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November 22,Friday

꿈은 이루어져도 삶은 끊나지 않는다

미술에서 색을 섞는 기법중에 분리라는 기법이 있다.
두 개 이상의 색에서 대비가 강하거나 혹은 서로 닮았을때, 그 사이에 분리색을 넣어 조화시키는 배색기법이다. 그 분리색이 다른색상과 어울려 많은 이들에게 아름답게 비춰지는 경우도 있지만, 때론 조화롭지 못하여 어떤 이들에게는 얼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분리색을 넣은 아티스트 자신만의 이유와 의미가 있다면 바로 여기서 독창적이며 창의적인 예술작품이 탄생되는 것이라 본다.
인생을 돌이켜보면 공동체 사회속에서 스스로에게 분리색을 넣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 과정을 청춘이라 표하고 싶다. 청춘은 사람의 삶에서 언제부터 언제까지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대개 사회생활을 경험하지 않았거나 이제 갓 경험하기 시작한 젊은이들에게 부여해주는 경우가 많다.
예로부터 젊음을 예찬하고 칭송하는 나이든 성인이나 현인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존재하였는데, 그 이유는 그만큼 청춘은 짧고 아름답게 지나가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향기롭고 매혹적인 장미도 상처를 줄 수 있는 가시를 품고 있듯 청춘에도 반드시 고난과 역경은 존재한다. 그 고난과 역경의 대부분은 처음 사회에 나와 세상에 대해 알지 못하고 가지지 못한
상황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세상을 알지 못하고 가지지 못한것이 참으로 깨끗하고 순수하여 청춘을 더욱이 아름답게 빛낼 수 있는 것이다.
오늘은 그 아름다운 청춘에 관한 영화중 코요테 어글리를 소개하려고 한다. ‘캐리비안의 해적’, ‘아마겟돈’, ‘CSI시리즈’의 ‘제리 브룩하이머’가 기획한 영화이며, 미국에서 실제 존재하는 ‘코요테 어글리 살롱’ 클럽의 대표인 ‘릴리아나 러벨’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는 여주인공의 꿈과 열정, 성공에 대한 갈망을 주제로 하였고, 코요테 어글리 살롱에서 벌어지는 화려한 춤과 노래로 관객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OST인 ‘Leann Rimes’의 히트곡들과 깜짝 까메오 출연을 해준 ‘The Calling’의 무대는 관객의 시청각을 자극하며 전세계적으로 1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두었다. 이 정도면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로 나올법도 한데, 의아하게도 국내에서만 처음 뮤지컬로 제작되었다. 그럼 청춘예찬을 잘 묘사한 코요테 어글리의 OST 속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자.

Gloria Gaynor – I will survive
Scene –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
영화 초반부 주인공인 바이올렛이 싱어송라이터의 부푼 꿈을 안고, 자신의 고향인 사우스 앰보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뉴욕의 대도시로 떠나기 전날 밤 친구들과 부른 노래로 주인공의 긴 여정과 젊은 청춘을 잘 보여준 한 부분이다.
이 노래는 미국 여성 싱어송라이터인 Gloria Gaynor의 1978년 싱글로서 미국과 영국에서 동시에 차트 정상을 차지하며 전세계 1,500만장 이상의 앨범판매고를 올렸고, 이 밖에도 그래미 시상식에서의 ‘Best disco recording’, 롤링스톤즈지가 선정한 ‘500 Greatest songs of all time’, 빌보드지의 ‘All time hot 100’에 꼽히며 최고의 명곡으로 자리잡았다. 또한 2016년에는 ‘문화적 역사적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미 의회 도서관의 국가 기록물 등기원에 등재가 되기도 했다.
이 노래가 나왔을 당시 미국의 70년대에는 디스코의 열풍이 불고 있을때였다. 이 시대의 디스코풍의 노래는 다양한 악기와 믹싱으로 화음을 꽉 채우며, 보컬 또한 코러스가 메인보컬을 돋보이게 커버를 해주는 방식이 유행이였는데, 이 노래는 백보컬도 쓰지 않은, 과한 믹싱이나 더빙도 없는 Gloria Gaynor의 보컬은 여백의 미로 깔끔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특히 이 노래는 많은 뮤지션들에게 영감을 주어 리메이크버젼이 많이 나왔는데, 그중에는 시원한 가창력의 소유자 진주가 부른 ‘난 괜찮아’가 있다. 여러 리메이크곡중 추천을 해본다면 ‘스무드 재즈 스타일’의 Nils Landgren,‘브라질 보사노바 스타일’의 Juliana Aquino, 두 아티스트의 I will survive를 들어보길 권한다.

