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계획투자국(MPI)에 따르면, 2019년 12월 기준, 베트남은 지난해보다 7.2% 증가한 미화 380억 달러(약 44조4천억 원)의 외국인 직접 투자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는 지난 10년간 최대 투자액으로 125개 투자국 중 한국이 총 투자액 미화 79억2천만 달러(약 9조2천억 원)로, 전체 외국 투자 자본의 20.8%를 차지하며 여전히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투자 분야는 역시 베트남의 젊은 노동력 덕분에 제조 부분이 64.6%의 높은 비율로 1위이고, 그 뒤로 부동산(10.2%) 분야가 차지하고 있다. 1억 가까운 인구를 가진 베트남을, 풍부한 노동력의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매력적인 소비시장으로 보는 투자자도 많아졌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제조업뿐만 아니라 도소매, 물류, 전자상거래 분야도 베트남에 많이 진출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투자 중심이 호찌민에서 다낭, 하노이와 인근 북부로 이전하는 추세인 것도 참고할 부분이다. 이에 한국 투자자가 알아두면 좋을 베트남 신규 법규와 개정 동향에 대해 정리하였다.
지역별 최저임금
지역별 최저 임금 인상에 대한 시행령(decree 90/2019/ND-CP)에 따라 2020년 1월 1일부터 전년도 대비 평균 5.5% 정도 인상되었다. 직업 훈련을 완료한 근로자와 같이 숙련된 근로자에게는 지역별 최저 임금 보다 7% 이상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노동법
개정 노동법(law 45/2019/QH14)이 2021년 1월 1일부터 발효된다. 베트남의 고질적 문제 중 하나가 신법이나 개정법은 발효되었는데 하부 규정이 없어 상당 기간 혼란을 겪는 것이다. 이번에는 꼭 발효일 전까지 개정 노동법 시행에 필요한 하부 규정이 모두 제정되기를 바란다. 현 노동법(law 47/2014/QH13)과 비교해 주요 변경사항은 다음과 같다.
• 수습기간 관리자(manager)에 대한 수습 기간은 180일까지 가능(현 노동법상 업무 지식 필요에 따라 최대 60일). 한 달 미만의 근로자는 수습 기간이 없음.
• 근로계약서 전자 근로계약서도 근로계약서로 인정. 12개월 미만의 계절적 작업에 대한 근로계약 형태를 삭제하고, 유한 계약(최대 3년)과 무한 계약의 두 가지 형태만 가능. 부속 계약을 통한 유한 계약의 연장 삭제. 그러나 고령 근로자와 외국인 근로자와는 여러 번의 유한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있음(현 노동법상 최대 2회)
• 초과근무 시간 1개월 최대 40시간으로 증가(현 노동법상 30시간). 1년 300시간(현 노동법상 일반적인 경우 200시간, 정부가 규정하는 특별한 경우 300시간)
• 공휴일 9월 2일 베트남 독립기념일 전후로 1일 추가
• 급여지급 15일 이상 급여 지급이 지연될 경우에는 지연 이자를 지급해야 함(현 노동법상 급여 지급 지연은 최대 1개월).
• 근로계약 해지 근로자가 거짓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와 5일 이상 연속으로 정당한 이유 없이 결근 시 고용주가 일방적으로 근로계약 해지 가능
• 정년(停年) 2021년부터 점진적으로 상향하여 남성은 2028년에 62세, 여성은 2035년에 60세로 연장함. (현 노동법상 남 60세, 여 55세)
그 밖에도 ‘여성 근로자에 대한 특별 규정’에 ‘양성평등’을 추가하였고, 임신과 육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업무에 남성과 여성 구분을 없애는 등 남녀 차별 완화를 위해 고심한 모습이 엿보인다.
노동 허가서
현 노동법에서는 노동허가 연장에 대한 횟수 제한을 두지 않았는데 2021년 1월 1일부터 발효되는 개정 노동법(law 45/2019/QH14)에서는 노동 허가의 연장을 1회, 최대 2년만 허용하여, 1회 연장 후에는 다시 새로 노동 허가를 받아야 한다.
