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호찌민 시니어 골프회에서 지난달 폐암으로 사망한 태광산업 박연차 회장을 기리기 위한 조문 골프대회가 열렸습니다. 50여 명의 시니어 회원이 참여하여 박 연차회장과의 인연을 상기하며 그의 망자의 명복을 기원하며 골프대회를 마쳤습니다. 이날의 골프를 마친 후 가진 자리에서 유재목 호찌민 시니어 골프회장은 조사를 통해 박 연차회장이 보여준 골프사랑과 시니어 회원들과의 인연들을 언급하며 귀한 분이 아직 한창 일할 수 있는 나이에 돌아가신 것이 안타깝다며 애도를 표하고 더불어 동 연배의 시니어 회원들의 건강 관리를 당부하였습니다.
정산 골프장에서도 이런 행사에 대하여 감사의 마음을 표하며 박 회장의 뜻을 기려 시니어 회원에 관한 혜택이 지속될 것이며 앞으로도 더욱 많은 골퍼들이 즐겨 찾는 골프장을 만들어 박회장이 이루고자 한 베트남 최고의 명문 골프장으로 나아가도록 노력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요즘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세상이 흉흉합니다. 민심이 흉흉하다는 느낌을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지난 주 하노이를 다녀왔는데 늘 만석이던 하노이 호찌민 비행기가 한가한 정도이니 다른 곳은 일일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한산합니다.
그런데 이런 바이러스에 전혀 개의치 않고 늘 손님으로 붐비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골프장입니다. 이번 바이러스 영향으로 골프장도 좀 한산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기대와는 달리 골프장은 이 시기에 더욱 부산한 듯합니다. 아마도 모두 저와 같은 역설적인 기대로 골프장을 더욱 자주 찾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요즘은 이런저런 사연을 핑계로 열심히 공 치러 다닙니다. 이렇게 자주 나가는 시기를 통한 실력 향상을 기대하지만, 골프가 기대에 부응하는 경우는 거의 로또 당첨 수준의 확률인 듯합니다. 평생 복권 한번 사지 않고 살던 인간이 골프에서 그런 행운을 기대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니, 성적은 포기하고 맘 편하게 필드를 거닐다 보니 이제 골프장에서의 다른 면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오늘은 골프장에서 마주하는 다른 항목에 대한 얘기를 좀 함께해 볼까합니다. 특히 베트남 골프장의 일반적인 서비스 부분 말입니다.
베트남 골프에서 가장 큰 불만 사안은 골프장의 서비스 부분인 듯합니다. 한국과 베트남이라는 나라가 갖고 있는 차이도 있기는 하지만 그런 면에서 한 수 접어둔다고 해도 베트남 골프장의 서비스, 그것도 퍼브릭 골프장이 아니라 수만 불씩 하는 회원권을 호가하는 멤버를 보유하고 있는 프라이빗 골프장의 서비스는 부당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수준 이하입니다. 동남아시아의 여타국가에 비교해도 베트남의 골프 피는 상대적으로 엄청 비싼 반면, 서비스는 일반적인 수준에도 못 미치는 초라한 형편입니다.
이곳에서 오랫동안 골프를 치시는 분들은 못 느낄 수 있는데 가끔 한국에 돌아가셔서 한국의 골프장을 한 번 방문하시면 그 차이를 단번에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적어도 고객의 품위를 지켜주는 한국과 고객의 품위는 자신들의 고려 사안이 아니고 그저 골프장의 금전적 이익에만 신경 쓰는 것 같은 베트남 골프의 응접 수준은 엄청난 차이를 보입니다. 바로 그런 차이가 한국과 베트남에서 바라보는 골프라는 운동의 의식차이로 나타나는 가 봅니다. 이곳에서 생각하는 골프란, 금전적 여유가 있는 자들의 놀이니 아무리 비싸게 받아도 도덕적으로 상관없다는 사회주의적 사고에 젖어있는 듯합니다. 동남아시아 지역 내에서 가장 비싼 그린 피에, 기타 식 음료는 실상을 알리기 무서울 정도로 폭리를 취합니다. 그런 반면 골퍼들의 라운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캐디의 수준은 클럽의 전달하는 수준을 넘지 못하면서도 그 캐디를 명목으로 30 여 불 상당의 공식 요금과 30만 동의 별도의 팀을 강요합니다. 태국이나 말레이시아를 방문하여 골프를 쳐보면 베트남 골프의 수준에 맞지 않은 부당한 금액을 당장 실감할 수 있습니다.
