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 4년 그리고 + 알파, 십 년을 넘게 공교육과 사교육을 넘나들며 영어를 공략했으나 아직도 울렁증이 가시지 않는 이 기구한 한국인이여! 가끔 TV에 나오는 외국인들이 일, 이 년 만에 한국말을 한국인처럼 하는 걸 보면서 저들이 천재인가, 내가 바보인가 새삼스레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물론 일제식 영어 교육 방법이 우리 세대를 망쳤다고 무턱대고 욕도 해봅니다. 다행히도 우리 아이들 세대는 배우는 환경이 많이 달라졌고, 또 한국이 아닌 베트남에 있으니 이중언어자가 되는 길이 그렇게 어렵지 않게 되었어요. 이번 칼럼에서는 이중 언어자를 만드는 데 있어서 제가 자주 받은 질문들에 대해 써볼까 합니다.
“영어 교육 언제부터 시작할까요?”
이 질문을 살짝 바꿔볼게요. 한글 교육은 언제부터 시작하시나요? 응애~하고 이 세상에 태어난 날부터 아이들은 말을 듣기 시작합니다. 사실은 태교 때부터 아이들은 엄마의 음성에 익숙해지죠. 그러니 귀가 생긴 후부터라고 해야 아주 정확할 것 같습니다.
언어의 발달은 듣기, 말하기부터 시작하고 쓰기, 읽기는 적어도 태어난 지 5년은 돼서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즉 소리에 반응할 수 있는 나이부터 언어 능력은 발달할 수 있어요. 노래나 이야기를 통해서 한글, 영어 모두를 들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생후부터요.
“우리 아이는 집에서도 영어만 해요”
우리 아이가 영어를 아주 유창하게 잘하는 게 소원인 부모님들이 많으신데, 이게 뭔 걱정거리라고! 한편으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느껴지시겠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충분히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현재 해외에서 살고 있고, 계속 국제 학교에 다니게 된다면 우리 아이들은 어느 순간 한국어 비중보다 영어 비중이 더 높아질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 아이는 이제 만 2돌이 지난 아가거든요. 언어를 막 배우는 시기에 영어환경의 유치원에 다니게 되니, 집에서도 영어 단어로 부모와 대화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연령대는 들리는 대로 따라 하는 시기입니다. 영어와 한국어라는 언어의 구분조차도 없습니다.
언어는 Input과 Output 과정이 있는데요. 엄마가 밥을 먹여주면서 ‘맘마’라고 하고 이야기해주면, 아이는 ‘맘마’라는 어휘와 그 ‘밥’을 연결해서 인지하게 됩니다. 이게 Input 과정입니다. Output 과정은 이렇습니다. ‘맘마’라는 소리를 냈더니, 엄마가 밥을 줬어요. 그 뒤로는 배가 고플 때 ‘맘마’라는 말을 하고 엄마가 그 발음을 알아듣고 밥을 주게 되면, 의사소통은 성공적으로 되게 됩니다. 이런 두 과정이 수천 번 반복되면서 취득되는 것이 언어입니다.
영유아에게는 영어도 모국어와 동일한 과정을 거칩니다. 엄마가 ‘Milk’라고 말을 하고 우유를 주면, 다음에 그 발음을 해서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 합니다. 만 2세가 되면, 내가 이 사람에게 우유라고 이야기해야 할지, ‘Milk’라고 이야기해야 할지 구분이 가능해집니다. 정말 신기하게도, 한국 사람이냐 외국 사람이냐를 구분하기보다는, 상대방이 한국말과 영어 중 어느 것을 썼더니 반응을 하더라는 언어 경험에서 알아채는 것이지요.
우리 유치원의 한국 아이들은 오피스에서는 저에게 한국말을, 교실에서는 영어를 씁니다. 이런 다른 언어를 취사해서 쓸 수 있는 것은 첫 번째, 그 친구들은 제가 두 언어에 모두 반응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두 번째 각 공간에 따라 어떤 언어를 써야 하는지에 대한 룰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어떤 친구들은 집에서 엄마에게 영어를 전혀 쓰지 않습니다. 부모님들이 아이의 영어 실력을 전혀 가늠하지 못하는 이유는, 엄마가 집에서는 영어로 전혀 대화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다른 한 가지는 부끄럽거나 자신감이 충분치 않아서 이기도 해요.
