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종교가 꼭 필요한 것 일까?
종교의 본질은 인간 속에 ‘선한 것’ 이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종교의 역사도 같이 한다. 지구상에는 여러 다양한 종교들이 있다. 특히 우리가 살고 있는 베트남은 다종교국가로 통계상 몇 가지 종교와 신앙이 존재하는지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고 신앙체계도 복잡다단하다.
현재 외래종교로는 라오야오(Lão giáo;도교), 콩야오(Khổng giáo; 유교), 퍽야오(Phật giáo;불교 460만 명 – 4,8%), 팅쭈어야오(Thiên Chúa giáo; 천주교 560만 명 – 6,1%), 띤란(Tin lành; 기독교 734,168명) 등이 있고, 토속종교로는 까오다이(Cao đài 30.000명), 호아하오(Hòa hảo – 1,433,252명), 뜨엉히우응이어(Tứ Ân Hiếu Nghĩa), 터옹바또띠엔 (thờ Ông Bà Tồ tiên; 조상숭배교), 무슬림 (Muslim – 75,268 명) 등 그 외에 다수의 종교들이 현존한다.
전체 인구에서 불교가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천주교, 개신교 순이다. 하지만 베트남의 종교들은 매우 다양하며 명쾌하게 구별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자신을 불교도라고 말한다 해도 그는 유교와 도교원리 등 다른 종교를 믿고 있기가 쉽다. 즉, 다종교 융합 상태이다.
한편, 베트남인의 정신세계는 일반적으로 다원적인 성향이 강하다. 베트남인은 수 많은 마귀와 신 령이 존재한다고 느낄지라도 특별히 하나의 대상에 깊이 빠져들지는 않는다. 그들은 단지 영혼, 내세에서 의 삶, 각 신들에 대해 모호한 믿음을 지닐 뿐이다. 단지 병의 회복, 자식의 출산 등 현실적인 필요성에 따라 기도하며, 눈에 보이는 결과를 추구하는 그들은 단지 죽어서 저승에 있는 자의 삶이 편안하기를 바라 거나, 어떤 일에 성공하거나, 긴 여정에서 평안하기 위해서 신에게 기도한다.
종교가 무엇이든 대부분의 베트남 사람들은 고대로부터 영혼의 존재를 믿는다. 이 영혼들은 생물은 물론이고 무생물에도 깃들어 있으며, 사람들은 계속 그들의 기분을 맞춰주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런 믿음으로부터 수백 종의 미신과 의례가 생겨났다. 예를 들어 사업이 잘 안되면 베트남 사람은 골칫거리를 만든 나쁜 신령을 쫓아내기 위해 종이 조각을 태운다. 점성술, 흙 점. 사주 역시 일상 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베트남 사람들은 베트남 전쟁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죽었기 때문에 쉴 곳을 찾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영혼이 많다고 생각한다. 어쨌건 현지인들은 귀신을 존중하여 정성껏 제사를 지낸다.
터텅 (Thờ Thần : 귀신숭배)
터텅은 베트남민족의 탄생과 함께하는 가장 오래된 종교형태다. 베트남 사람들은 고대로부터 집 안팎에 다양한 신들이 살고 있다고 믿어왔다. 이들을 달래거나 섬기기 위해 흔히 족장이나 가장이 별도의 종교지도자가 필요 없이 독자적으로 집안의 각 신들과 조상들께 제사를 드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모 (Mẫu)신 숭배
모신 숭배 의식은 고대의 여신숭배(하이바쯩 자매 등처럼 존경받거나 경애의 대상이 되는 여성이 죽었을 때 흔히 신으로 추앙됨)로부터 기원했다. 중세시대에 모신은 절과 궁에서 숭배되었는데, 제도화된 종교가 아니라 민간신앙의 관습이었기 때문에 모신 숭배 의식은 불교나 가톨릭과 같이 체계화되지는 않았다. 다양한 숭배집단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여러 지방에서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참고로 모신 숭배 관습은 북부지방에서 기원했다. 남부 지방에서는 후에(Hue) 지역의 티엔이아나(Thien Y A Na)와 떠이닌(Tay Ninh) 지역의 린썬(Linh Son)과 같은 그 지역의 여신이 통합된 형태로 나타난다. 모신 신앙은 주로 도교를 비롯한 여러 다른 종교와도 영향을 주고받았다.
토꽁 (Thổ công : 지신)
집안의 수호신 토꽁은 악신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조상의 신주를 모신 옆에 반드시 토공의 신주가 있으며, 향로와 초, 음식을 두고 함께 섬긴다. 지신은 부엌을 주관하는 토꽁(Thổ công), 마당을 다스리는 토디어(Thổ địa), 자녀생산을 결정하는 토니(Thổ nhi) 등으로 세분되기도 하는데 조상의 기일, 매달 첫날, 보름 등 가장이 정한 날 공동으로 제사를 드린다.
