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November 22,Friday

선행이 가져다준 최악의 결과

 

프랑스 혁명기의 3거두 중 한명인 막시밀리앵 드 로베스피에르(Maximilen de Robespierre)의 일화 중 서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전반적인 생필품 가격을 통제하는 정책을 펼친 일화가 있다. 그 중 반값우유정책이 있는데, 매일 마시는 우유값이 비싸 서민들이 힘들어하자 가격을 반값으로 내리겠다는 것이었다. 대중은 이에 열광하였고, ‘로베스피에르’는 영웅으로 칭송받았다. 그는 반값 우유정책의 첫 번째 원인이 되는 건초값을 내리도록 명령하였지만, 건초 재배 농민들은 수지가 맞지 않자 건초 재배를 중단하고 땅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게 되었다. 결국 건초값이 폭등하게 되었고, 우유값은 오히려 반값 명령 전의 10배로 폭등하게 되는 결과를 맞았다. 대중의 열광은 분노로 바뀌었고 민중을 위한 의도는 정말 좋았지만, 좋은 의도가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는커녕 안타깝게도 최악의 결과를 만들어낸 바 되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어떠한 의도로 행한 수많은 일들에 따른 연쇄적인 결과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그리고 때때로 우리는 한가지 문제를 해결하려다 그 문제가 더 악화되는 경우 또한 종종 겪게 된다. 오늘 소개할 영화 OST는 이러한 딜레마를 풀어헤치는 스파이주인공의 이야기,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곡들이다.
‘미션 임파서블’의 가장 강력한 음악은 영화가 시작되는 도입부 부분의 메인 테마곡이라 생각한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전설적인 영화음악가인 ‘랄로 쉬프린(Lalo Schifrin)’이 맡은 주제곡이며, 이 영화의 가장 큰 시그니처이자 근간으로 빼놓을 수 없는 건 바로 도화선이 타들어 가는 오프닝 장면과 함께 나오는 이 테마곡이 아닐까? 음악에 대한 조예가 깊지 않다 하더라도 누구나 들으면 잊을 수 없게 만드는 5/4 박자의 이 테마곡은 사실 영화(Mission Impossible)의 약자인 M과 I의 ‘모스부호’에서 착안되었다고 한다. ‘다- 다-’, ‘디 디’를 5박자 (‘다-‘가 1.5박자, ‘디’가 1박자)로 표현함으로써, 흔히 대중음악에서 접하는 4/4 박자보다 1박 더 여유를 주어 긴장감을 끌어 올렸다. 재즈에 기반을 둔 ‘랄로 쉬프린’만의 리드미컬하고 재기발랄한 솜씨가 빛을 발하는 테마로, 긴장감 넘치는 스파이영화에 잘 어울리는 리듬 및 사운드를 만들었다고 보여진다. 영화 이전에 원작으로는 1966년부터 1973년까지 미국 드라마로 인기를 끌었고, 국내에서는 ‘제5전선’이란 제목으로 방영되었다. 처음 이 테마곡을 선보였을 당시 싱글로 나와 빌보드 차트100까지 진입하였으며, 미국 TV쇼 테마를 언급할 때면 빠지지 않고 수위에 오르는 전설적인 명곡이 되어버렸다. 이 테마곡 외에도 주인공의 팀이 작전을 수행할 때마다 흘러나오는 ‘The Plot’이라는 곡도 익숙하게 사용되었다. 스네어 드럼의 역동적인 비트와 작전의 중대성을 알리는 듯한 묵직한 스트링. 또한 진군가처럼 울려 퍼지는 브라스 섹션이 결합해 불가능한 임무에 도전하는 팀원들의 사기에 앞장서는 듯 한 느낌이다. 이 곡들은 ‘미션 임파서블’의 상징이 되었고 매 시리즈마다 다양하게 표현함과 동시에 원작 고유의 통일감과 정체성을 부여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50년이 지난 지금, 한결같은 존재감을 보여준 ‘랄로 쉬프린’의 흔적이자 역사다. 위 2곡 외에 영화OST 몇 곡을 더 소개해본다.

