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치먹을 때 웃음꼬치~
마라 먹을 때 말하지 마라~
화로에서는 고기가 익고
함께한 사람과는
이야기가 무르익는다.
도대체 어디에 있는거야? 미딩처럼 널찍한 도로만 다니던 나는 좁고 골목 골목 식당과 아파트들이 빼곡이 들어차 있는 쭝화 골목에서 헤매고 있었다. 맛이 없기만 해봐라. 오늘따라 날씨를 35도를 넘기며 오토바이를 타고 도로를 달려도 불쾌지수는 쉽게 내려가지 않았다. 이런 날씨에 아까 봤던 골목에서 뱅뱅 헤매니 살살 약이 오르기도 했다. 염치불구하고 근처에 한국 식당에 들어가 양해를 구하고 다른 식당의 주소를 물어보았다. 응우웬 티 진 도로에서 꽃게가 그려진 로컬 식당을 마주보고 있는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된다고 말씀해주시는 사장님의 친절함에 담에는 저 집도 먹으러 가야지 하고 간판을 한 번 더 쳐다보며 주소를 되뇌었다. 다행이 대로변에 꽃게그림을 찾으니 맞은 편에 가가 선물가게라는 초록색 간판뒤로 꼬치 그림이 살며시 보였다. 드디어 찾았다.
양꼬치 칭따오~~~~
가게에 들어가니 제일 먼저 꼬치를 굽는 불판과 길죽하게 내려온 환풍기가 보였다. 양꼬치를 좋아하는 나는 아까의 분노는 어느새 사라지고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시원한 칭따오 맥주로 우선 목을 축이고 벽에 붙어 있는 메뉴를 보면 메뉴판을 요청했다.
요즘에 인기가 많아서 시샘하듯이 위생 불량 문제로 또 한번 이슈가 많은 마라샹궈와 마라롱샤가 추천 메뉴로 벽에 붙어 있었다. 여기는 어떤지 볼까? 하고 마라샹궈 하나 주문하고 양꼬치도 주문했다. 일행 중에 양고기가 낮설은 양꼬치 초심자가 있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닭꼬치도 있었다. 주문 추가요~ 불판에 불이 들어오기 전에 반찬으로 시킬만한 것을 보니 여기 건두부 무침이 있다!!! 중국요리를 매우 좋아하는 나는 짜장면집이 아니라 건대 앞에 있는 양꼬치집에서 먹던 진짜 중국의 식재료인 두부피를 이용한 반찬이 보이자 침이 꼴깍 넘어갔다. 새콤달콤한 소스와 양파, 오이와 함께 채를 썰어 골뱅이 무침 양념처럼 입맛을 당기고 쫀득한 두부피를 꽃방하고 같이 먹어도 맛있다. 자동구이앞에서 수줍게 몸을 배배꼬는 양꼬치를 기다리며 찍어먹는 소스를 보았는데, 아쉽다…… 알싸하게 혀를 쏘며 양고기의 잡내를 확 잡아주는 즈란이 없다. 사장님께 조심스럽게 여쭈어 보니 안드시는 분이 많아서 찾는 분에게만 준다고 한다. 집에서도 해먹고 싶어서 건두부를 어디서 구하는지 여쭈어보니 역시 본토의 맛이었다. 베트남에는 재료가 없어서 사장님이 중국에서 직접 구입해와서 사용하는 것이라 시중에서는 구할 수 없다고 했다. 마라 샹궈에 들어간 얼린 두부는요? 하고 물으니 얼린 두부는 배송이 어려워서 두부를 사서 직접 얼렸다 해동을 하며 항상 동일한 식감과 맛을 유지한다고 했다.
