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November 25,Monday

백제갈비 이석덕 사장

올해 초인가보다. 하노이 사무실을 방문하여 직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기 위하여 그 당시 개업한 갈비집을 방문했다. 씬짜오베트남이라는 이름으로 예약을 하고 찾은 갈비집의 이름은 백제갈비인데 한국의 유사한 이름의 갈비집이 떠오른다.
미딩지역 안 쪽에 조금은 좁은 골목길에 위치한 백제갈비는 당시 정식 개업을 하지 않고 직원들 교육을 위해 소프트 오픈을 한 채로 손님을 맞고 있었다.

사실 아직 준비되지 않은 집을 찾아 간다는 것이 별로 맘에 들지는 않았지만 하노이 사무소를 관리하는 이기훈 실장이 새롭게 문을 연 대형 식당이니 구경도 할 겸 들리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따라 나선 것이다.

이 식당에 대하여 이 실장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대단했다. 주택 4개를 묶어 개조한 대형식당으로 이제 제대로 된 갈비집이 하노이에 등장한 것 같다는 전언이었다. 뭐, 식당이 다 그렇고 그렇지 하며, 이 실장의 장황한 설명을 귓전으로 들으며 식당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좁은 골목에 입구도 그리 크지 않다. 역시 이 실장의 우왕이었나보다. 새로운 식당답게 극진한 환대를 받으며 베트남 특유의 좁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 방으로 안내되었다.
식당의 매니저인듯한 사람이 들어와 인사를 하고 또 사장이라는 분이 다시 들어와 명함을 내민다. 교민잡지사라는 이름이 이곳 경영진을 다 불러 모은 것인가. 사실 호찌민에서 이런 대접은 의례적으로 받아왔다. 씬짜오베트남이라는 교민잡지의 브랜드가 호찌민에서는 제법 작용을 하는 탓이다. 그런데 하노이는 다르지 않은가, 이제 하노이 판이 만들어져 아직은 하노이 교민들이 씬짜오베트남이라는 브랜드에 익숙하지 않은데 좀 과한 응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사장과 명함을 나누고 인사를 나누는 데 뜻 밖의 얘기가 나온다.

이석덕 사장, 그는 본지 씬짜오베트남이 창간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 2003년부터 한 1년여 동안을 섬유 회사 이랜드의 베트남 법인장으로서, 그리고 호찌민 및 인근 지역 한국 의류 투자 협의회의 회장으로서 본지에 개인 칼럼을 기고했었던 컬럼리스트였던 것이다.
와우 이런 인연이! 벌써 15년도 넘은 일이지만 당시에도 주필 노릇을 하던 나는 그의 칼럼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 역시 이미 호찌민을 떠나 하노이에 정착하여 생활을 한 지 오래되었는데 새삼 예전에 기고하던 잡지사 팀을 하노이에서 만나게 되니 은근히 반가운 기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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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그와의 새로운 인연이 시작되었다.
한참을 옛이야기로 오랜 공백의 갈증을 채우고 나니 드는 생각은 ‘섬유회사 법인장을 하시던 분이 웬 갈비집을 운영하시나?’,
‘뭔가 흥미로운 스토리가 담겨 있을 것같은 시나리오 아닌가?’ 그래서 그를 한 주필이 만나는 사람의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기로 했다. 호찌민으로 시작하여 빈 시, 그리고 하노이시까지 베트남 전역을 옮겨 살며 섬유 봉제 회사를 운영하던 사업가가 변신을 했다는 제목을 달고 말이다.

이석덕 사장, 그에게는 뭔가 모를 향기가 묻어난다.
별다른 말이 없어도 그에게서 풍기는 은근한 향기는 주변을 편안하게 만든다. 그렇다, 그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올해 87세가 되는 그의 노모가 어려서부터 이북 함흥에서 받아드린 기독교로 인해 모태 신앙을 갖고 있는 기독교 신자다.
그 영향을 받아서인지 필자가 기억하는 그의 글에도 항상 종교적 색채가 짙게 묻어나곤 했다.
교민 전체를 대상으로 발행하는 잡지인지라 특정 종교의 색채가 강한 글이 별로 환영 받지는 못할 수 있지만 그래도 던져주는 울림은 깊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독실한 신앙심으로 살아가는 그가 이곳 베트남 에서는 의외로 교회에 출석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모태신앙을 지니고 말이나 글에서도 신앙심이 묻어나는 이가 왜 교회를 출석하지 않을까?

