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뜨겁다. 한국의 뉴스 속에서 베트남에 관련된 내용들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여행도 베트남, 사업도 베트남, 투자도 베트남이다. 계속되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도, 중국과 우리나라의 관계 변화도, 우리나라 기업 환경의 경색도 베트남에 눈을 돌리게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에 베트남 정보가 늘어간다. 인터넷에도 유투브에도 베트남 정보가 쌓인다. 유투브가 돈이 된다는 것이 확인된 이후로부터 이런 물살은 더욱 거세졌다. 몇몇 인기있는 프로그램도 생겼다. 관광 안내나 베트남어 배우기는 이제는 고전이다. 한국의 유행을 쫓아 베트남 먹방도 있다. 그래도 역시 최고의 관심은 베트남 투자이다.
그런데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것들이 있다. 사실과 다른 정보들 때문이다. 유투브 세계에 들어와서도 그런 사례들이 생겨난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좋아요와 구독 하나를 더 받기 위해 그런 무리를 감수하는 것일 게다. 결국 이윤을 보기 위함이다.
최근에 답답함을 더하게 하는 기사들이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A프로젝트였다. 굳이 지역과 프로젝트 이름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런 사례는 드물지 않다. 이 프로젝트는 호찌민시의 개발을 선도하는 핵심지역에 위치해 있다. 규모가 압도적이고, 위치도 좋거니와 무엇보다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투자 마케팅이 활발했던 프로젝트이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가 불법으로 공사를 진행해 왔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건축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로 시공을 했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인민위원회 결정문에 따라 벌금이 부과되었고 건축 허가 절차가 완료되기 전까지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행정명령을 받았다.
지금 호찌민시 주요 개발지역은 정부의 감사가 시작된 이후로 사업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감사 결과 보고서가 나왔는데 후속 조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니 중요한 개발 프로젝트는 당연히 감사의 강력한 영향권 내에 있다. 그런 이유로 이 지역에 대한 현지 베트남 부동산업체들의 활동은 미미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프로젝트의 투자 설명회가 올 초 한국에서 열렸고, 인터넷에는 프로젝트의 홍보 사이트, 소개 블로그가 여럿이다. 그런데 어느 곳에도 감사로 인해 예상되는 사업의 영향이나 위험성에 대해 조언하는 내용은 없다. 투자자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다만 ‘좋다’고만 한다.
물론 공사 중단의 기간이 짧을 것이므로 문제가 아닐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벌금이 얼마 안되니 큰 문제가 아니라고 변명할 수도 있다. 관과의 네트워크가 좋다고, 발주처가 힘이 있는 그룹이니 기다려 보라고 할 수도 있다. 예전에도 이런 경우가 있었지만 다 해결되었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프로젝트의 리스크에 대해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실 그렇게 하면 사업이 안될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의 투자를 유도하는 이들은 그것을 통해 이익을 얻게 되므로 정보의 진실성에 대한 책임을 가져야 함은 당연한 논리이다.
그렇다고 투자자들도 책임을 피해 갈 수는 없다. 듣기만 하고 진짜와 가짜를 분별하려고 하는 노력이 없다. 수고 없이 이익을 얻고자 하는 투자는 그래서 본시 위험을 담보로 한다. 헛된 기대가 진실을 가리기 때문이다.
한동안 아파트 쇼핑 바람이 하노이와 호찌민에서 불었던 적이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2015년 외국인 투자법이 개정되고 시행 세칙이 발표된 이래 외국인에게도 고급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 매입의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이 투자에 열성적이었던 사람들은 한국에 거주하는 사람들보다 중국에 거주한 사람들이 더 많았다고 한다. 중국의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벌어졌던 부동산 폭등 현상이 여기에서도 재현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래서 베트남 투자 원정대가 모집되고 위챗과 카톡에서는 부동산 투자를 위한 단톡방이 활발했다. A프로젝트도 이의 연장선상에 있다. 물론 십년 뒤, 이십 년 뒤, 이 나라가 지금과 같이 발전한다면 그들의 예측이 맞을 것이라고 나도 동의한다. 그런데 그 방식이 ‘적법’했을 때라야 그렇다.
우연하게 유투브의 베트남 부동산 투자안내에 대해 보다가 놀란 적이 있다. 법이 허락하지 않고 있는데, 혹은 법에 아직 정해지지 않은 사항들인데 그럴 듯하게 설명하는 영상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 영상에서는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잘 모르는 내용을, 마치 전문가처럼, 마치 아는 것처럼 얘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진짜 전문가라면 사실을 정확하게 전해야 한다. 법에 정해지지 않았다고 적법한 것이 아니다. 편법이 있다고 허용된 것은 아니다. 베트남의 법체계가 정비되어 지금보다 정교해질 때 우리가 투자한 편법과 위법 사이에서 사용하던 방법들은 언젠가 갑작스럽게 제지될 수 있다. 마치 건설 허가를 받기 전에 시공하는 것을 당연히 여겼던 공장 투자자들이나 어느 개발사업처럼 말이다. 물론 소수의 얘기일 수도 있다.
이 나라는 외국인에게 허용하지 않는 것이 있다. 주거시장도 개방된 듯하지만 아직 일부일 뿐이다. 외국인 개인에 대한 사용권증서, 속칭 핑크북 발급 문제는 아직 요원하다. 외국인이 매입한 아파트의 거래는 외국인끼리만 가능하다. 내국인은 구별 없이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지만 외국인은 내국인의 아파트를 구매할 수 없다. 예비분양 때 외국인이 몰리는 현상은 당연하다. 허용된 듯하지만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니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것을 보고 시장이 뜨겁다고 예측하는 것은 속단이다. 우리가 보는 것은 일부의 시장이지 이 시장 전체가 아니다. 그러므로 이 곳에 투자하고자 하는 사람들, 이 곳에 정착하려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안내를 해 주어야 한다. 그것이 현지의 전문가가 할 일이다. 무엇이 아니고 무엇이 가능한지,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무엇이 적법하고 무엇이 편법인지, 단기적인 가능성과 장기적인 비전을 어떻게 이 땅에서 세울 수 있는지 조언해 주어야 한다. 진짜를 말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정보를 찾는 사람들도 노력과 비용을 들여 진짜를 찾는 수고를 해야 한다. 인터넷에서도 양질의 정보를 얻기 위해 정보 검색이라는 수고로운 기술이 요구되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베트남에서 함께 성공하려면 진짜를 말해야 한다. 인터넷 세계에서도 유투브를 통해서도 그리고 현실 세계에서도 아는 것을 바로 말해야 한다. 그것이 전문가들의 책무이다. 그래야 투자하는 이들도 안전해질 수 있고 투자 역시 지속될 수 있다. 눈 앞에 이익이 보인다고 정보를 감추거나 잘못된 정보를 나누는 것은 우리 스스로를 지속 가능할 수 없도록 할 뿐이다. /夢先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