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아이를 돌보는 시간은그냥 재워주고, 먹여주고, 입혀주고,
정리해주고 끝나는 시간이 아니라, 엄마가 아이를 ‘탐구하는 생활’
한 달 전, 동네 친한 동생이 둘째 아이를 출산했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 호치민에서 출산했기 때문에 축하인사도 할 겸, 아기 얼굴도 볼 겸 병원에 들렀다. 생후 3일의 아기는 내가 기억하고 있던 것보다 더 작고 여리고 가냘프고 예뻤다. 천사 같다는 닳고닳은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게 작고 예쁜 아기였다. 나에게도 한 번 안아보고 가라고 했다. 그런데 겁이 덜컥 났다. 저렇게 작고 여린 아기를 내가 안으면 부서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됐다고 했더니, ‘언니, 이런 신생아는 앞으로 안아볼 기회가 없을 텐데요. 시연이 시집가서 손주 낳기 전 까지는(ㅎㅎㅎ)” 그렇다면 안아보고 가야지. 그런데 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며 어깨에만 힘이 잔뜩 들어갔다. 출산한 친구와 함께 간 친구는 “이 언니 쌍둥이 낳아 키운 거 믿기지 않는다” 라며 웃었고 나는 “신생아는 무섭고, 말 좀 하는 취학연령쯤 되면 나한테 맡겨라” 라고 답했다. 우리 아이들이 아직 4돌이 되지 않았으니 불과 얼마 전까지도 똥 기저귀를 갈았던 엄마다. 그런데 갓 태어난 아기를 보고 어쩔 줄 몰라 하다니….
그러고 보니 우리 아이들이 말도 못하고 똥오줌 못 가리던 그 시절이 떠오른다. 특히 딸 시연이는 아주 어린 아기 때부터 우리 아파트에서 제법 유명했다. 까칠하기로!
1. 돌이 지나 아장아장 걸을 때는 아파트 마당에서 살다시피 했다. 집은 갑갑하고 밖에 나가면 아이 친구, 엄마 친구 다 있으니 대화도 나누고 할 겸. 나갈 때는 기분 좋게 쌍둥이 유모차를 끌고 나갔지만, 들어올 때는 시연이는 내 옆구리에 거의 달랑달랑 매달려 들어와야 했다. 놀다가 뭐가 기분이 나쁜지 울고불고 난리를 부리니 강제 소환되는 장면이다. 이 장면 본 주민이 꽤 많다지…. 하루는 같은 또래 아기 엄마가 ‘언니, 밑에 내려와 있네요. 나도 애 데리고 내려갈까?’라고 카톡이 왔다. ‘어, 나 내려온 거 어떻게 알았어? 내려와.’ ‘시연이 울음소리 들리던데’ 16층 사는 친구가 집 안에서 우리 딸 울음소리를 알아들을 정도이니 동네 주민들께 제법 폐를 끼치며 아이를 키웠다.
2. 아이들 14개월 차에 우리 네 식구가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방문했다. 2돌 미만의 아이는 부모 동반에 비행기 좌석을 구입할 필요가 없으니, 아이들과 처음 타는 밤 비행기에 조금이라도 편하게 가려고 비즈니스석으로 끊었다. 그러나 나는 그날 밤 이착륙을 제외한 시간에는 비즈니스석에 앉아보지 못했다. 비행기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그때부터 울기 시작하는데, 비행기 꼬리 승무원 준비실에서 서서 우는 아기 달래느라…. 비즈니스석은 시우와 남편이 각각 한 자리씩 차지하고 푹 자고 왔으니 돈이 아깝지는 않았다고 해야 하나? 공항에 마중 나오신 할머니는 “시연이 목소리가 와 이러노?” 14개월 아기의 울다가 쉰 목소리는 들어본 사람이 별로 없으리라 짐작한다.
3. 가끔 동네 마실이라도 갈라 치면 택시를 타고 나가야 하는데, 5분, 10분 그 짧은 거리도 차만 타면 울고불고, 발을 동동거리고 난리를 부렸다. ‘다른 아기들은 바깥 세상 구경도 하면서 잘 다니는데 시연아, 너는 도대체 왜 그러니? 말 좀 해다오…’ 안고 달래보기도 하고 발바닥도 몇 대 때리고 별 수를 다 쓰며 차를 타야만 했다.
5살이 된 시연이는 요즘 머리에는 포니 핑크 가짜 머리를 달고, 핑크 엘사 원피스에 목에는 볼드한 목걸이, 손가락에는 ‘보석 반지’ 를 사 먹으면 나오는 보라색 반지를 끼고, 핑크 크록스 신발을 신고 아파트 마당을 조신조신 돌아다닌다. 그리고 절대 빠질 수 없는 그녀의 머스트해브 아이템. 바로 빨간색 안경이다.