• The Cranberries – Dreams
Scene – Mission Impossible 1
훌륭한 밴드는 특정 시기의 대중들에게 강력한 유대감을 형성해 준다. 특히 아일랜드출신 밴드들이 그러했고, 그중 우리나라에서 알려진 대표 밴드로서는 U2, Westlife, The Corrs, 그리고 90년대 중반 시대를 풍미한 ‘크랜베리스(The Cranberries)’가 있다. ‘미션 임파서블’ 1편의 OST 곡이자 이 밴드의 대표곡인 ‘Dreams’는 아일랜드의 신비로움을 안겨준 데뷔앨범의 수록곡이다. 이 앨범을 프로듀스한 사람은 브릿팝계의 거장 ‘스테픈 스트릿(Stephen Street)’이다. 깔끔한 사운드의 질감을 잘 만들어 내는데 전문인 그는 밴드 ‘Blur’를 비롯해 수많은 90년대 브릿팝 앨범을 프로듀스 하였다. 이 앨범의 사운드면으로 보자면 브릿팝의 느낌이 있지만, 80년대의 컬러지락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90년대의 슈게이징, 드림팝 등의 인디적인 요소가 잘 어우러져 있다. 또한 발매와 함께 영국, 아일랜드 차트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며, 영화 ‘중경삼림’의 OST로도 사용이 되었다. 이 밴드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리드 보컬인 ‘Dolores O’ Riordan’의 존재감이라 생각된다. ‘크랜베리스’의 기본 정서와 아일랜드 특유의 감성이 깃들어져 슬픔과 한을 나타낼 수 있는 처연한 음색이 느껴지며, 특히 이 앨범에서는 감성적이고 서정적이며 아름다운 가사로 신비로움을 잘 표현하였다.

• Limp Bizkit – Take a look around
Scene – Mission Impossible 2
2000년대 초반 전 세계적으로는 얼터너티브 계열에서 분리된 뉴메탈이 붐을 일으키던 시기였는데, 그 중심에는 바로 ‘림프비즈킷(Limp Bizkit)’이 있었다. ‘림프비즈킷’이 무명이었던 시절 얼터너티브의 제왕은 ‘콘(Korn)’이었다. 미국 빌보드 앨범차트는 물론이고 한해 200만 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리며 ‘세상을 바꾼 노래 100선’에선 그들의 노래 중 ‘Blind’가 88위에 등극하였고 ‘얼터너티브=콘’ 이라는 수식어를 만들어냈다. ‘림프비즈킷’이 결성되었던 지역이 미국 플로리다주인데 1995년에 ‘콘’이 이들의 지역에서 공연을 하게 되었고, 우연찮게 ‘림프비즈킷’의 데모 노래를 듣게 되었다. ‘콘’의 멤버들은 대단한 감명을 받아 이 무명인 밴드에게 함께 투어를 하자는 제안을 했고, 동시에 자신들의 프로듀서인 ‘로스 로빈슨(Ross Robinson)’을 소개시켜 주며, 메이저 레이블회사인 ‘인터스코프(Interscope)’에 앨범계약까지 성사시키는 등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이 시기부터 ‘림프비즈킷’은 ‘콘’과 함께 얼터너티브계 뉴메탈 장르를 양분화하였으며,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전성기를 이끌었다. 특히 ‘Take a look around’가 포함된 3집앨범 ‘Chocolate starfish and the hot dog flavored water’는 발매 한 주 만에 백만 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리는 기념비적인 역사를 썼다. 대표곡으로 이 노래와 함께 ‘Rollin’, ‘Break stuff’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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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agine Dragons – Friction
Scene – Mission Impossible 6 (Fallout)
올 여름 개봉한 한국영화 ‘독전’의 OST였던 ‘Believer’. 바로 그 주인공 ‘이매진 드레곤즈(Imagine Dragons)’이다. 얼마전 개봉한 ‘미션임파서블 6편(Fallout)’의 OST인 ‘Friction’은 사실 이 영화가 개봉되기 훨씬 전에 나온 노래이다. 영화 트레일러를 보면 이 노래가 삽입된 장면이 나오는데 긴장감이 감도는 기타 리프와 웅장한 드럼, 베이스 연주로 전투적이고 어두운 분위기를 내며 도입부부터 마치 이 노래가 ‘미션임파서블’을 위해 만든 노래라고 착각하게 만든다. 락에 포크를 결합한 밴드는 수없이 많다. 플릿 폭시즈(Fleet foxes), 멈포드 앤 선스(Mumford and sons)같은 밴드의 등장 이후론 더 흔해졌다. 하지만 그런 뿌리로 돌아가려는 흐름과 최신의 전자음악 흐름을 하나에 아우르는 밴드는 드물다고 생각한다. 각각 음악의 전통과 미래를 상징하고, 그 사이의 밸런스를 잘 맞춘 ‘이매진 드래곤즈’는 현재 가장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밴드이자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밴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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