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그리고 공포
세계 보건 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에서는 3월 14일, COVID-19을 공식적으로 국제 전염병으로 선포하였고, 전 세계 국가들의 협력을 권고하였습니다. 일찍부터 시작된 베트남의 휴교령, 그 한 달 반 동안, 부모님들도 언제쯤 평범한 일상을 시작할 수 있을까 매일 주말마다 교육청의 공문을 기다렸습니다. 불행히도, 이 바이러스와는 이제 워밍업의 시기는 끝나가고 본격적인 전투에 돌입해야 할 듯합니다. 이곳 베트남도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휴교령은 더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공포감에 휩싸인 세계 사람들이 제일 먼저 시작한 것은 사재기였습니다. 하노이에서 늘어나는 확진자 때문인지 온라인상에서는 마트에 길게 줄을 선 베트남인들의 사진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나도 당장 뭔가를 사다 쟁여놔야 하나 하는 불안감도 엄습해 옵니다.
그런데, 멀리서 한국을 바라보니 그런 걱정이 조금은 잦아듭니다. 한국은 이미 수천 명의 확진자를 컨트롤하면서 높은 수준의 질병 관리 능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진단키트와 백신 등의 발 빠른 대처를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수준 높은 한국인들은, 사재기는커녕, 사회 구성원으로서 해야 할 자신들의 역할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죠. 의료진들이 자원해서 대구 지역으로 가서 힘을 보탠다던가, 재난 현장에는 기부금이 이어지고요. 전국에서 대구로 이어지는 앰뷸런스의 행렬들, 공무원들을 위한 도시락 기부, 마스크 5부제 실시 협조, 심지어는 천 마스크를 직접 만들어서 나누는 활동까지 합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무료한 감금 생활을 위한 400번 저어 만드는 달고나 커피나 1000번 젓는 오믈렛이 유행하고 있답니다.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가 달고나 커피 도전하시면서, 한국인은 일 안 하면 못 사는 민족인가라고 하셔서 오래간만에 크게 웃었습니다. 한국인들의 취미는 ‘위기 극복이다’란 말을 많이 합니다. 이 짧은 문장에는 고단하고도 다이내믹한 한민족의 역사를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