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November 22,Friday

승부를 양보하는 아량

집 사람이 지난 호 <씬짜오베트남>을 받아보고 나서 한마디 던집니다. 하긴 그렇긴 합니다. 한국에 나와서 베트남에서와는 달리 골프와는 조금 멀어진 생활을 하다보니 골프에 관한 주제가 궁해진 탓입니다. 그러고 보니 적어도 골프 라이프에 관한한 베트남에서의 삶이 훨씬 풍요로웠습니다. 감사한 베트남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고마운 베트남에서 다낭을 중심으로 다시 코로나가 퍼진다는 뉴스에 가슴이 내려 앉습니다. 이제 곧 들어갈 수 있겠지 하며 기다려 왔는데 그 가능성이 더욱 멀어진 느낌에 마음이 우울해 집니다.
그에 더하여 요즘 한국은, 장마철 폭우에 태풍이 겹치며 엄청난 재해가 밀려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관민이 갖은 노력을 하며 코로나의 확산을 막고 있는 고달픈 상황에서 또 다른 재해가 밀려오고 있으니 참으로 난감한 일입니다. 폭우와 비바람이 몰아치는 밤을 보내면서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자연의 위대함에 어쩔 수 없는 두려움이 스며듭니다. 물이 이리 무서운 것이군요. 아마도 노아의 방주 때 상황이 이리 했을 것 같다는 공포에 소름이 돋아납니다.
노자의 글에 상선약수(上善若水) 라는 말이 있습니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말입니다. 물은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에 제공되는 절대의 선물입니다. 그런데 그 귀한 생명의 근원도 과하면 최악의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배우고 느낍니다. 아마도 자연은 우리 인간에게 더 이상 가지 말라는 경고와 함께 우리 인간이 저지른 자연 파괴가 이미 선을 넘었다는 엄중한 훈계를 하는 듯합니다. 이제 정말 우리 스스로 그 위험성을 깨닫고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귀한 자손들이 좀더 행복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가 할 일을 잊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그래도 요즘 한국이 위로가 되는 것은 시민들의 높은 참여의식으로 성공적인 방역을 하는 탓에 각종 운동 경기가 열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비록 아직은 관중들의 입장을 허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선수들이 자신들의 일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주말에 골프 경기 중계를 볼 수 있게 되어 많은 위로가 됩니다.
지난 주에는 신한 금융의 주최로 국내에서 뛰는 여자 골프프로들과 해외에서 뛰는 해외파 여자골프프로들이 팀을 이뤄 승부를 겨루는 단체 골프 경기가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전 세계를 주름잡는 한국 유명 여자 골프프로들 중에서도 최고의 기량을 가진 상급프로들만 뽑아서 팀을 이루고 그 기량을 겨루는 경기였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가슴을 설레게 하는 프로선수들의 자존심 게임을 지켜봤습니다.
결과는 한국 국내 프로팀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승리를 거두었습니다만, 참 멋진 경기였습니다. 특히 팀을 응원하는 선수들의 모습에서 그동안 긴장감이 흐르는 경기 중에는 절대로 볼 수 없었던 선수들의 솔직한 성격이 다 드러나는 듯하여 보다 더 인간적으로 프로들에게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밝은 성격의 김효주 선수의 발랄한 행동은 많은 사람들에게 미소를 머금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인상에 남는 게임은, 최종일 개인끼리 겨루는 경기의 마지막 팀으로 나선 김아람프로와 배선우프로의 게임이었는데, 마지막홀까지 올스퀘어로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18홀 그린에서 올라와 첫 퍼트를 마치고 두 선수 다 파 퍼트를 남겨 두고 있었습니다.
이미 팀의 승부는 그 경기의 승부와 관계없이 국내 리그팀이 이긴 상황이긴 하지만, 앞서 게임을 마친 모든 선수들과 대회 관계자들 그리고 방송 카메라까지 모두 마지막 홀에 모여 최후의 승부를 지켜보는 상황이라 만만찮은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두선수 모두 올 스퀘어에 2미터 정도의 마지막 파 퍼트가 두 선수의 승부를 가리는 극적인 순간입니다.
두 선수 모두 남겨놓은 거리가 비슷한데 조금 더 긴 듯 보이는 김아람 선수가 신중하게 경사를 읽고나서 침착하게 퍼트를 내밉니다. 라인을 타고 흐른 공이 홀 앞에서 멈칫하다 땡그랑 소리를 내며 홀 안으로 떨어집니다. 짐짓 미안한 미소를 짓는 김아람 선수에게 모든 관객이 박수를 보냅니다. 이제 모든 사람들의 시야는 배선우 선수의 2미터 여의 파 퍼트에 집중됩니다. 18홀 게임의 최종 승부가 이제 배선수 선수의 퍼트 하나로 결정됩니다.
마지막 홀 그린에 모인 모든 사람들은 과연 배선우 선수가 이 중압감을 어떻게 이기고 퍼팅을 할 것인지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긴장감이 극도로 올라가는 순간이었습니다. 당시 배선우 선수의 표정은 어떠했는지 카메라가 잡지 않아 모르긴 하지만 아마 자신에게 닥친 이 저주스런 퍼팅의 순간을 즐길 여유는 없었으리라 능히 짐작이 됩니다. 그 순간 많은 생각이 스치며 지나갔을 것입니다. 스스로 할수 있다며 자신감을 북돋워 보지만 미스에 대한 불안감을 쉽게 떨치기 힘든 애매한 거리의 퍼트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파 퍼팅에 성공한 김아람 선수, 천천히 홀로 걸어와 자신의 공을 집어 들고, 동시에 고개도 돌리지 않고 배선우 선수의 공 위치를 표시한 마크를 집어 들고 환한 미소와 함께 그 마크를 배선우 선수에게 넘깁니다. 기부를 준 것입니다.
와우! 사실 2미터 여의 거리라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퍼트였습니다. 더구나 배선수는 2홀 전에 그것보다 더 짧은 퍼트를 놓친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 있었던 탓에 더욱 그 퍼트가 부담스러웠을 것입니다.
김아람 선수의 그 행동은 그 장면을 숨 죽이고 지켜보던 모든 사람의 긴장을 일시에 풀어주며 안도의 한숨과 함께 마음의 평화를 안겨주었습니다. 정말 감사할 일입니다. 김아람 프로가 너무 사랑스러워습니다. 그녀의 선머슴같은 큰 덩치가 더 믿음직 스럽게 다가왔습니다.
예전에, 골프 역사상 최고의 위대한 골퍼로 추앙받는 잭 니콜라스가 미국과 유럽의 대항전에서 마지막 날 마지막 퍼팅을 그와 똑같이, 상대 선수의 마크를 집어 준 적이 있었습니다. 그것으로 아마 팀 승부가 비겼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당시, 그의 그 행동에 대하여 전세계의 매스컴과 팬들이 ‘승부를 양보하는 아량’ 이라며 뜨거운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와 같은 행동을 우리 한국 여성 선수인 김아랑 프로가 한 것입니다. 저는 이제 김아람 선수의 열렬한 팬이 되었습니다. .

