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1세대 한인타운인 쭝화 거리에 이름 예쁜 식당이 조용히 자리잡고 있다. 입소문을 통해서 매니아 층을 확보한 탓일까? 아는 사람은 잘 알고, 모르는 사람은 전혀 모르는 곳. 건강식당 소요를 다녀왔다.
“소요”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소요3 [逍遙] ; 마음 내키는 대로 슬슬 거닐며 돌아다님 이다.
호앙다오뚜이 거리 빈마트 건너편 UDIC 빌딩 2층에 있다. 이른 점심시간인데 꽤 손님이 많다. 혼밥을 즐기는 한국사람부터 주변 직장에서 온 걸로 보이는 여러 무리의 베트남 손님들까지, 연령도 구성도 다양하고, 유심히 보니 메뉴 주문도 익숙한 솜씨들이다. (그럼 우리도 얼른 주문 해야지) 한국 지리산에서 직접 공수해왔다는 고사리, 쑥부쟁이, 숙주 나물에 취나물까지 이름마저 반가운 나물들이 가득한 전주비빔밥과 김치찌개에 매콤한 낙지볶음을 주문해본다. 일행이 3명이라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낙지부추전과 빈대떡은 다음 기회로 미룰 수 밖에 없는게 아쉬웠다.
주문한 식사를 기다리면서 무심코 메뉴판을 살펴보니 (아이고 이런) 갈비찜, 불고기, 낙지볶음, 잡채 등 단품요리를 비빔밥과 김치전을 콤보로 묶어 점심식사 특선으로 착한 가격에 제공하고 있었다. (아 벌써 주문했는데~ 바꾸면 안되나?)
주변을 살펴보니 분명 한식당인데 특이하게도 불판이 없다. 그러고보니 고기도 굽고 막걸리도 한잔 하려면 숯불에 가스렌지, 닥트라 부르는 환기시설까지 으레 있어야 할 익숙한 그 풍경이 아니다. 탁 트인 천정에 벽은 한지공예와 전통문양 인테리어로 마감하여 정갈하고 깔끔한 느낌이었다. 청결과 위생에 자신이 없으면 설치하지 못한다는 ‘전면이 유리로 되어있는 주방’에서 드디어 식사가 나온다.
전주비빔밥. 그것도 한국에서 온 건강한 식자재에 천연조미료만으로 맛을 냈다는데 어떨까? 먹어보니…… 맛.있.다.
여성분들이나 어린이들을 위한 배려일까 비빔밥도 “大”와 “小”로 개인의 식사량에 맞게 주문할 수 있었는데 왜 나는 “小”를 주문했던 것일까. ‘메뉴와 여자는 서둘러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라는 옛 성현(?)의 말씀이 생각난다. 다소 아쉬운 마음을 낙지볶음으로 달래본다. 밥을 추가 주문하니 갓 지은 흰쌀밥을 바로 내온다. 만족. 식감 좋은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간 김치찌개도 시원하고 좋다.
바쁜 시간 지날 때쯤 어렵게 주인장과 잠시 얘기해 볼 수 있었다. 눈가의 주름이 매력적인 이 주인장께서는 중저음의 차분한 톤으로 하루 일과를 얘기한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데 이는 아침 7시부터 시작되는 바쁜 직장인들을 위한 아침 뷔페를 준비함이란다. 새로 지은 밥에 찌개, 국, 불고기, 각종 나물까지 (10만동) 그리고 바쁜 점심과 저녁 사이에 소위 “Break Time” 도 없다. 혹시 바빠서 때를 놓친 손님들께서 언제나 어느때나 안심하고 오셔서 드실 수 있게 함 이란다. 그래서 직원근무도 오전 조와 오후 조로 나누어 운영한다.
얼마전부터 장어구이와 함께 장어탕을 주 메뉴로 보강하였고 최근에는 유기농 계란을 연구하고 있는데 언제나 더 건강한 식단, 보다 나은 식재료 발굴을 고민하는 것이 일상이고 행복이란다.
사색을 즐기며 건강도 찾는 산책. 오늘 그 산책을 ‘소요’로 가보자.
A. F2, UDIC Complex, Hoang Dao Thuy. 쭝화 MEGOS 푸드코트 2층
T. 024 2248 2555, 088 929 8183
메뉴 : 전주비빔밥, 갈비찜, 갈비탕, 장어구이, 장어탕, 빈대떡, 낙지볶음, 나물,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