또 한 어머니는 아이에게 영어로 물어보면 영어로 대답하고, 한국말로 물어보면 한국어로 답하는 경험도 이미 만 2세 때 경험하셨다고 하네요. 저는 이 시기가 바로 뇌에 언어 스위치를 장착했다고 봅니다. 전기 스위치처럼 각 언어의 Input에 따라 output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거지요.
만 5세 이후는 문자 교육이 아닌 소리 교육이 더 중요하니, 열심히 영어 및 한국어를 들려주시고 일상생활에서 계속적으로 반응해 주세요. 영어 유치원을 일찍 시작한다고 해서 한국어를 읽히는데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이는 반대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유치원을 다닌다고 해서 영어를 익히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은 아니에요. 결국 아이의 언어 발달은 그 언어를 얼마나 접하고 지속적인 의사소통에 쓰이고 있느냐가 포인트입니다.
부모님이 한국 분이시면 영어보다는 한국말을 더 잘 가르치실 수 있으니, 영어 유치원을 보내는 게 이중 언어를 익히는 데는 더 효과적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영어는 제 숙적이에요. 어떻게 아이에게 영어로 반응해주죠?”
생각보다 많은 부모님들이 이렇게 말하세요.
“ 제 영어는 아이가 배우면 안 되는 무서운 발음이에요.”
저도 그 심정이 무척이나 공감 돼서 함께 크게 웃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영어 발음이 많아요. 유럽식 영어, 영국식 영어, 호주식 영어, 심지어 미국은 각 주마다도 발음이나 인토네이션에 상당한 차이가 있답니다. 쉽게 생각해서 우리나라도 각 지역 사투리가 존재하는데, 한국 사람이라면 대체적으로 의미 전달에는 아무 문제가 없잖아요.
우리 아이들이 영어를 배울 때, 가능한 다양한 영어 엑센트를 듣고 구분해 내는 것도 좋은 경험 중 하나일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발음이 아이가 영어를 배우는데 ‘악영향’을 미치진 않을까 지레 겁먹지 마세요. 영유아까지는 부모님들도 충분히 커버가 가능하세요.
만 6세 아이와의 영어 대화에서 문장 인토네이션을 정확하게 알려주기 어려우시다면, 단어의 발음만이라도 신경 써서 알려주세요. 영어의 첫 시작은 어휘를 익히는 것입니다. 만 6세까지 일상생활에서 대화 시 자주 쓰이는 약 600개의 단어를 익히는데 초점을 맞춰주시면 됩니다.
사전에서 단어를 찾아, 사운드를 들어보세요. 단어의 모음 중에 한 곳에 엑센트가 있습니다. 그 모음을 강조를 해서 읽으면 원어민 발음과 비슷해져요. 한국어는 강세가 없지만, 영어는 모든 단어에 강세가 있어서 더 리듬 있게 들립니다.
예를 들면, Camera [kǽmərə]라는 단어를 볼까요. 한국말로 하면 ‘카메라’라고 강세 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어에서는 발음 기호에서 보듯, a에 강세가 있네요. 그래서 ‘캐머라’라고 앞부분을 크게 발음하고 ‘머라’는 약하게 발음합니다.
단어에 악센트 넣는 것이 익숙해지면, 그다음은 짧은 문장에 인토네이션을 넣어 연습하시면 됩니다. 주로 강조하고 싶은 단어나 음절의 톤을 높여주시면 됩니다.
언어 노출의 효과는 시간의 양과 질이 중요
영어 환경의 유치원을 다니는 유아라면 집에서도 충분한 한국말을 들어야 합니다. 이는 언어 발달이 시간의 양에 비례하기 때문입니다. 시간의 양(Quantity) 못지않게, 시간의 질(Quality)도 중요합니다. 여기서 질은 일상 대화에서 쓰는 어휘의 양과 수준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는 책이라는 인류 최대의 발명품을 이용하면 됩니다. 다양한 그림과 스토리, 엄선된 어휘들이 무한히 제공되는 그림책은 부모님들에게 중요한 교육 도우미가 될 것입니다.
이런 이중 언어 교육의 최대 효과를 갖는 시기는 만 6세 미만의 아이들입니다. 이는 우뇌를 활용하는 아이들의 뇌 발달에 기초해서, 자연스럽게 두 언어를 모국어로 가져갈 수 있는 결정적 찬스가 됩니다. 그 찬스를 그냥 흘려보내지 마세요. 수많은 유럽의 다중언어자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아이들의 언어 능력은 무한합니다. 어렸을 적에 갖게 된 다중언어 능력은 커서 자신들의 꿈을 펼칠 수 게 도와주는 최고의 힘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