텅따이 (Thần tài : 재신)
텅따이는 재물을 주관하는 신으로 가주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거나 취직했을 때 특히 정성을 다해 제사를 지낸다. 제단은 집안의 구석에 마련하여 술잔과 과일 상, 향로 촛대 등 올려놓는다. 매월 초, 보름, 기일 등에 향불을 밝힌다.
탄스 (Thánh sư : 가신)
가업을 주관하는 신으로, 민간에서는 응에스(Nghệ sư)라고 하기도 한다. 최초로 그 집안의 가업을 시작한 조상을 신으로 모시는데, 일반적으로 집안의 제단 가운데 조상신을 두고 좌우에 토지신과 가업신(때로는 초상화를 함께 놓음)의 신주를 놓고 제사를 지낸다.
탄호앙 (Thành hoàng : 성황신)
각 마을에서 가장 소중히 모시는 신이 바로 마을 수호신,탄호앙이다. 집안으로 치면 토지신과 마찬가지로, 마을로 들어오려는 악귀를 막아줄 뿐만 아니라 마을의 발전과 부흥에도 기여하는 신이다. 일반적으로 성황신을 모시는 장소로는 응애(Nghè : 초기 사당의 형태 빈푹성에 10군데 있다.), 딘(Đình : 마을공동체의 중대한 문제 해결을 위한 회의가 열리는 곳), 미우(Miếu : 딘보다 작은 규모), 덴 (Đền : 역사상의 인물로 신으로 추앙된 존재를 섬기는 곳-훙브응 사당 덴훙 : Đền Hùng 등이 그 예), 암(Am : 이름 없이 비명횡사한 자들을 위로하는 곳) 등이 있다.
다오라오 (Đạo Lão ; 도교)
순수한 도교주의자는 오늘날 베트남에 별로 없지만, 그 사상은 미신과 사람들의 믿음 속에 침투되어 있다. 도교는 중국에서 창시되었고 미덕과 비폭력, 동정심, 겸손함을 찬양한다. 또한, 오래된 정령신앙과 섞여 하늘과 땅에 있는 존재들 간의 신비로운 결합을 설명하고, 이것들이 불가사의한 힘을 통해 인간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한다. 딘띵호앙(Đinh Tiên Hoàng : 968-979)시절에서 리안똔(Lý Anh Tôn : 1138-1175) 왕조까지 크게 번성했다. 당시 도교 승려들은 타이꿍(thầy cúng), 팝스(pháp sư), 푸투이(phù thủy) 등으로 불렸다.
터꿍 또띵 (Thờ Cúng Tổ tiên : 조상숭배)
베트남인들의 조상숭배는 그 뿌리가 워낙 깊으며 오늘날에는 불교와 유교가 통합되어 있다. 베트남 사람들은 대가족, 심지어는 이미 죽은 가족까지 포함해서 매우 강한 가족적 결속을 유지하고 있다. 즉, 그들은 한 사람이 죽으면 그의 영혼은 자손들을 돌보고 보호해 주기 위해 계속 존재한다고 믿는다. 죽은 자는 가족과 함께 살 수 있고 가족들을 축복하며 꿈을 통해 가족에게 임박한 위험을 경고할 수 있고, 가족 중에 출산이나 결혼, 또는 병든 사람이 있을 때 조상의 영혼에게 마치 그가 살아있을 때처럼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
만일 영혼을 돌보는 일을 게을리하면 영혼은 길을 잃고 외로움 속에 죽은 자의 왕국에서 떠돌아다니게 된다고 생각해 조상이 사망한 날인 응아이요(Ngày giỗ)를 기일로 정해 그를 추억하며 제사를 지낸다. 참고로 조상의 제단을 방터또띵(Bàn thờ tổ tiên)이라 하며 집안 가장 중요한 장소에 향로와 신주, 기타 과일 상 촛대 등을 마련해 모신다.
