예전에는 그렇게 당연하던 자유가, 이제는 희망으로 등장하고, 그 희망이 이루어진다는 기대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오히려 이 상황에 감사해야 할 일입니다.
감사의 밭에는 불행이 자랄 수 없다고 하지요. 이런 코로나 사태에서마저 감사할 부분을 찾아낸다면 우리 곁에 행복은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이 환란의 시기는 단지 밝은 아침 햇살을 만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새벽의 어둠이라고 생각한다면 오히려 여유로운 미소를 던질 만하지 않을까요?
어려울 때 웃는 미소가 진짜 미소입니다.
인생이 잘 풀릴 때는 누구나 웃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어른이라면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도 웃을 수 있어야 합니다.
남쪽에서 태풍이 몰려온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압니다.
그 태풍이 지나고 난 후의 하늘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것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