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November 22,Friday

백제원 장어구이

영화 ‘친구’를 기억하십니까?
20대는 잘 모를 수도 있지만, 3,40대부터는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볼 정도로 한창 유명했다고 생각합니다. 진한 부산사투리와 함께 사나이의 우정을 다루었는데, 전체적 내용이 다 기억나진 않지만, 몇몇 장면과 대사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합니다. 오늘 먹은 음식은 부산 싸나이 사장님이 부산에서부터 공수한 장어구이 맛집 백제원입니다. 그래서 그런가 먹으면서 그 영화가 계속 생각났습니다. 허허허, 은연중에 나이가 드러납니다.
어쨌든, 이번 글은 그러한 이유로 ‘한국인의 밥상’ 나래이션과 경상도 사투리가 함께 하는 듯이 글이 나와, 쓰면서도 무척이나 즐거웠습니다.

장어는 바닷장어와 민물장어 두가지가 있는데 백제원은 두가지 모두 취급합니다.
그리고 쫄깃한 가리비와 통통한 낙지, 왕새우 구이와 가오리찜에 손이 많이 가는 바지락 무침까지 알차게 메뉴에 있어서 해산물 전문점인가 했는데 메뉴판을 보니 소갈비와 삼겹살도 있습니다. 음? 뭔데? 김치찌개에 미역국, 떡볶이, 주먹밥, 비빔밥? 분식집 메뉴도 있고? (하이고) 장백산에서 공수해온 3년근 생더덕구이까지? 장백산은 우리의 백두산을 중국에서 부르는 지명인데? 가격이 만만치 않을 텐데? 진짜가?
세상에나, 해장국에 곰탕에 해장국집 메뉴까지 다 있습니다. 육해공군에 분식집, 해장국집까지 다 모인 집이라…… 이 집의 미식가의 호기심을 잔뜩 자극합니다. 분명 정말 다 잘하는 대가의 집이거나, 아무거나 다해보자는 초짜의 집 중 하나입니다. 잉? 이 집 먼데?

일단 가게에 가장 크게 사진이 붙어 있는 바닷장어와 민물장어를 1판씩 먹어봅시다.
메뉴판의 사진과 똑같이 생긴 오동통한 속살과 고등어만큼 푸른 껍질을 두른 민물장어가 옆테이블의 화로에서 뜨겁게 익어갈 동안, 손바닥만한 상추와 촉촉한 계란찜, 유자향이 살짝나는 감자샐러드, 배추김치에 열무김치, 단무지와 양파절임까지 밑반찬 이 4인용 테이블을 가득 채웁니다. 하나 하나 맛을 음미하며 먹어보니, 대체로 간이 쎄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조미료 맛이 가득하거나 너무 짜면, 먹고 나서 속이 안편해 탈이 나는데 술술 들어가는 거 보니 사장님이 밑반찬에도 신경을 많이 쓴 티가 납니다.

특히 잘게 여민 쫄깃한 낙지가 얇게 부쳐진 파전의 바삭한 식감을 한층 살립니다. 장어 먹기전에 파전만 2번 리필했습니다. 단품으로 나와도 손색이 없는 메뉴입니다.
전이 술술 들어가니 꼴꼴꼴 소주잔을 채우는 소리도 그치질 않습니다. “윤정”이라는 이름표를 단 직원이 깔끔하게 위생모를 쓰고 휴대용 버너를 들고 옵니다.
보기에도 꽤나 두툼한 그릇에 양파만 가득 올라가 있습니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궁금해 하던차에 아까 나를 위해 뽀얀 속살을 노릇노릇하게 불사른 장어가 양파 위로 올라갑니다. 양파가 냄비의 온도도 유지하며 여분에 기름을 흡수하고, 그릇에서 기름이 튀지않도록 합니다. 양파가 익으면 맛잇게 먹을 수도 있으니 일석이조! 사장님이 센스가 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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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물 장어는 신선하지 않으면 흐물흐물하던가 아니면 말라서 질긴 경우가 많은데, 입안 가득 쫀득함이 살아서 목구멍까지 호탕하게 넘어갑니다. 장어를 메인 메뉴로 내놓은 점이 납득됩니다. 옆에서 길쭉하게 모로 누워있는 바닷장어도 슬슬 기대가 됩니다. 어머나, 담백하지만 텁텁하지 않고, 짭짤한 바닷내음이 살짝 나는게 잘 말린 반건조 한치가 떠오를 정도 입니다.

