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도 12월이 되면, 캐럴이며 크리스마스 장식이 시작이 됩니다. 저도 어린 시절, 굴뚝도 없는 아파트 거실에 양말을 걸어놓고, 다 알지만 모르는 척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을 고대했던 추억들이 있네요.
이런 시즌이 되면, 한 번쯤은 불우한 이웃을 돌아보고 나눔을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듭니다. 또한 이타심을 가진 아이들로 키우기 위해서 어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해 보았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고아원 방문 및 후원이었어요.
처음 후원을 시작할 때는, 유치원 아이들이 고아원에 보낼 후원품을 준비해서 크리스마스 박스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칫솔이나 작은 장난감, 연필, 노트 등 다양한 제품을 아이들이 부모님과 함께 스스로 준비해서 카드와 포장까지 하는 활동들은 어린 아이들에게도 나눔에 대한 소개와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어서 의미가 컸어요.
고아원의 아이들은 모두 다른 크리스마스 박스를 받을 수 있었는데, 문제는 개인 비품을 허락하지 않는 고아원의 특성상 모든 박스가 다시 걷어지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이후로, 다음 해부터는 후원의 방법을 바꿔 나갔습니다. 아이들이 만든 쿠키를 보내거나 특수 분유, 쌀, 기저귀, 의료비 지원 등 실질적으로 아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방식으로 말이지요.
행복의 비밀
1938년도부터 하버드에서는 75년의 긴 연구가 시작되었습니다. 724명의 남자들 두 그룹을 설정하여, 75년의 인생을 추적하는 것이었습니다. 한 그룹은 하버드의 2학년생들이었고, 다른 한 그룹은 보스턴의 가장 가난한 지역의 십 대들이었습니다. 첫 인터뷰에서 연구자들은 그들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부모들의 인터뷰도 하였으며, 75년 동안 그들의 삶의 여정을 기록하고 분석하였습니다. 연구가 끝나기 직전에는 약 60명의 90여 세의 연구 참여자들만이 살아있었다고 합니다. 쉽지 않은 긴 연구를 끝으로 우리가 얻은 성과와 교훈은 무엇이었을까요?
우리는 행복해지려면 더 높은 성취와 부가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이 연구의 결론은, 행복의 더 결정적인 조건은 다른 이들과 얼마나 더 건강하고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느냐, 즉 자신이 의지하고 믿을 수 있는 가족, 친구 그리고 공동체가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건강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은 더 건강한 신체와 마인드로 행복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 연구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우리의 행복은 부와 명예, 성취만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와의 관계가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고 불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나눔의 첫걸음
그래서 봉사와 나눔의 첫걸음은 사실, 나를 위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불행한 누구를 보며 나의 행운이 감사로 다가오고, 내가 남을 이롭게 한다는 자존감을 얻을 수 있고, 이타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그 어떤 이유에서라도 말이지요.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봉사, 기부 활동 등을 자랑스럽게 떠벌리기도 하고, 오히려 반대로 감추기도 합니다.
배우 김남길씨의 인터뷰를 보니, 그 내용이 상당히 공감이 되었는데요. 해외 봉사활동을 가면서 따라오는 카메라가 상당히 불편해서 많이 싸웠다고 합니다. 자신의 진정성도 의심되고, 거기 분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때 PD가 했던 말이 “당신이 가진 인기와 그로 인한 영향력이란 게 있다면, 좀 더 좋은 방향으로 쓸 수 있다. 당신의 구호활동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준다면 당신에게 관심을 가진 많은 이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란 말에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길 스토리라는 NGO 단체를 이끌고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진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먼저 생각해 보고, 봉사의 방향성을 바꾼 김남길 씨가 대단히 멋지게 보였습니다.
나도, 남도 이롭게 하는 이런 나눔의 마음은, 대부분의 한국 사람이라면 맘 한켠에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타국이지만 때로는 마음을 나누고 싶은 때, 방법을 몰라 시작하지 못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지면을 통해 비스킷과의 첫 경험을 소개해드립니다.
VISTKET
하노이와 호찌민에는 2014년부터 시작된 VISKET이라는 봉사활동 모임이 있습니다. 한국인과 베트남인들이 모여 한 달에 한 번 후원하는 고아원에 준비된 물품과 간식 등을 가지고 방문하는데요. 호찌민은 매달 첫째 주 토요일에 시간과 맘이 허락하는 분들이 모여 고밥 고아원으로 향합니다.
