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라시 (Tabloid of Truth)

진실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자극적인 소문은 사람들의 입과 손가락을 통해 일파만파로 퍼져갔고, 여배우 A양을 죽음으로 몰아갔다. 그리고 여기 또 다른 희생자, 여배우 A양의 매니저가 있다. 영화 < 찌라시 : 위험한 소문>은 이 매니저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뚜껑을 열고 본 ‘찌라시’는 놀라운 흡인력을 보였다. 초반 매니져 우곤(김강우 분)과 배우 지망생 미진(고원희 분)이 서로에게 깊은 신뢰를 쌓는 과정이 지나고부터는 전개가 빨라진다. 사건에서 또 다른 사건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군더더기가 없다. 그러다보니 2시간이 쉴 틈없이 지나간다.

일명 ‘찌라시’(지라시)라 불리는 사설정보지로 인해 모든 것을 잃게 된 매니저 ‘우곤’(김강우 분)은 지라시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직접 지라시 제작과 유통 시장에 뛰어든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망친 특정 지라시의 근원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한낱 지라시에 정계•재계•관계가 얽혀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지라시 유통 전문가 ‘박사장’(정진영 분)과 불법도청전문가 ‘백문’(고창석 분) 등의 도움을 받아 지라시에 감춰진 음모를 밝혀내려 한다.
영화에 따르면 기업체의 정보 담당 임직원과 국회의원 보좌관 등 정치 관계자, 국가 기관 요원 등 다양한 인사들이 서로 멤버를 엄선해 폐쇄적으로 비밀리에 운영하는 주간 회의에 의해 ‘찌라시’의 정보가 생산된다. “기업인 아무개가 청와대 정책실 누구를 만난다더라”는 고급 정보부터 “A회장이 여배우 B양과 만나 어쨌다더라”는 은밀한 스캔들까지 오간다. 이렇게 생산된 정보는 일명 ‘공장’이라 불리는 사설 정보지 전문 업체를 거치면서 유료화돼 ‘구독자‘들에게 은밀히 배포된다. 영화 속에선 구독자들이 이메일과 비밀번호를 함께 전달받아 정보를 확인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여기에도 다양한 정보회의와 사설정보지 업체들이 있이 경쟁을 하며 시장을 형성한다.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다. 원톱 주연이라 해도 될 만큼 영화 전체를 이끌어 나가는 김강우는 이번 작품에 온 몸을 던지는 열정을 쏟았다. 작품 시작과 동시에 시원하게 뺨부터 맞는 그는 작품 내내 때리고, 쫓고, 맞고, 구르기를 반복한다. 뜀박질만으로 차를 쫓는 자칫 설득력을 잃을 수 있는 추격신은 왠지 김강우표 ‘우곤’이라면 가능할 것만 같은 신뢰감을 주기까지 한다. 액션 뿐만 아니라 내면 연기도 안정적이다. 자신이 애지중지 키운 여배우를 그리워하는 마음과 세상을 향한 분노를 담은 감정 연기, 정보회의에 잠입해서 펼치는 능청스러운 모습까지, 김강우의 출연작 중 그의 매력이 가장 많이 담긴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라시의 실체를 밝히려는 ‘우곤’을 막는 해결사 ‘차성주’ 역을 맡은 박성웅의 악역 연기도 돋보인다. 영화 < 신세계>에서 강렬한 악역 연기를 선보였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 보는 내내 관객들을 소름 돋게 하는 차갑고 잔인한 악역으로 분해 깊은 인상을 남긴다. 더불어 거대 기업 홍보 실장 ‘오본석’ 역의 배우 박원상은 비열한 악역 연기를 선보이며 박성웅과는 또 다른 캐릭터로 악역의 양 축을 이루며 진한 존재감을 남긴다. 이외에도 믿고 보는 배우 정진영의 안정감 있는 연기와 고창석의 개성 강한 캐릭터, 이름도 없이 ‘미스김’으로 등장하지만 ‘지라시 추적팀’의 홍일점 역할을 톡톡히 하는 배우 이채은의 활약도 인상 깊다.
대부분이 궁금해하는 찌라시라는 소재를 담은 이 영화는 대중성과 오락성을 충분히 담았다. 상업영화로서의 공식을 따라가면서도 유치하거나 뻔하지 않다. 그러면서 진실 없는 정보에 인생이 송두리째 뒤바뀌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루머에 놀아나는 사회 현상을 섬세하게 전달한다.


최동훈 감독 ‘범죄의 재구성’, ‘타짜’나, 한재림 감독의 ‘우아한 세계’ 처럼 긴박한 스토리가 강점인 영화에 매력을 느낀 관객에게 ‘찌라시’는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감독- 김광식, 출연 – 김강우, 정진영, 고창석등
3월 28일 CGV-Vietnam 배급.

작성자 : 이정국 MEGASTAR MEDIA (joung.lee@megasta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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