재 한국 시니어 골프회 모임
지난 주, 재 한국 시니어 골프회원이 4명 모였습니다. 원래 종로 3가 근방의 문화재를 탐방하기로 하고 들릴 곳을 전부 수배하고, 관련자료를 프린팅하는 등 나름대로 준비를 했습니다만, 유감스럽게도 그날 서울 지방에 호우주의보가 내릴 정도로 많은 비가 내리는 바람에 실내에서 할 수 있는 당구게임으로 프로그램을 변경했습니다. 다음에는 꼭 가보자고 약속을 했는데 요즘 같아선 영원히 비가 그칠 것 같지 않아 걱정입니다.
뭐 그래도 언젠가 비도 그치고 따사로운 햇살도 비칠 것입니다. 비오는 날이 있으면 개인 날도 있는 게지요. 우리네 인생처럼 말입니다.
그전까지는 그저 하늘을 믿고 기다리는 수 밖에 없는 듯합니다.
오래 참으며 기다리는 것, 바로 성경에서 말한 사랑입니다.
성경의 사랑의 장이라는 고린더 전서 13장에 사랑에 대한 표현이 열거되는데, 그 첫구절이 “사랑은 오래참고” 입니다. 그리고 결론은 모든 것을 참고 믿으며 바라며 견디는 것이라 했습니다. 아마도 하늘이 우리에게 이런 시련을 통해 오래 참을 줄 아는 사랑의 심사를 심어주려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답답한 가슴을 이렇게라도 풀어내면 좀 위로가 됩니다.
속히 이 비가 그치고 따사로운 가을 빛이 내려 쬐일 쯤에는 다시 자유로운 여행을 허락하셔서 베트남과 한국을 편하게 오가며 정다운 사람들과 함께 사랑의 미소를 나누게 되기를 기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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