저는 12월 7일 토요일, 2019년의 마지막 방문에 함께 했습니다. 매주 꾸준히 오시는 분들도 있고, 새로 오신 분들도 있다 보니 첫 만남은 늘 서먹 서먹합니다. 봉사하고 싶으셔도 이런 부분 때문에 많이 망설이시는 분들도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베트남 말도 하지 못하는데, 베트남 고아원 방문이라니…
사실, 이곳에 모여서 가시는 분들은 정말 아름다운 마음들을 가지신 분들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모이기가 쉽지 않지요. 처음은 어색하나 모임 후 신나게 웃고 헤어지니,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만날 수 있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최소 연령 2세, 최대 연령 60세 나이 조합이 가능합니다. 가족끼리, 혹은 여행자도 참석하여 마음을 보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모임이에요.
아이들과의 첫 만남
2016년 첫 방문 때 기억을 되살려 봅니다. 처음 고아원에 들어서니 템플의 희미한 향냄새와 익숙지 않은 풍경들에 시선을 빼았겼습니다. 쌀이며 기저귀, 장난감들을 챙겨서 급하게 사진 한 장을 남기고 아이들이 있는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 베트남 향신료 냄새, 아이들의 땀 냄새가 장시간 택시를 타고 고밥까지 가느라 생긴 멀미와 뒤섞여 미간이 저절로 찌푸려졌습니다. 뭘 해야 할지 몰라 어리벙벙하게 있다가, 함께 가져간 호박죽을 나누는 일부터 시작했지요. 손이 바쁘니 민망함이 덜했습니다. 그리고 각 방에 간식들을 배달하며, 먹기 힘든 아이들은 도와주고 한 명씩 한 명씩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어요. 아픈 아이들을 보는 순간, 마음은 실로 무거웠지요. 누워있는 아이의 눈동자를 한동안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이 아파왔습니다. 행여 동정 어린 눈길이 갈까 싶어 미안한 마음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첫 만남은, 그렇게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인연
며칠 후에, 선생님들과 더 많은 물품들을 가지고 다시 방문하였습니다. 겨우 한 번 더 왔다고, 눈에 익은 아이들이 있다고, 이렇게 느낌이 다른가 싶었습니다. 불쌍하다는 마음은 이내 사라지고, 그저 반갑기만 했습니다. 아이들이 안아달라는 몸짓도, 애처로운 느낌 없이 ‘아구, 무겁다~’ 하며 그냥 안아주었습니다. 나는 한국어로, 아이는 베트남어로, 언어는 몸짓으로 이해되고 그렇게 두 번째 만남을 가졌습니다.
놀랍게도 어느새 6년째, 비스킷 모임의 사람들은, 작은 물품들과 큰마음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아이들을 만나왔습니다. 아가들이 유치원생이 되고, 유치원생들은 청소년이 되어 자라나는 것을 보면서요. 얼굴을 보며 맘으로 기도해 주고, 눈을 맞추며 웃음을 주고 떠나는 발걸음은 그 아이들에게도, 우리에게도 참 멋진 시간들이었습니다. 비스킷 모임은 금전적인 후원보다도 나누는 마음으로 함께 하기를 격려하기에 처음처럼, 지금까지 유지되어 오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나눔은 One way가 아니라 언제나 Two ways입니다. 모임 후 집으로 돌아갈 때는 언제나 마음이 풍성해지니까. 이런 마음을 나누실 분들이라면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교육이 학교와 책을 통해서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나를 성장하게 한다는 의미로 넓게 본다면 나눔의 자리만큼 교육이 실현되는 곳은 없을 것 같습니다. 자녀와 나눌 수 있는 물건들을 정리해서, 함께 방문해 본다면 큰 경험이 될 거예요.
+ 후원 및 모임에 참여하고 싶으시면 네이버 카페 ‘베트남 그리기’에서 비스킷 관련 글을 찾아보시면 됩니다.
+ 비스킷의 일원이자 푸미흥 밝은 한의원 원장님, 이병근 박사님은 봉사관에서 현지 주민 침술치료 5년간 봉사를 해오셨습니다. 5000번째 환자 치료 축하드립니다! 매주 토요일을 기부하신 노고에 박수와 존경을 보내드립니다.
현 Saigon Montessori International Kindergarten Director
현 Vietnam Montessori Institute Founder & Director
국제 몬테소리 교사 (MIA), MIA 및 PNMA 멤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