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좀 특별한 사람을 만난다. 하긴 한주필의 코너에 등장한 사람이 그냥 평범한 분은 별로 없었다. 이 코너에 출연한 모든 분이 자신의 분야에서 빛을 발하는 분들이 주를 이루었지만 오늘은 그런 인물과는 조금 차별화될 수 있는, 우리 주변에서 가끔 만날 수 있는 주부 음악인을 모셨다. 김지희 피아니스트, 이런 호칭이 맞는지 모르겠다. 피아노 연주를 업으로 삼는 사람이라면 타당한 호칭이지만 현재는 특별한 직업이 없는 주부라고 하시니 주부 피아니스트? 너무 고루하지 아니한가. 그렇다면 현재 그녀는 씬짜오베트남에 정기적으로 음악 칼럼을 쓰고 있으니 주부 피아니스트이자 음악 칼럼니스트라고 내 맘대로 정하고 시작하자.
사실 필자가 이 음악인을 <한주필이 만난 사람>이라는 코너에 초대한 이유도 그 글에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기고하는 그녀의 음악 칼럼을 읽으면서 이렇게 귀로 듣는 음악을 눈으로 읽는 문자로 표현하는 사람이 있구나 하며 그의 정체가 궁금했다.
이렇게 감각의 영역을 넘어 다니는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 갈까.
참 별난게 다 궁금하다 싶기도 하지만 그런 궁금증을 이유로 새로운 영역의 인사와 대화를 나눈다면, 그것도 빼어난 미인과의 시간인데 사양할 이유가 없다.
베트남에 온지 만 3년이 된다는 그녀, 베트남에 오기 전에 하던 일을 묻는 질문에 그녀는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는 ‘콘서트 피아니스트’이자 ‘클래식 음악 교육자’라는 대답이다.
피아니스트도 이렇게 콘서트 피아니스트라는 분류가 있는 모양이다. 음악 교육자 중에서도 클래식 음악만을 가르치는 지도자.
그녀의 스팩을 살펴보니 과연, 감탄사가 나온다. 강원국립대학교 사범대학 음악교육과를 나와 미국의 맨해튼음악 대학원에서 연주학을 공부하여 석사학위를 받고, 한세대학교 음악 대학원에서 연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러니 연주를 하는 교육자인 셈이다.
그리고 국립 강원대학교에서 실기 전담 외래 교수로 14년간 근무하며 꾸준히 무대에 올라, ‘해설이 있는 음악회’, ‘찾아가는 휴休 음악회’, ‘키즈 클래식 콘서트’ 등 다양한 형태의 콘서트기획자 및 연주자 그리고 사회자로 정신없이 활동하다가 어느 날 심하게 이유도 모를 몸살을 앓으면서 이렇게 사는 게 맞는가 하는 자기 성철의 시간을 맞아 고민하다, ‘당신의 진정한 삶을 찾아봐’ 하는 남편의 권유로 모든 것을 그냥 남기고 베트남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가끔 연주도 하고 ‘김지희의 모닝 클래식입니다’ 라는 카톡 음악회를 통해 클래식 음악을 소개하며 나름대로 음악인으로 삶을 살고 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12학년 아들과 8학년 딸아이 교육으로 보내고 있다.
어찌보면, 아까운 재능이 너무 소수에게만 사용되는 국부의 손실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좀 과한 표현인가?
그녀는 재주가 많다. 원래 미술에도 탁월한 솜씨를 보였단다. 아마추어 화가인 아버지의 여러 재능을 받았다.
그리고 최근에는 글 솜씨가 드러난다. 하긴 미술이나 음악이나 글이나 다 통하는 바가 있다. 예술이라는 뭉치는 이 모든 분야를 전부 아울리기 때문이다.
이런 인터뷰를 하면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세상은 진짜 공평하지 않다. 재능을 가진 이는 한없이 많은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일반인에게 자신만의 특별한 재능이 있는가 하는 것 역시 보장이 없다. 부익부 빈익빈은 인간 자체에도 적용되는 듯하다. 신이 인간을 창조하면서 원료를 고루고루 섞은 것 같지는 않다. 당시에는 인공지능 원료 배합사가 없었던 모양이다.
이런 재능을 가진 사람은 어떻게 생활하는가 들여다 봤다.
3년동안 자신의 독주회를 두번 했고, 틈틈이 하우스 콘서트를 열어 음악에 재능을 보이는 아들애와 함께 동네 주민이나 지인들을 모아 협주를 펼친다고 한다.
어느 동네인지 부럽지 아니한가? 푸미흥의 빌라촌이라 한다.
남편은 호찌민에서 좀 떨어진 지역에서 액세서리 회사를 책임지고 있어 주말 부부를 하는 덕분에 남는 시간을 현재 ILV( International, Ladies Vietnam) 이라는 베트남에서 지내는 외국인 여인들의 모임에 가입하여 동병상련의 여인들과 대화를 나누며 또 그들을 위해 피아노 수업을 한다고 한다. 이 부분은 별도 질문을 통해 상세히 알아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