3돌이 지나서 한국에 갔을 때, 아이들도 소아과, 안과, 치과 등등 기본적인 검진을 받으러 갔다. 2돌쯤에도 병원 검진을 갔으나 말을 잘 하기 전이라 안과의 시력검사는 어려웠다. 3돌이 지나니 나비, 비행기, 물고기 그림 등으로 시력검사가 가능했다. 시우의 검사는 쉽게 끝났다. 다음 시연이 차례인데, 검사자가 아닌 내가 봐도 시연이가 답하는 게 좀 이상해 보였다. 그림으로 하는 시력 검사가 끝나고 안과 전문의를 만나서 기계로 검사를 하는데, 아무래도 시력이 좋지 않은 것 같다고. 소아 원시로 보인다며 정밀검사를 하기로 했다. 조절 마비 굴절검사라는 동공 정밀 검사 결과 마찬가지여서 안경을 껴서 시력 발달을 돕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아이 시력이 좋지 않다니 가장 먼저 엄마로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 한편으로는 일찍 알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가장 큰 걱정은 이 어린 아이가, 게다가 까칠 대마왕인 시연이가 안경을 끼고 생활하겠냐는 것이었다. 돋보기 같은 안경에, 내가 써도 제법 어질어질한 도수였다. 첫날에는 시연이도 불편해했다. 그런데 일주일쯤 지나자 자기가 안경을 찾아 쓸 정도로 잘 쓰고 다녔다. 더 신기한 것은 그렇게 까칠하고 쉽게 피곤해하고 짜증내던 아이가 훨씬 부드러워지고 키우기 수월해진 것이었다. 이게 안경을 껴서 그렇다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나는 믿는다. 김봉사 눈 떴다고! 시연이가 그 동안 정확히 표현하지 못했지만, 시력이 약한 아이는 커 갈수록 눈의 피로감을 더 느꼈을 것이고, 호치민의 강렬한 자외선은 시연이 눈의 피로감을 만 배는 상승시키지 않았을까? 아이는 울음으로 불편함을 표현하고, 온몸으로 힘듦을 드러내는데 지금까지 내 눈에는 이유 없는 짜증과 까칠함으로 보였던 것이다.
그리고 말을 제법 잘하게 된 어느 날이었다. 차를 타고 가는데 시연이가 ‘엄마, 나 머리 아파’라고 말했다. 멀미를 하나보다 하고 그럼 차 안을 보지 말고 창밖을 봐 라고 했더니 조금 있다가 응 이제 괜찮아. 라고 대답했다. 아하! 차만 타면 울고불고, 발로 차고 짜증을 냈던 게, 비행기를 타면 잠시도 쉬지 않고 울었 던 게 멀미였구나. 엄마인 나도 차멀미가 심해서 그 기분을 충분히 알고 있다. 지금도 달리는 차 안에서는 카톡도 못 보낸다. 시연이는 엄마 닮아 차멀미를 심하게 하는 아이였는데, 엄마인 나는 그것도 모르고 얘는 차만 타면 울고 불고 난리라고. 좁은 데서 잠시도 못 있는다고 애 타박만 했다.
임신 때 정독했던, 육아의 바이블이라는 그 책, ‘베이비 위스퍼러’에서는 아이의 울음을 잘 관찰하면 배고픔, 졸림, 덥고 추움, 기타 불편함을 다 알아챌 수 있다던데, 도대체 시연이의 울음은 설명이 안 되는 것이냐. 각자 아이들이 갖고 있는 기질적 특성 이외에도 신체적인 특징이나 환경에 대한 반응이 모두 다 다른 게 당연한 일인데, 나는 아이들이 비슷한 범위 안에서 행동할 것이라 생각했다. 시우의 경우에는 그 범위 안에 있으니 아이의 상태나 기분 등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연이는 시력이 나쁜 특별한 경우였고 아주 심한 멀미를 하는 아이였는데, 엄마는 전혀 아이의 상태를 알지 못하고 예민한 아이, 까칠한 아이 심지어 이상한 아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키웠으니. 그러나 아이가 말을 하기 시작하자 시연이의 특수성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말을 하고 표현이 가능해지자 아이의 불편함을 풀 실마리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엄마가 아이를 돌보는 시간은 그냥 재워주고, 먹여주고, 입혀주고, 정리해주고 끝나는 시간이 아니라, 엄마가 아이를 탐구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그러면 적어도 우리 아이에 대한 전문가가 될 수 있을 테니.
이렇게 그녀를 탐구하여 어느 정도 파악했다고 생각하지만, 예민한 감각을 가진 시연이는 여전히 까칠한 편이다. 심지어 말을 잘하기 시작하니 말로도 못 당하겠다. 이것 좀 치워달라 했더니 “엄마, 나 지금 피곤하고 힘들어서 못하겠어”….(그녀는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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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영유아건강검진에 대해서 잘 알고 있겠지만,
생후 18~29개월, 생후 42~53개월, 생후 54~65개월에는 구강검진이 포함되어 있으니 어린이 치과에서 구강검진을 받기를 추천. 또한 22개월 이후에는 소아과에 따라 기본적인 시력검사도 실시 가능. 시력이 걱정되면 안과에서 검사 받는 것을 추천.
검진 계획을 짤 때, 치과 → 안과 순보다는 안과 → 치과 순이 더욱 무난함. 치과를 먼저 다녀오면 울고 지쳐 안과 검진이 어려운 경우가 많음.
글쓴이 J.Sai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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