The calling – Wherever you will go
Scene – 자전거 타는법을 배우려면 넘어져야 한다
무사히 뉴욕으로 도착한 바이올렛은 자신이 만든 노래의 데모테이프를 여러 기획사에 보내게 된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고, 주인공과 같이 뮤지션의 꿈을 꾸는 젊은이들은 백사장의 모래알같이 무수히 많았다. 기획사들로부터 계속되는 퇴짜에 이어, 관심조차 가져주지 않는 냉정한 현실에 깊은 좌절감과 실망감을 가지고 눈앞에 보이는 어느 작은 바에 들어가게 된다.
이곳에서 밴드의 연주가 흘러나오는데 놀랍게도 The calling의 Wherever you will go의 무대가 보여진다. 이 노래는 1집앨범 Camino Palmero의 수록곡으로서 발매와 동시에 빌보드 5위를 기록하고 틴 초이스 올해의 락 싱글과 유럽 최우수 신인으로 꼽히며 데뷔와 함께 대중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락 음악 특유의 강렬함에 보컬 알레스만의 풍부한 감성이 잘 녹아든 이 노래는 락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도 거부감 없이 들을수있는 대중성 또한 놓치지 않았으며, 거기에 오빠부대를 이끌고 다니는 수려한 외모와 여심을 흔드는 허스키한 보이스 매력은 The calling을 얼터너티브 락을 이끌 차세대 밴드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얼터너티브 락계열에서 명곡으로 꼽히는 이 노래와 함께 1집의 수록곡중 Adrienne를 추천한다.

Blondie – One way or another
Scene – 전화위복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업친 데 덥친 격으로 주인공이 살고 있던 집에 도둑까지 들어 생활고의 위기가 찾아온다. 돈도 다 떨어져 걱정만 늘어가고 있을때쯤 우연히 코요테 어글리라는 간판이 걸려 있는 바를 알게 되고 이곳에서 바텐더의 일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 싸움에 휘말린 취객을 노련하게 다루는 중재술을 본 사장은 주인공을 취객들을 전문으로 상대하게 시킨다. 또 다시 취객들이 난동을 부리고 이번엔 사장과 경호원마저 어쩔 수 없는 상황까지 와버리자 주인공은 마이크를 잡고 무작정 바 상단으로 올라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데 이때 나오는 노래가 바로 ‘One way or another’이다. 1970년대 중반 미국의 뉴웨이브 음악을 이끈 ‘Blondie’의 대표곡중 하나이다. ‘Call me’, ‘The tide is high’, ‘Heart of glass’,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서 김아중이 부른 ‘Maria’도 있으며, 70~80년대는 Blondie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미국, 캐나다, 영국에서 상위권 순위를 차지하며, 롤링스톤즈지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곡에도 포함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 노래 역시 훗날 후배 뮤지션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는데, 이중 영국 아이돌 그룹 ‘One Direction’이 이 노래와 함께 ‘The Undertones’의 ‘Teenage Kicks’를 메들리로 발표해 영국 싱글 차트 1위에 오르기까지 했다. 가사는 어둡고 사악한 의도를 가진 남자의 심정을 자세하게 읊고 있는 데 반해 멜로디는 밝고 음절이 반복되어 따라 부르기가 쉽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펑크적인 요소와 걸그룹적인 요소를 합쳐 강박적인 욕망을 잘 드러냈다는 평가를 내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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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ann Rimes – Can’t fight the moon light
Scene – 내 안의 공포감을 이겨내다
무대공포증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은 자신의 곡을 알릴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매번 무대에서 내려와야 했지만, 남자친구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노래를 알리는데 성공하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이 영화의 주제곡인 ‘Can’t fight the moon light’을 부른다.히트곡 제조기 ‘Diane Warren’이 만든 곡으로서 리앤 라임즈 특유의 컨트리가수의 색깔은 던져버리고 ‘팝’이라는 양념으로 파격적인 대중적 변신에 성공하여 영국차트 1위, 빌보드차트 11위까지 올랐으며 지금 시대에 들어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고 세련된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 노래를 컨트리 가수가 불렀다고 하기엔 전혀 올드한 느낌도 없고, 후반 고음처리의 능숙함은 10대 가수지만 심지어 노련하기까지 하다. 사랑을 쟁취하기 위한 여성의 당당한 모습이 잘 드러난 이 곡은 노래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달빛에는 어쩔 수 없다’라는 낭만적인 표현이 멋지게 다가온다.

영화의 마지막 대사를 보면 이런 내용이 있다.
‘이젠 네 차례야. 꿈이 이루어지면 넌 뭘 할거야?’
이 장면은 주인공이 싱어송라이터의 꿈을 이루어 대중앞에서 자신의 노래를 부른 후, 요리사를 꿈꾸는 남자친구에게 물어보는 질문과 동시에 우리에게 던지는 작은 메시지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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