골프는 다른 운동과 달리 골퍼의 품위라는 항목이 공개적인 화두입니다. 품위는 사실 금전의 액수만큼의 가치라는 것을 역시 부인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룰입니다. 즉 어떤 경우든지, 지불하는 금액에 부응하는 서비스가 당연히 요구됩니다. 골프 산업에 들어가는 사업자의 금액도 상당하지만 그 못지않게 개인이 지불하는 여러 가지 금액은 다른 운동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막대합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프라이빗 골프장에서의 서비스는 국제적인 일급호텔의 그것과 필적할 만한 수준이 요구됩니다.
그런데, 베트남은 어떠한가?
골프장마다 약간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3류 수준을 헤어나지 못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형편없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제가 멤버로 있는, 호찌민 시내에서 가장 가까운 골프장인데, 그 골프장이 어딘지 누구나 뻔히 알지만 명기하지는 않겠습니다.
부정적 평가에 대놓고 이름을 밝히는 건 권장 사안이 아닐듯합니다. 이 골프장은 시내에서 가장 가깝다는 강점을 무기로 거의 시외버스 정류장 대합실 같은 라운지를 준비하고 있고 그것도 한쪽은 골프용품을 파는 골프 샵이 공공연하게 상품을 라운지에 펼쳐놓고 거의 벼룩시장 터를 방불케 합니다. 하긴 송배지역에 있는 어느 골프장은 그런 라운지마저 준비하지 않은 곳도 있긴 합니다. 아무튼 이 시내에서 가장 가까운 골프장, 그러면서도 베트남에서 가장 비싼 그린 피를 요구합니다.
또, 지난해부터인가 모든 골퍼에게 카트 사용을 강제하는 바람에 회원들이 들고일어나 싸운 결과 회원에 한하여 주중에만 카트를 안 탈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졌습니다. 즉, 골퍼의 걸을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고 금전 우선의 경영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골프장인 셈입니다.
그러나 어떻게든 작은 수익이라도 회원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창출하는 귀재들이 운영하는 이 골프장의 식당이나 라운지의 수준은 시외버스 대합실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식당의 운영을 따로 하는지 모르지만 이들의 서비스는 그냥 일반적인 식당의 수준을 피하지 못합니다. 골프장의 식당은 식사만 하는 곳이 아닙니다. 골퍼들의 사교장입니다. 골퍼에 대한 배려가 담긴 특별한 서비스가 필요한 곳입니다.
개장 초기에 3만 불 이상의 금액을 지불하고 회원에 가입한 후, 매년 일천 몇 백 불의 연회비를 내고, 또 라운드 할 때 마다 4-5만 원 상당의 금액을 지불하고 있는 멤버들에게 그저 일반 식당 수준의 서비스로 만족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타당한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서비스에 익숙해 있어 그런가 보다 하며 지나갑니다. 스스로의 권리를 포기하며 사는 것 같아 좀 애석한 마음이 생깁니다. 하긴 마땅한 대응 방법도 없는 것이 사실이긴 합니다. 그러나 현실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과 도외시하는 것은 차후라도 상황을 개선하는데 전혀 다른 영향을 줍니다.
그나마 베트남 호찌민 근교에서 가장 그럴 듯한 하드웨어에 국제 수준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떤선녓 공항 골프장입니다. 캐디에 관한 한 다른 골프장과 다를 바 없긴 합니다. 그런데 그 골프장은 아이러니하게도 퍼블릭 골프장으로 멤버가 없습니다. 참 재미있는 일입니다. 멤버가 없는 골프장의 응접 수준이 가장 높다는 것이 말해주는 사실은 무엇인가요? 이들이 골프장을 세운 이유는 명문 골프장을 만들겠다는 장기적 목표 대신 가능한 빠른 시기의 투자금 회수와 단기적 이익 창출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베트남에서는 세계의 골퍼들이 일부러 찾아오는 명문 골프장의 출현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베트남의 골프장은 골퍼를 위한 장소가 아니라 골프장, 그 자체를 위한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곳이 바로 우리가 골프 라이프를 묻고 살고 있는 곳입니다.
아니, 근데 손흥민 선수가 오른팔 골절상으로 당분간 출정 불가라 하네요. 골절상을 입고도 끝까지 뛰며 결승 극장 골까지 넣었는데…, 쯧쯧, 얼른 쾌유하기를 빌어요.
SONNY FIGHTING!! 글. 에녹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