신과의 만남에 인간이 너무 관여하는 듯하여 그렇다는 말로 한국 교회가 갖는 아쉬움을 애둘러 표현한다.
어디서나 종교 단체는 일종의 지역사회의 구심점이 되는 공동체이다. 특히 베트남 같은 이국에서 생활하며 예기치 않게 마주하는 각종 어려움을 개인이 스스로 헤쳐나간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그럴 때 이런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다면 긴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 필요성이 절실한 것이다.
그래서 베트남에서는 그런 공동체에 소속되기 위하여 많은 사람들이 종교단체를 찾거나 동호회 혹은 동문회를 결성하여 그 일원이 되기를 희망하는 듯하다. 하다못해 호남향우회와 같이 단지 출신 지역이 같다는 것만으로 강력한 모임이 결성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렇게 다양한 모임이 결성되고 활발하게 운용되는 이곳 상황이 바로 베트남 교민사회의 특수성을 말해주는 듯하다. 이곳 베트남은 여타 선진국의 교민사회처럼, 완전한 이주를 작정하고 찾아온 것이 아니라 단지 경제적 활동을 목적으로 들어와 지내다보니 마음을 열어놓고 함께 시간을 공유할만한 이웃을 찾기가 만만치 않다.
설사 지역적으로 근접한 곳에서 산다고 해도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뿌리를 알 수 없는 상황이라 쉽게 마음을 열고 다가서는 것이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그나마 공통점을 찾고 조금이라도 검증된 뿌리를 찾아서 각종 모임이 활발하게 결성되고 또 운영되는 듯하다.
하긴 교민사회 초기에는 그런 말이 있었다. ‘교회나 성당을 다니던가 골프를 치던가 하지 않으면 친구가 없다.’
그 당시에는 교회가 하나 밖에 없던 터라 더욱 실감나게 들리던 교민사회의 생활 팁이었다.

이야기가 다른 쪽으로 흘렀다.
아무튼, 이석덕 사장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임에도,그리고 외로운 이국 생활을
달래 줄 필요조건이 될 수 있는 교회를 마음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적을 두지 않을 만큼 심지가 남다른 인물이다. 드러나는 온화함과 다른 모습의 강인함을 마음에 품고 사는 듯하다.
그런, 이석덕 사장이 지난 30여 년을 자신의 천직처럼 이어온 섬유 봉제 외에
좀 엉뚱하게 갈비집을 열게 된 연휴가 궁금했다.
거래처 손님 모시고 갈만한 식당을 만들자는 의도로 시작된 사업

” 오랫동안 사업체의 장으로 업무를 진행하다 보니 방문하는 손님을 모시고 식사를 대접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마다 좀 괜찮은 설비와 제대로 훈련된 종업원이 서빙하는 식당이 없을까 하는 아쉬움이 이런 식당을 시작하게 된 동기입니다.”

사실 이런 아쉬움이야 사업하는 분이라면 누구든지 다 느끼는 아쉬움 아니던가.
그러나 그런 아쉬움을 실천에 옮겨 아쉬움을 해결하며 세상을 조금이라도 변화시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런 실천력이 그를 특별하게 만드는 듯하다.
시설 투자만 120만불, 프라임 급 고기 직수입에 따른 추가 투자금이 50만불
그렇게 누구나 느끼는 아쉬움으로 뛰어들어다고 보기에는 이 벽제갈비의 규모가 너무 크다. 벽제 갈비는 시설 투자비만 120만 불을 들였다고 한다. 앞뒤로 붙어 있는 베트남식 주택 4채를 통합하여 내부를 하나로 만들어 인테리어를 했다. 단지 투입된 자금에 비해 밖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그리 화려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좀 아쉽긴 하지만, 실제로 백제 갈비는 250명의 고객을 한 번에 소화할 수 있을 만큼 대규모 시설을 갖추고 있다. 그런 고객을 서빙하는 직원만 50여명이다.
그래서 좀 뒤져 보기로 했다. 과연 이 식당 과연 어떤 매력을 지니고 있는가? 자기 식당 자랑을 직접하기 보다 필자가 고객으로 맛을 보고 그 평가를 내 놓는 것이 공정하겠다 싶어 방식을 바꿔 필자가 직접 고기를 시식한 뒤 얘기를 이어가기로 했다.
먼저, 이 집에서 자랑스럽게 내놓는 꽃살을 시켰다. 마블링이 아름답다. 적당히 컷팅한 고기를 강한 숯불 위에 올려두고 육즙이 새어나는 것을 보고 바로 뒤집은 후 필자의 앞 접시에 넘어온다. 아무런 양념 없이 소금만 찍어 입에 넣었다.
고기가 입에 들어가면 바로 녹아내리는 느낌이 꼭 부드러운 빵 같다. 고기를 씹는 식감이 살아있으면서 고기는 입안에서 녹아난다. 언젠가 뉴욕에서 일급 호텔 레스트랑에서 맛 본 적이 있는 프라임 립 스테이크의 그 맛이 되살아난다.
와우! 장난이 아닌데요. 이런 고기가 베트남에도 있군요.
이사장은 그제서야 입을 연다.

