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한 새해. 하지만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는 온 세계를 강타했습니다. 1월 발병이 시작된 이래, 약 두 달간 전 세계 약 3만 명의 확진자가 확인되었고, 앞으로 계속 증가할 모양새입니다. 그리고 베트남에서는 역사상 유례없는 국내의 모든 학교들과 교육 센터가 한 달 넘게 휴교를 한 상태입니다. 모든 교육기관이나 학부모, 학생들 모두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지만, 거의 대부분의 국제 학교들은 온라인 수업과 숙제 등을 통해서 학생들의 학습관리를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혹자는 지금 같은 상황이 온라인 학습의 시험장이 될 것이며, 미래의 발전 가능성을 예측해 볼 수 있다고들 하는데요.
글을 쓰고 있는 필자도 몬테소리 국제 유치원을 운영하면서, 집에서 하루 종일 힘들어할 부모님과 아이들을 위해서 온라인 학습자료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가이드라인이 없는 유튜브나 장시간 TV 노출의 부작용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하는 그야말로 눈물겨운 한 달을 보냈습니다. 커리큘럼을 영상화하고, 워크싯으로 문서화한다는 게 쉽지 않은 작업이었지요.
코로나 바이러스는 왜 이렇게 떠들썩하게 세계 무대에 등장했을까요?
문득 사스나 메르스 때의 기억을 더듬어 봅니다. 아래 동아일보에 간단히 세 개의 전염병에 대한 비교를 해본 게 있어서 살펴봤는데요. 확진자나 치사율 등을 비교해 봐도 제일 약한 것이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보이는데, 우리는 마치 생화학 무기 전쟁을 치르듯 온몸으로 타격을 맞고 있습니다.
옆 베트남 직원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그전 사스 때는 베트남의 분위기는 어땠어요?’, ‘그게 벌써 18여 전이예요. 여긴 인터넷도 잘 안되는 시기라 대부분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몰랐을걸요.’ 아, 그렇겠네요. 말이 됩니다.
2020년, 전 세계는 실시간으로 소식을 듣고 공유하는 스마트폰 시대에 살고 있으니까요. 우리는 더 빨리 대응하기도 하고, 더 많은 공포심을 느낄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확실한 것은 전 세계의 질병 관리 능력은 해마다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죠. 덧붙이자면, 베트남도 위생 관념에 대해 전 국민적 자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고요.
2018년에 빌 게이츠의 TED 강연 “ The next outbreak? We are not ready.” 이 다시 한번 생각납니다. 빌 게이츠는 2014년 아프리카에서 일어난 에볼라 전염병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가 생각한 미래의 가장 두려운 상황은 핵 전쟁이었는데, 사실은 현재의 세계 재앙은 바로 전염력이 매우 강한 바이러스라는 것이지요.
앞으로 몇십 년 안에 몇 십만 명의 인류가 죽는다고 한다면 그건 미사일이 아니라 미생물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그리고 과학자가 예언한 그 시기는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코로나 바이러스는 또 한 번 우리에게 숙제를 던져줍니다. 미래의 인류는 의료 시스템에 대한 투자와 대비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임을 말입니다.
무려 한 세기가 넘는 시간에도 불구하고, 학교의 모습은 줄어든 아이들의 숫자 외에는 거의 달라지지 않은 것처럼 변화가 미비합니다. 조금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네요.
앞으로 교육에서도 AI 선생님이 등장할 것이고,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교육의 평준화와 계속해서 일어날 것입니다. 부도덕하거나 무능한 선생님이나 학교 폭력을 피할 수도 있겠고, 친구들과 쉬는 시간마다 전력 질주로 매점을 섭렵했던 학창 시절의 추억도 가질 수가 없겠지요. 온라인 학습도 날로 발전을 거듭해서, 예전의 일방향 비디오 플레이가 아닌 양방향/다방향 학습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미국 학교의 반 이상이 사용한다는 한 학습 앱의 형태를 보면, 숙제를 제출할 때도 다양한 미디어 기능을 사용해서 소통에 활용하고 있는 것을 봅니다.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 편집하고, 토론에 필요한 자료들을 모으거나, 리포트 작성해서 발표를 하는 능력들은 예전 세대와는 비교할 수 없이 빠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얼마 전, 큰 딸아이의 숙제를 본 적이 있었어요. 매일 운동하기라는 과제였는데요. 딱 일주일 동안 줄넘기 2000개 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서 2분으로 편집을 하더군요. 매일 다르게 옷을 입고, 매일 목표 시간을 기록해서 100배 빠른 타임랩을 사용해서 만들었는데, 비슷한 영상이 반복돼도, 계속 보게 되는 이상한 중독성이 있는 비디오가 탄생하였습니다. 아이가 만들면서도 재미가 있고 목표도 생겨서 꾸준히 일주일간 운동을 지속하였고, 이를 다른 친구들과 공유하면서 또한 즐거워합니다.
교육도 시대에 발맞춰 변화해야겠지요. 유아교육과 방법은 어떻게 발전해야 할까, 깊은 고민을 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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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Saigon Montessori International Kindergarten Director
현 Vietnam Montessori Institute Founder & Director
국제 몬테소리 교사 (MIA), MIA 및 PNMA 멤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