조개메뉴가 많아서 조개탕도 먹어봅니다. 조개가 맛은 있지만 해감을 대충하면 모래가 씹히고, 잘못하면 짠 맛만 나기 때문에, 요리할 때 꼼꼼히 하는 집인지 아닌지 사실 제일 티가 나는 메뉴 중 하나입니다. 막걸리만큼 뿌연 국물 사이로 살구빛이 도는 조개와 잘께 썰린 빨강 초록 고추가 넉넉히 썰려있는데 마시는 순간, 소주만큼 캬 소리가 절로 나는 칼칼한 맛입니다. 쥑이네!

이집 확실히 맛있습니다.
사장님이 오시길래 질문을 드렸습니다.
장어집이나 갈비집은 하노이에 이미 많기 때문에 크게 재료 공수를 궁금해 해본적이 없었지만, 당당하게 오륙도라고 지명까지 걸고 하시는 장어와 두만강 넘어 그 먼 백두산에서 여기 동남아의 하노이까지 먼길을 오신 생더덕은 어떻게 오는지 정말 궁금했습니다.

벽면을 가득 채운 장어 사진과 효능, 깨알같이 나와 있는 부산 싸나이라고 쓴 사장님의 사진, 오륙도의 사진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장어를 잡자마자 배에 그자리에서 바로 내장을 바르고 냉동해서 들여오기 때문에 신선함이 살아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문제의 생더덕. 두구두구두구둥! 비결은 바로 사장님의 중국 지점이었습니다!
중국 심양에서도 아는 사람은 다 안다는 ‘백제원’. 종업원이 3백5십명이 넘는 엄청나게 큰 식당을 운영한 내공이 있었기 때문에, 중국의 지점에서 구입해서 베트남 지점으로 까지 공수할 수 있었습니다. 어쩐지, 중국에서의 풍부한 장사 경력과 넓은 인맥이 있었기에 가능한 메뉴였습니다. 안그러면 누가 그걸 생각해냈을까요? (맞지요?)
이미 나온 요리들이 내 배를 꽉 채우기 전에 서둘러 마지막 요리가 나와야 합니다!

문제의 3.년.산.장.백.산.생.더.덕.구.이!
마, 더덕 니 퍼떡 안오나!
급하게 양념을 바르면 양념이 뭍은데는 늘러붙고 안뭍은데는 타기 쉬운데, 충분한 시간을 들여 양념이 배었다. 붉은 색이 고르게 타닥타닥 익어간다. 접시에 나란히 올라간 더덕을 보니 곱다. 아주 살짝 살짝 태워서 불맛은 나지만 탄 부분은 거의 없다. 입안에서 질겅질겅 더덕이 재주를 부립니다. 더덕이 막 살아있네!
우리나라의 12첩 반상이 있다면, 중국에는 만한전석(滿漢全席)이 있습니다. 이제 중화에서도 뷔페만큼이나 화려하고 풍성한 백제원에서 한끼 해보겠십니꺼?

기사제공 앨리스 리(Alice Lee)
Somerset Grand Hanoi 매니저
www.the-ascott.com/ko (추천코드VNENALL)
E. alice.lee@the-ascott.com

백제원
T. 024.3200.9518 A. So 89, Pho Trung Hoa
동방사우나 라인 케이마켓 건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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