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일식에 대한 관념을 버려라.
서민음식부터 고급음식까지 모두의 일식 집
일식은 배고픈 음식?
이상하게 일식은 배고픈 음식이라는 통념이 존재한다. 음식 치장이 많아 한국 음식과 다르게 양이 적다는 느낌을 받게된다. 그러나 일본에서 배고픈 일식은 중급 이상의 레스토랑에서나 먹게 되는 고급 음식이지, 서민음식으로 내려가면 한국보다 가성비가 높은 음식을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에비스는 일본에서 흔한 이름이다. 동경(東京)에서 잘사는 동네 중 하나인 시부야구(渋谷区)의 지명 중 하나가 에비스(恵比寿)이며, 또한 일본 민간신앙에서 칠복신(七福神)중 으뜸으로 치는 신의 이름이 에비스(恵比寿, えびす, ゑびす)이다. 에비스는 낚시대를 잡고 물고기를 잡는 모습으로 존재한다. 그러기에 어부들에게는 만선의 신이요, 자영업자에게는 장사의 신, 농민들에게는 풍년의 신으로 불린다.
장사의 신, 아니 돈을 벌어주는 신의 의미를 담고 있어서인지 ‘에비스’라는 이름의 식당은 한국 중국집 ‘만리장성’ 같은 이름처럼 흔하게 존재한다. 형태도 다양하지만 주로 식당이름에 많이 쓰이는게 에비스다.
최근 2군 안푸에 확장 개업한 에비스도 다른 일본음식점처럼 흔한 곳 같지만 무난함 뒤에 숨겨진 저력은 왜 이곳이 인기가 높은지를 말해준다.
적절한 일식집 에비스
메뉴판으로 본 에비스는 다양하지만 평범하다. 사실 이러한 평이함은 일식집에서 보기 힘든 특별함이다. 왜냐하면 일본음식만큼 분야별로 세분화되어서 판매되는 음식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비스는 일식집중 특이하게도 거의 모든 음식을 주력메뉴 없이 판매한다. 이것은 일식집으로서는 치명적일 수 있으나 특이하게도 그렇게 한다.
실내 분위기는 적절하게 고급화되어 있다. 검은색 계열의 인테리어를 사용하여 차분하고 정돈돼 보이면서 좌석을 단체석과 바(Bar) 형태의 개인석을 분류하여 고객이 부담을 느끼지 않게 했다.
메뉴는 자그마치 300가지 종류다. 이렇게 메뉴가 많은 집의 진정한 실력은 세트메뉴에서 나오기에 2개의 세트 메뉴와 2개의 사이드 메뉴를 골랐다.
우선 처음 전식으로 나온 것은 일본 요리의 기본인 계란찜 ‘차완무시’(Chawan Mushi)다. 차완무시는 한국의 계란찜과 다르게 연두부 보다 부드러워야 한다. 이것이 최소 기준이다. 에비스는 부드러운 맛은 당연히 충족시키는 데다가 감칠맛까지 곁들여서 일품의 차완무시를 제공한다.
다음에 나온 요리는 도큐죠우 니기리스시 모리와세(Tokujyou Nigiri Moriawase) 모듬스시다. 장어구이, 연어알, 날치알 스시 등 총 10가지 스시가 나오는데, 슈퍼마켓에서 보던 익숙한 모양의 스시라서 기대하지 않고 먹었지만 맛의 기본기가 탄탄했다, 스시에 모든 것을 집중한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기본이상의 맛이 나왔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모리와세를 다 먹은 후 사이드 메뉴로 시킨 아부리 시메사바 사시미(Aburi Shime Saba)가 나왔다. 고등어를 식초에 절인후 껍질 부분을 약간 익힌 사시미다. 이 음식은 사실 일본에서도 동일본(관동, 동북) 지역에서나 흔한 음식이지 서일본 지역(관서, 큐슈, 시코쿠, 산인)에서는 보기 힘든 별미다. 특히 껍질 부위를 어느정도 익혀야 하며 고등어를 식초에 절여야 하기에 은근히 까다로운 음식이지만 익혀진 껍질 부분의 바삭한 맛과 식초에 절여진 고등어 살의 맛은 미각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했다.
이제 마지막으로 우동과 가이센동(Udon&Kaisendon Set) 세트 메뉴가 나왔다. 가다랑어 살, 도미살, 연어알 등 각종 해산물을 밥과 곁들어 나온 가이센동은 홋카이도(북해도)수준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기대이상의 무난한 맛을 선보였다. 의외로 맛이 나오기 힘든 음식을 일품은 아니지만, 기대치 이상의 맛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가이센동에서 제일 중요한 재료의 신선도를 읽을 수 있었다.
모두의 일식집
일본인이 운영하는 일본음식집에서 스시부터 돈까스까지 판매하는 걸 보았나?
유명 규동 체인점 요시노야, 마츠야에서 스시, 가이센동, 우동을 죄다 판매하는 지점을 본적이 있나?
메뉴가 많아도 규동이라는 음식을 중심으로 파생된 메뉴를 주로 판매하지 에비스처럼 모든 음식을 판매하는 곳은 보기 힘들다. 왜냐면 일본음식은 그 만큼 재료의 질이 중요하기 때문에 한국 분식점처럼 중구난방으로 판매 하다가는 망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비스는 이러한 통념을 뒤집은 집이다, 메뉴는 300여가지, 정체성도 안보이지만, 맛을 본 모든 음식이 일본 본토 일식집 수준에 다가간 맛을 선보였다.
한국인과 일본인들이 이 집을 많이 찾는 이유는 심적 부담없이 질 좋은 일식을 적절한 가격대에 맛볼 수 있다는 장점이 큰 집이기 때문에 에비스의 인기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 혼식이건, 비즈니스 런치, 엄마들의 평일 점심이건 이 모든 요구를 충족하는 레스토랑 에비스(えびす)를 추천한다.
(한성훈 : kosdaq6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