” 저희가 주로 수입하는 고기는 프라임급 등급을 받은 고기입니다. 실제로 프라임급 등급을 받는 소는 백 마리에 한 마리 정도로 귀하다고 합니다. 그렇게 수입된 고기에 저희 만의 노하우를 덧붙여 최상의 맛을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한 것입니다.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최고 품질의 고기 맛을 지니고 있습니다. 한동안은 일본에서 자랑하는 와규 쇠고기도 수입을 하곤 했는데 실제는 프라임급 고기가 와규보다 질이 좋은 경우가 많아서 가격만 비싼 고기가 된 와규의 수입을 그만두고 프라임급 고기 수입을 증가시켰습니다. 현재 베트남에서는 고기를 수입하는 7대 메이저가 있는데 일반 회사는 그들을 제치고 수입을 하지 못합니다만 저희는 직수입 라인을 잡아서 미국에서 직접 엄선된 쇠고기만을 수입하는 것이죠.
저희 식당의 실제 투자하신 분이 미국에 있는데, 그분이 미국에서 쇠고기 유통을 관여하고 있어서 질 좋은 고기를 저렴한 가격에 수입이 가능하도록 루트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30년 갈비집을 운영한 가게와 협력하여 주방장은 물론 여타 음식의 노하우를 전수 받고 그 노하우에 현지 특성을 살린 음식을 만들어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백제 갈비에서는 적어도 베트남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최고의 고기와 상급의 음식을 맛 보실 수 있습니다.
저희가 제공하는 소금 만 해도 그 급이 다릅니다.
일반 소금보다 10배이상 비싼 영국산 말돈 소금을 사용하는데, 이 소금은 고기의 풍미를 한층 높여 준다고하여 세계 유명 음식점에서는 대부분 이 소금 만을 사용합니다.
또한 고기 수입을 위해 별도의 정육점(서울 정육점)을 인수하여 고기를 공급받기를 원하는 하노이시 근교의 식당과 해당 정육점을 찾는 소비자에게 싱싱한 고기를 직접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럼 직설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이곳 베트남에 사는 교민들이 왜 백제갈비에 와야 합니까?

” 꼭 오실 이유는 없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쇠고기의 진미를 즐기실 분은 오실 만합니다. 백제갈비에서 한번 고기를 드시면 아마도 다른 곳에서 이 맛을 찾기는 힘들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베트남의 모든 식당에 고기를 공급하는 수입상들은 대부분 초이스급 고기를 수입하고 그나마 보관상태에 따라 고기 맛이 달라지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프라임 급의 쇠고기를 맛보실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저희는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백 마리 당 한 마리 꼴로 등급을 받는 프라임 급 고기 만을 엄선하여 수입합니다. 그렇게 귀한 고기인 만큼 가공 역시 오랜 경험을 한 전문 세프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한 주필님도 말씀하셨듯이 뉴욕 스테이크 집에서 맛보고 놀라던 바로 그 맛이 아니던가요? 이렇게 정성을 들여 제공되는 최상의 고기이기에 교민 여러분에게 꼭 다녀오실 만 하다고 자신 있게 권유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정도 설명이면 한번 가볼만 한 갈비집은 되는 듯싶다.
이석덕 사장은 2000년에 이랜드 베트남 법인장으로 들어와 그때부터 지금까지 19년 동안 오로지 섬유산업 봉제 공장 운영을 천직으로 알고 살아왔다. 한동안 인도에도 나가보았다가 다시 베트남에 들어와 빈 시티에 있는 공장을 운영하다가 이제는 하노이에서 현지 봉제 공장을 임대하여 자신의 사업을 경영하고 있으며 동시에 백제갈비를 함께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꼼꼼한 일 솜씨가 자꾸 일을 더 많이 만든 모양이다.