어느새 숯불 사이로 고기가 익어가며 연기가 솔솔 피어오르자 직원이 손수 환풍기 방향을 바꾸어 가며 고기가 타지 않고 골고루 익도록 챙겨주었다. 갈비집이 아닌 양꼬치집에서도 세심하게 챙겨주는 서비스를 보니 맛에 대해서 점점 기대치와 사장님에 대한 신뢰가 생기기 시작했다. 쫀득쫀득하고 적당한 기름기가 입안에서 부드럽게 씹히게 도와준다. 자잘한 즈란이 입안에서 톡톡 터지며 잡내가 들어갈 틈이 없이 매콤 쌉쌀하게 목으로 넘어가게 해 준다. 달짝한 양념이 묻어 있는 촉촉한 닭꼬치는 훈제 소세지처럼 부드럽지만 진한 맛에 가족외식으로 아이를 데리고 와도 같이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메뉴판에 볶음밥이 있으니 밥이랑 한끼 먹고, 나는 칭따오랑 안주로 먹고. 실장님은 분명히 고량주랑 드실거고…ㅎㅎ
혀를 톡톡 쏘는 청양고추와 달리 마라는 후추와 고추가 범벅이 된 것처럼 쎄하게 입안에 들어와 매운가? 싶은 때 혀뿐만이 아니라 입안이 통째로 얼얼해진다. 마라가 제대로 들어갔다. 시뻘건 소스가 아끼지 않고 듬뿍 들어가 있다. 그리고 둔탁학 혀의 통증 뒤에는 묘한 쾌감이 온다. 매운 닭발과는 또다른 매력이다. 콧잔등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히며 점점 말수가 줄어들었다.
슬슬 배가 불러오고 입가심이 필요할 때쯤 네모난 사발에 담긴 계란탕을 마셨다. 한국사람은 계란국에 토마토를 안 넣는데, 이곳에는 있다! 바로 중국의 맛을 제대로 구현하는 이곳의 맛이 너무 좋았다. 화로에서는 고기가 익고 함께한 사람과는 이야기가 무르익는다. 고기에서 향긋한 내음이 솔솔 피어나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정이 피어난다. 술병이 어느새 자리를 차지하며 새 음식을 내려놓을 공간을 주지 않았다. 맛잇다고 너무 먹는건 좋지만, 마시는 건 조심하세요. 내일 출근해야죠. 무심코 먹다가 오늘이 평일이라는 걸 잊을 뻔했다.
신라면 만큼의 마성 옥수수 온면
술안주로 좋은 꼬치외에도 식사류도 다양한게 있다. 꿔바로우 말고도 라조기나 마파두부, 철판 오징어 같은 밥 반찬용 볶음 요리도 있고, 오뎅탕이랑 김치찌개도 있고, 밥이랑 물만두, 라면이나 냉면처럼 식사 메뉴도 있었다. 양고기로 기름칠할 때는 언제고 이제는 슬슬 느끼하다고 까탈스럽게 구는 내 혀를 위해 마무리로 옥수수 온면을 먹었다. 육개장처럼 진하지만 청양고추를 잘게 설어 넣어 짬뽕처럼 얼큰한 육수가 입안을 상쾌하게 하더니 넓적 당면만큼이나 미끈 미끈거리지만 쫄깃한 옥수수면이 리드미컬하게 씹히며 입과 목의 기름기를 밀어내버렸다. 처음에 먹을 때는 은근 양이 많다고 생각했지만, 먹다보니 어느새 빈 그릇…… 신라면 만큼 마성의 면이다.
오후 4시부터 밤 12시까지 영업이라 이른 저녁부터 밤늦게 출출할 때 야식까지 알차게 먹을 수 있다. 여기 하노이 쭝화에서도, 박닌에서도, 하이퐁에서도. 4년동안 한 곳에서 자리를 지킬 수 있을만큼 맛있는 양꼬치가 쿠폰도 있다. 5번 오면 칭따오 10병, 10번 오면 20병이나 무료라고 한다. 사장님 인심이 맛에서만 나오는게 아니라 쿠폰에서도 느껴졌다. 10병이나 마시려면 혼자는 못 오겠다. 술이 많이 필요한 날은 여기에서 모여야 겠다.
기사제공: 객원기자 앨리스 리(Alice Lee), Somerset 고객담당 매니저
alice.lee@the-ascot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