호아하오(Hòa Hảo)교
호아하오교는 베트남 남부에서 기원한 불교에 바탕을 둔 신흥 종교다. 1920년 앙양성 호아하오 마을에서 태동하여 1939년 후인푸소가 창시하였다. 발원지인 메콩 강 삼각주 지역 허우양(Hậu giang)성 일대를 중심으로 대략 200만 명의 신자가 있다. 그의 가르침은 사원과 승려라는 중재자를 없애고 단수한 형태의 예배를 신봉하는 것이었지만 정치적·군사적 성격을 띠어 그는 죽임을 당했고 국가로부터 종파의 활동도 한때 금지되었다. 한편 교의로서는 불교를 기초에 두지만 참사람이 되기 위해 불법의 수행을 강조하는데 유교의 영향이 짙다. 또 선조공양이나 자연 신을 숭배하는 등 토착 종교와 융합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
까오다이(Cao Đài)교 – 高臺敎(고대교)
1926년 베트남 남부의 따이닌성에서 응오방찌우(Ngô Văn Chiêu)에 의해 창시된 혼합적 유일신 교로서 호아하오교와 함께 베트남의 양대 신흥종교다. 세계 5대 주요종교인 유교, 불교, 기독교, 도교, 이슬람교의 신앙을 절충하여 만들어졌다.
까오다이란 높은 곳이라는 뜻으로 신이 지배하는 천상의 영역을 뜻한다. 1개의 거안 신의 상징으로서 숭배한다. 1917년 껀터시 부근의 사원에서 열린 강신술회에 참석했던 프랑스·인도차이나 총독부의 하급관리 응오반찌우가 까오다이 상제를 지상신으로 믿는 종교적 경지로 높여, 친구들에게 1개의 거안을 신의 상징으로서 예배하게 함으로써 시작되었다.
신자는 약 200~300만명으로 추산된다. 교의에서는 기독교적인 요소, 특히 성직자의 계급제도를 채용하고 있으며, 가톨릭의 요소로서 예로부터의 정령숭배의 요소도 포함되어 성인의 반열에는 잔 다르크, 나폴레옹 등의 여러 인물들이 올라 있다.
따이닌성의 까오다이 사원은 두 개의 높은 탑이 사원 좌우로 높게 솟아 있고, 1층 벽에는 신이 내린 삼각형안의 눈이 사원 곳곳에 새겨져 있다. 사원의 왼쪽 탑은 여성, 즉 까오다이교 최초의 여성 추기경 람흐응( Lam Huong)을 상징하고, 오른쪽 탑은 남성, 즉 최초의 교황 레반쩡 (Le Van Trung)을 상징한다.
종교행사는 오전 6시, 정오, 오후 6시, 자정에 열린다. 당일투어로 따이 닌을 방문하면 종교행사(정오)를 관람이 가능하다.
이슬람교 (Muslim)
전체 인구의 0.5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이슬람교도는 대부분이 남부와 중부 베트남의 주요 도시에서 거주하며, 이 지역에서 이슬람 회당인 모스크를 볼 수 있다. (신자는 소수종족인 짬족이 대부분)
이슬람교는 원래 아랍 상인들이 들여왔는데, 베트남에서의 신앙생활은 순수한 형태는 아니고 정령숭배와 힌두교가 섞여 있다.
다오퍽 (Đạo Phật : 불교)
팃까모우니(Thích Ca Mâu Ni;석가모니)를 숭배하는 이 종교는 2세기에 들어와 7~15세기까지 번성했다. 베트남에는 두 가지의 주요 불교 종파가 있는데 이중 가장 큰 것은 대승불교로서 이는 중국과 일본에서 발달하였으며 베트남 북부지방에서 강세를 떨치고 있다. 나머지 하나는 테라바다라는 소승불교의 일종인 상좌부 불교로, 크메르를 통해 베트남에 들어온 좀 더 순수한 형태의 불교이며 주로 남부지방에서 발견된다. 불교는 베트남의 전통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불교는 2세기에 베트남에 처음 들어와 11세기 리 왕조(Ly dynasty)때 전성기를 이룬 뒤 조정의 대소사에 관여하는 공식적인 종교로 간주하였다. 불교는 대중들에게 널리 전파되어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많은 영향을 주어, 전통문학과 건축물에서도 불교의 영향이 다양한 형태로 남아있으며, 이 시기에 수많은 탑과 사원들이 건축되었다. 14세기 말 불교는 쇠퇴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불교의 이념은 베트남 사회와 문화에 매우 강하게 남았다. 현재 베트남 인구의 70% 이상이 불교도이거나 불교적 관습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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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베트남은 54개 종족이 어울려 사는 다민족 국가답게 종교 역시 다종교융합상태로 상당히 뿌리가 깊고 복잡한 반면, 상대편 종교에 대한 반발심이나 배타성이 없고 서로 평화롭게 공존한다. 한편 베트남정부 역시 사회주의 국가지만 종교정책에 있어 비교적 관대한데, 그 이유는 각 종교는 저마다 특색이 있고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들에게 박애, 예절, 봉사, 헌신, 효도, 협동심 등을 심어 주는 데다 국가적인 위기에 처했을 때 각 종교 지도자들이 단합된 힘을 발휘하여 국난을 극복하는데 크게 기여해왔다고 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