이사장님의 황금시기를 베트남에서 보낸 셈입니다. 베트남은 이사장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 간단하게 말씀드려서 베트남은 저를 성숙하게 만들어준 제 2의 고향입니다. 많은 것을 이곳에서 베트남 사람들에게 배웠습니다. 그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경제적으로 개인적 비지니스의 틀을 마련해준 고마운 나라입니다. 그러고 베트남에 너무 많은 신세를 지고 살고 있나 봅니다. 언젠가 베트남에게 보답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기대합니다.”

 

성공이란,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많은 삶이다.

 

너무 정답이라 재미가 없습니다.ㅎㅎ
그럼 조금은 어려운 질문을 하고 인터뷰를 마무리 하겠습니다.
이제 베트남에 많은 젊은 이들이 몰려 옵니다.
아마 한국에서 이루지 못한 성공을 찾아 나서는 듯합니다.
그들에게 베트남의 선배로서 인생을 먼저 산 사람으로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 성공이란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많은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스스로 제 인생에 점수를 매긴다면 고작 60점 밖에 주지 못합니다. 많이 부족하지요. 특히 모태 신앙인임에도 아직 종교적인 갈등에서 벗어나지 못한 부분이 점수를 많이 깍아내는 듯합니다. 이런 사람이 성공을 운운하는게 어울릴지 모르지만 일단 인생의 선배로 말씀을 드립니다. 이제 많은 젊은이들이 이곳 베트남에 성공을 위해 찾아 온다고 했는데 성공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생각해봅니다. 저는 한국인이라면, 이곳에서 물질적인 성공은 그리 어렵지 않게 이룰 수 있으리라 봅니다. 한국인의 DNA, 즉 한국인 특유의 성실을 실행하여 베트남을 공부하고, 자신의 분야에서 꾸준히 노력하고 전문가가 된다면 멀지 않은 시기에 흔히 얘기하는 일차적 성공을 이룰 수는 있지만, 인생에 있어서 진정한 성공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면 좀 다른 의미가 드러납니다.
저는 성공한 삶이란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많은 삶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물질도 그렇고 지식도, 경험도 그렇습니다. 조그만 생각해보면 누구나 쉽게 깨달을 수 있는 성공의 의미입니다. 저도 이제 삶을 정리할 시기가 되면 제가 그동안 배우고 익힌 삶의 양식과 경험을 후배들과 어린 청소년들에게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스스로 제 삶의 성공을 위로할 수 있는 길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자신의 DNA를 자식에서 물려주고 영원한 삶을 사는 것처럼 세상을 살면서 배우고 익힌 지식과 경험을 후손에게 알려주는 일은 어쩌면 성공 이전에 의무같이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 의무를 제대로 시행한 사람이 성공한 삶이 되는군요. 그렇다면 받은 것이 각자 다를 수 밖에 없는 이 세상에서 성공은 각자가 다 다른 가치를 지니게 되나 봅니다. 성공의 절대치는 없는 셈이군요.
아무튼, 이 세상의 회자되는 성인들 모두 재벌들처럼 많은 재물을 나눈 사람이 아니라, 공자나 부처 등과 같이 자신의 깨달음을 후손에게 남긴 인물이라는 것만 봐도 성공이라는 개념이 드러나는 듯합니다. 오늘 좋은 공부를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백제갈비 Lô TT3, C6, C7, C16, C17 Khu đô thị Five Stars Mỹ Đình, tại lô đất DD KĐT Mỹ Đình – Mễ Trì, P.Mỹ ĐÌnh, TP.Hà Nộ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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