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에는 베트남 북부의 전통예술마을들을 둘러보기로 한다.
먼저 소개할 곳은 베트남 도예가들의 혼이 서린 밧짱(Bát Tràng) 도예마을이다. 경기도에 이천 도예촌(사기막골)이 있다면 베트남에는 ‘밧짱’ (Bát Tràng) 도자기 마을이 있다. 아무도 없는 듯, 있는 듯 조 용한 마을 안쪽에 곳곳에 예술가들이 쉬지 않고 뜨거운 가마 속에서 아름다움을 빚어내고 있다. 도자기를 베트남어로 ‘곰’이라고 하는데 밧짱 도자기를 베트남어로 표기하면 곰 밧짱이 된다.
*** 참고로 ‘밧’은 스님의 밥그릇을 ‘짱’은 마당을 뜻하는데 한자로 ‘鉢場’(발장-그릇 마을)이라고 쓴다. *Gốm, Gốm Bát Tràng, Bát(鉢:바리때 발), Tràng(場:마당)
박닌(Bắc Ninh)성에 위치한 밧짱(Bát Tràng)도예 마을은 하노이 동남쪽으로 홍강을 따라 10km정도 가면 베트남 북부 최대 도자기 생산지 마을을 볼 수 있다. 흥엔(Hưng Yên)성으로 가는 경계구역에 있는 베트남 북부 박닌(Bắc Ninh)성 도예마을 밧짱(Bát Tràng)은 원래 베트남 왕실에 도자기를 공급하던 지역이었다. 500년간의 도자기 역사를 가진 밧짱은 지역 주민들이 대부분 도자기 생산을 주업으로 하고 주민들 또한 도공으로서의 자긍심이 베트남 어느 지역보다 높다. 대부분 수작업으로 도자기를 생산하여 다양한 수공예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지만 베트남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유명하다.
중국 도공의 흔적, 안남도기
1천년 전통의 밧짱 도자기는 11-12세기 경 중국 화남지방의 도자기 기술을 이어 받아 황유도(黃釉陶), 청자(靑瓷), 녹유도(綠釉陶) 등을 생산했으며, 14세기 진(陳) 왕조 치하에는 원나라풍 도자기 양식이 유행해 15-17세기경 전성기를 맞는다. 중국 명나라가 쇄국을 하자, 중국에 대한 대안으로 베트남을 찾는 외국 무역상들이 크게 늘어났다. 바로 이때부터 밧짱이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지금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각지에서는 푸른 색의 용이 웅장한 필치로 그려져 있는 15세기 레(Lê) 왕조때의 밧짱에서 생산된 청화 백자 등 다양한 자기가 발굴되고 있다. 또한 16세기 후반에는 일본에 안남 도기, 혹은 남만 도기란 이름으로 대량 수출된다. 하지만 18, 19세기 찐 (Trịnh)가와 윙 (Nguyễn)왕조의 쇄국정책으로 수출길이 거의 막혀 오랫동안 이름을 알리지 못하다가, 1986년경 도이머이 정책이후, 문화 개방을 시작으로 밧짱 도예 마을만의 소박한 멋의 도자기가 꾸준히 해외 바이어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