비자
외국인의 출입국, 환승 통과 및 거주에 관한 개정법(law 51/2019/QH14; 이하 “개정 출입국법”)은 해외투자유치와 국가안보의 균형 그리고 투자 규모에 대해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개정 출입국법이 발효되는 2020년 7월 1일부터 출입국 관리가 비교적 쉬운 해안 경제구역에 한해 외국인의 30일 무비자 입국이 허용된다. 또 투자 액수에 따라 유효한 기간이 다른 다양한 종류의 비자를 발급한다.
현 출입국법하에서는 베트남에 입국한 후 비자의 종류를 변경하려면 일단 다른 나라로 출국했다가 재입국해야 한다. 그러나 개정 출입국법에서는 외국인 투자자와 그 가족, 전자비자로 입국하거나 베트남에서 취업한 외국인이 베트남 내에서 취업비자 등으로 방문 목적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여, 외국인이 베트남에 체류하며 투자 기회를 검토하거나 직장을 구하는 것이 쉬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
2018년 가을에 미화 100달러의 불법 환전을 한 금은방에 1억8천만 동(약 900만 원)의 벌금과 받은 100달러를 압수하고, 환전한 사람에게는 벌금 9천만 동(약 450만 원)을 부과하고 환전한 230만 동을 압수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과도한 처벌에 대한 논란이 있었고 결국 벌금부과를 철회하였다.
이것이 시발점이 되어 화폐와 은행 부문에서 발생하는 위반에 대한 행정 처분에 관한 개정 시행령(decree 88/2019/ND-CP)이 2019년 12월 31일부터 발효되어, 미화 1천 달러(약 116만 원) 미만의 불법 환전은 경고 조치만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또, 구시행령(decree 96/2014/ND-CP)에서 일괄적으로 부과했던 8천만~1억 동(약 400만~500만 원)의 과태료도 이제는 불법 환전 액수에 따라 차등 적용하면서 완화되었다.
또, 상품 ∙ 서비스 가격의 표시와 계약가(契約價)의 외화 표기와 관련해 베트남 법상 베트남 동으로만 표기해야 하는데 이를 위반한 경우에 대한 처벌 수위도 기존 2억~2억5천만 동(약 1천만~1천2백만 원)에서 3천만~5천만 동(약 150만~250만 원)으로 완화되었다.
채권추심
소비자 대출에 대한 베트남 국영은행(SBV)의 시행세칙(circular 18/2019/TT-NHNN)이 2020년 1월 1일 발효되어 불법 채권추심에 관한 규정이 강화되었다. 이에 따라 채권 추심자가 채무자의 친척 등 관계인에게 채무자의 채무 내용에 관한 사실을 알리거나, 채무를 변제할 법률상 의무가 없는 채무자 외의 사람에게 채무자를 대신하여 채무를 변제할 것을 요구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금지하였고, 아침 7시에서 저녁 9시 사이에만 하루 최대 5회까지만 상환 촉구를 할 수 있게 하였다.
전자지갑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베트남 설 연휴 전에 ATM기 앞에 현금을 찾으려는 긴 줄을 쉽게 볼 수 있었지만, 현재는 이런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다. 이런 변화는 아마도 디지털 콘텐츠를 빠르게 받아들이는 베트남의 젊은 인구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 싶다. 최근 몇 년간 베트남의 전자상거래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였고 이와 함께 디지털 결제 서비스 시장도 급격히 커졌다. 베트남 중앙은행(SBV)에 따르면 이미 다수의 전자 지갑(e-wallet) 서비스 회사가 허가를 받았다. 전자 지갑 사용과 관련, 개인의 거래 한도 제한에 대해서 여러 논의가 있었는데, 비현금 지급의 활성화와 편리함 등의 장점과 자금 세탁, 테러 자금 조달, 사기 등의 부작용을 고려하여, 2020년 1월 7일부터 효력을 발생한 SBV의 시행세칙(circular 23/2019/TT-NHNN)에서는 개인의 전자지갑 월 거래 한도를 1억 동(약 5백만 원)으로 제한하였다.
