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미식가가 되는 날이다. 서둘러 퇴근을 마치고 저녁을 먹으러 가는데 웬일인지 도로가 막히지 않는다. 늘 그래왔지만 그랩 운전기사는 운전을 빙자한 질주(?)를 하는데, 오늘따라 유독 빠르게 달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끊임없이 통화한다. 왜지? 기분 탓인가? 포츄나 호텔에서 맞은 편에서 살짝 내려가다 보면 무질서하게 오토바이가 줄지은 식당을 뒤로하고 오토바이가 10대는 충분히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로 여유를 두고 입구가 있는 가게가 있다. 미딩이나 쭝화는 주택가에 있어서 소박하고 정감이 있는데 비해 랑하는 상업지구인 데다 대로변에 바로 가게가 있어서 무릎이 삐져나온 운동복에 슬리퍼를 신고 편하게 갈 수 없는 느낌이랄까…. 아마 근처에 미국 대사관이 있어서 주변이 좀 더 깨끗하게 관리를 하는 점과 군인들이 주변에 많은 것을 내가 괜히 의식해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한다.
어쨌든 현지식당다운 느낌이 별로 없어서 오히려 지나칠 뻔했던 그 가게에 도착했다. 계산대에서 손님이 오는 것을 보고 살갑게 나와서 문을 열어주며 인사를 한다. 전형적인 한국식 일식당 느낌이다. 깔끔한 느낌에 마음이 한시름 놓인다. 처음에 세꼬시 전문점이라고 해서 일식 전문인가했는데 가게 이름은 아시아 가든이라고 한다. 그리고 꽤 다양한 종류의 아시아 요리를 즐길 수 있는 식당이라고 한다.
깔끔한 사진과 함께 한국어와 베트남어, 영어까지 친절하게 메뉴 설명이 씌여있어서 편하게 음식을 고를 수 있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마늘종 절임부터 한국인의 입맛에 실패할 수 없다는 베트남 요리 모닝글로리 볶음, 심심하게 삶은 모둠 야채를 시작으로 아삭아삭한 파란 망고가 상큼한 태국식 새우 샐러드와 정말 사진과 똑같이 나오는 사시미 3종, 아이도 무난하게 먹을 수 있는 캘리포니아롤, 현지 사람들이 가족 외식으로 좋아하는 샤부샤부, 소주 안주로 하기 좋은 칼칼한 김치찌개와 모시조개 미역국, 오징어를 찌고 굽고 볶고 튀기는 오징어 잔치에, 샛노랗다 못해 붉은 기가 도는 알이 꽉 찬 킹크랩에, 껍데기까지 조심스럽게 다루며 삶은 티가 나는 꽃게에, 근사한 데이트할 때 돈 쓰는 맛을 팍팍 느끼게 해주는 커다랗고 화려한 데코의 크리미한 랍스터 요리까지, 야식으로 완벽한 달콤새콤한 탕수육 느낌의 소스를 입힌 닭발 튀김까지 있다.
한가지 메뉴나 한가지 스타일로만 밀고 나가도 성공하기 힘들다는 요즘 같은 때에 패기 넘치게 뷔페도 아닌데 이렇게 준비하는 가게의 컨셉과 사장님이 궁금해졌다. 알고 보니 한국이 베트남에 대대적인 진출을 하기 훨씬 이전인 20년 전부터 한국과 베트남을 오가며 남쪽 양이라는 우유 회사에서 분유와 별자리 회사에서 만든 귀한 한국 과자 등을 베트남에 들여온 한류의 전도사 역할을 해오셨다. 그래서일까? 당연히 한국 사람이라고 착각을 할 정도로 유창한 한국어로 베트남 사장님이 아시아 가든의 문을 연 계기를 설명해 주었다.
워낙 한국과 인연이 깊고 정이 깊어서, 멀리 한국에서 손님이나 친구가 찾아오면 항상 1차로 저녁을 함께하고, 건전하게(?) 2차로 마땅히 먹을 메뉴가 없어 즐거운 자리를 아쉽게 파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물론 바로 맞은 편이나 근처에도 많은 입에 꼭 맞는 식당이 없어 고심하던 차에 2007년, 무려 12년 전부터 이미 한국에서 광어와 킹크랩을 수입해서 운영하는 호찌민 묘 근처의 해산물 레스토랑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직접 식당을 열었다. 곁에서 따뜻하게 응원해주는 많은 한국분의 기운에 힘입어, 여기 랑하에서도 한국식 술안주를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이 식당을 차렸다고 한다.
무엇보다 특히 사장님의 이쁜 마음 씀씀이가 느껴졌던 부분이 바로 아시안 가든의 핵심이었다. 식당을 준비하다 보니 다른 나라에서도 출장을 왔는데 입에 맞는 음식이 없어서 절절매는 다른 아시아인 친구들이 눈에 들어왔단다. 그래서 누가 와도 쉽게 즐길 수 있는 가든파티 같은 느낌을 주는 장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과감하게 한국식(?) 일식 컨셉에서 한국, 일본, 중국, 태국,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물론 베트남 요리까지 포함한 아시아 모듬 요리로 방향을 틀었다고 한다.
론 오랫동안 함께한 한국인 요리사와 한국어가 유창한 매니저도 있어서 맛에도 의사소통에도 문제가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2층에 6~8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룸이 있고, 2층 통으로 쓸 경우 40명까지 가능하다. 연말에 가족 모임이나 회사 회식을 할 때 좋을 것 같다. 회식 때마다 항상 비슷한 메뉴, 아니면 항상 무난한 뷔페로 회식을 준비해왔다면, 이번에 새롭게 도전해 보길 추천한다. 중국 요리가 나오면 중국에 여행을 갔다 왔던 경험이나, 싱가포르 요리가 나오면 싱가포르에 있는 맛집 정보를 나누어 보자. 일 얘기만 하던 동료의 색다른 면도 알아가며 회사에서 먹는 회삿밥(會食)이 아니라 서로를 좀 더 돈독하게 알아가는 회식(懷識)이 되지 않을까 한다.
* 팁! 주황색 열빙어알과 초록색의 바다포도가 어우러진 차가운 샐러드와 사이공 맥주로 입안의 갈증과 텁텁함을 한방에 날려보자.
A. 33 Láng Hạ, Ba Đình, Hà Nội
(포츄나 호텔 건너편에서 오른쪽 국가 영화센터 방향으로 40미터)
T. 024-3232-1166, 096-961-7069(한국인 매니저)
주요 메뉴 : 광어 회 및 해산물 샤부샤부
영업시간 : 오전 10시반~밤12시
기사제공: 앨리스 리 Somerset Grand Hanoi
고객 관리 매니저 alice.lee@the-ascot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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