세금
2020년 7월 1일 새 조세 행정법 (law 38/2019/QH14)이 발효되면 관련 감사와 세금징수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과세 당국에 의한 회계감사(audit)는 특정 사안에 중점을 두고 기간도 긴 세무감사(tax inspection)와 넓은 사안이나 예외적인 사안을 짧게 보는 세무조사(tax examination) 두 가지 형태로 진행된다. 과세 당국의 결정에 이의 제기를 하는 경우에도 현재와 같이 우선 전체 결정 세액, 가산세(penalty)와 지연금(late payment interest)을 지급해야 하지만 만약 인용될 경우(기업 승소)에는 과세 당국에 환급액에 대해 일 0.03%의 이율을 요구할 수 있다.
세계 경제의 글로벌화와 베트남 전자상거래 시장의 빠른 성장으로 인해 베트남의 소비자가 해외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제품을 직접 구매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동법의 전자상거래 관련 조항은 2022년 7월 1일부터 효력을 발생하는데, 베트남에 설립된 회사 없이 해외에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베트남에서 수입을 얻는 전자 상거래 회사도 베트남에서 납세 등록하거나 다른 법인에 이런 권한을 부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상품 판매와 서비스 제공을 위한 전자 세금계산서에 대한 시행령(decree 119/2018/ND-CP)에 따라 2020년 11월 1일부터는 전자 세금계산서(e-invoice) 제도가 모든 기업에 적용된다. 현재 사업자가 보유하고 있는 미사용 종이 세금계산서는 2020년 10월31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부동산
3년 전 필자의 사무실 바로 옆에 콘도텔(condotel) 분양 사무소가 생겼다. 콘도미니엄과 호텔의 조합인 콘도텔은 개발회사가 투자자에게 객실을 분양하여 내가 호텔처럼 사용하거나 내가 사용하지 않을 때는 개발관리회사가 임대하여 수익을 창출해 투자자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숙박시설이다. 그 분양 사무소에서는 오후 2시만 되면 똑같은 음악을 크게 틀면서 방문객들에게 프레젠테이션을 하였는데, 몇 개월 후에 나도 모르게 그 음악을 흥얼거리는 것을 보며 실소를 했던 기억이 난다. 도대체 뭘 하길래 매일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지 궁금하여 필자도 그 프레젠테이션에 참석한 적이 있다. 다낭(Da Nang), 냐쨩 (Nha Trang), 푸꾸옥(Phu Quoc)의 콘도텔 분양과 타임쉐어 패키지에 대한 것이었다. 프레젠테이션에 참석한 후 관련 법률 검토를 해보니 콘도텔은 주택법(law 65/2014/QH13)의 적용 대상이 아니고, 이런 유형의 부동산에 관한 명확한 법률 규정도 없었다. 따라서 개발회사가 콘도텔을 건설하고 운영하는 것에 대한 법적 근거도 불명확하고, 소유권 증서(일명 핑크북) 발행이 어려워 구매자의 소유권조차 개발회사와의 계약서로만 증명해야 할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도 한동안 아파트 구매 열풍과 함께 콘도텔 투자도 활발했다. 그러다가 작년 다낭의 콘도텔을 분양한 엠파이어 그룹이 자금난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수익배당을 할 수 없다고 발표하고, 냐쨩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면서 콘도텔 시장이 급속히 얼어붙었다.
이런 일련의 사건 때문에 2019년 12월 말에 건설부에서는 콘도텔 표준을 발표하고, 콘도미니엄 운영관리에 관한 규정도 제정되는 등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르면 콘도텔과 오피스텔은 최소 25m2 이상의 면적이어야 하고, 오피스텔은 9m2의 최소 작업 공간과 주방 배치가 없어야 한다. 빠른 시일 내에 콘도텔, 리조트빌라, 오피스텔 등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여러 형태의 부동산에 대한 법적 틀이 마련되어 분쟁이 해결되고 베트남 부동산 시장에 전화위복 (轉禍爲福)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