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November 22,Friday

소프라노 조혜령

 

아름다운 선율에 담은 음악에 대한 열정 아이들의 눈높이로 꽃 피우다.

“아이들을 위한 문화생활이 척박한 이곳에서 수준 높은 음악적 경험을 하고있습니다.
보다 많은 친구들이 합창을 통해 삶의 풍요로움을 알아가길 바랍니다. 저희 합창단의 지휘자 조혜령 선생님을 소개해주세요.”
people코너의 인터뷰는 언제나 좋은 것을 나누고 싶은 독자들에 의해 꾸며진다. 합창단을 졸업한 학생의 인터뷰 요청이라 더 귀하다.

3월 23일 10회 한인 소년소녀 합창단 정기연주회를 성황리에 끝내고 캄보디아 공연으로 일정이 바빴던 조혜령 단장을 어렵게 만났다. 지휘하는 뒷모습에 차분한 카리스마가 넘쳤던 그녀는 사실 호찌민 오페라 극장 수석 성악가 겸 코치로 음악가로서의 입지가 단단한 베트남 유명인사다. 아담한 체구에 깨끗하고 부드러운 인상이다.
안녕하세요. 단장님 캄보디아 일정은 잘 마무리가 되셨는지요? 지휘자 자격으로 공연이 있으셨나요? (나는 그녀가 합창단 지휘자라는 사실만 접수한 상태다)
아니에요. 영국감독이 캄보디아 왕실과 유니세프를 통해 10년간 준비중인 오페라 ‘마술피리’의 내년 본공연을 앞두고 올해 붐업 행사를 프놈펜에서 가졌어요.
거기서 주연 ‘파미나 공주’역으로 공연에 참여했어요. 캄보디아 압사라 댄스팀의 협연과 전통악기 연주가 훌륭하게 연출된 의미 있는 공연이었지요. 700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호응과 찬사가 지금도 흥분을 일으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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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악가 이신가요? 어떤 계기로 호찌민에서 한인 소년소녀 합창단을 이끌게 되신 거죠?
저의 부친이 한국에서 성악을 전공하신 지휘자로 활동을 하셨어요. 음악이 늘 함께한 성장기를 거치고 러시아 유학길에서 남편을 만났지요. 남편은 13세에 클라리넷에 특출 난 재능을 보여 러시아로 장학 선발된 베트남의 재원이었어요. 결혼 후 자연스레 호찌민에 터를 잡고 아들 둘을 둔 주부이기도 합니다. 오페라 극장 교향악 축제에서 첫무대를 가진 후 ‘오페라 극장 수석 성악가 겸 코치’의 명함으로 몸담고 있지요. 10여년전쯤 부친이 이곳을 방문하셨어요.
“베트남은 한국인에게 경제적으로,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운 곳이지만 아이들의 정서와 문화생활은 오히려 역행하는듯 하구나. 얘야 네가 가진 재능을 이곳의 아이들에게 헌신할 수 있는 길을 찾아 보렴. 음악은 혼자만의 리사이틀이 되어 선 안돼 나눌 때 비로소 완벽한 울림이 된단다.”
늘 앞서가신 길을 등불처럼 밝혀 주시는 분이셨죠. 저는 그 길로 한인 소년소녀 합창단원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반가운 소식에 많이들 참가를 했겠네요. 하지만 모두가 실력이 출중한 친구들은 아니었을텐데요. 창단의 어려움 있으셨지요?
모든 준비를 갖춘 한국의 어린이 합창단 모집과는 너무나 다른 시작이었어요. 소리통만 가지고 있었지 어떻게 내는지도, 음감에 대한 이해도, 악보를 볼 줄도 모르는 그저 순수한 참새합창단 같았어요. 백지상태의 스펀지같은 아이들이 부모님들의 열정과 지지를 버팀목 삼아 소리를 빨아들였죠. 놀라운 흡수력이었어요. 대상은 한인 10세~15세 남녀 학생들로 변성기전의 아이들로 꾸려졌어요. 어린 나이의 남자애들은 좋은 소리통을 가졌어도 여자애들보다 시간이 더 걸렸어요.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었죠. 재정적으로 운영이 쉽지 않았어요. 피아노 반주와 안무가 선생님의 봉사와 같은 재능기부에도 답례가 힘들었어요. 그러나 걱정은 감사로 바뀝니다. 여러 기업체와 영사관, 코참, 한인회 등에서 도움을 주셨고 아이들을 응원해 주셨어요. 10년을 넘는 지원과 격려를 이 자릴 빌어 다시한번 감사인사 드리고 싶어요.

10년간 아이들이 여러 공연을 한 걸로 아는데요. 공연 성과와 자랑을 펼쳐주세요. 정기공연과 가까운 행사일정 홍보도 해주시구요.
매년 3월 정기 공연 이외에 유니세프 기금마련 ‘카르멘’ 출현, 코참 자선의 밤 행사, 민주 평통위 포럼 특별 출현, 영사관 개천절 행사, 오페라 ‘프레드 공’과 ‘선비’ 출현, 심장병 환우 돕기 기금행사 등 여러 오페라 협연과 기관 행사에 아이들의 순수하고 청아한 노래소리가 채워졌습니다. 2017년 6월에는 가장 권위있는 국제 합창 콩쿨 대회인 INTERKUTUR 주최 호이안 국제 합창 경연대회에서 어린이 부분 1등의 영광을 차지했어요.
오는 4월에는 호찌민시 어린이 합창 대회에 특별 게스트로 참여하며 8월 유니세프 기금마련 공연에도 특별 출현합니다.

그간의 성과와 아이들의 발전된 모습에 특별한 감회가 있으실 텐데요. 가장 큰 보람을 느끼셨던 때는 언제 인가요? 합창단의 앞으로 계획 혹은 단장으로써 포부도 궁금합니다.
한인 소년소녀 합창단으로 시작되었지만 지금은 베트남을 대표하는 어린이 합창단으로 발전하고 있어요. 지난 호이안 국제 합창대표도 거주지 기준에 따른 신청국가명을 원칙으로 해 저희는 베트남 팀으로 참여했어요. 우리의 우승을 온 베트남 신문과 방송에서 대서특필하며 함께 기뻐해주어 베트남에서 이방인이 아닌 함께 어울려 살고있는 한국인의 이미지도 우리가 만들었구나 하며 뭉클했습니다.
이번 10회 정기공연은 어려운 준비과정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큰 감동의 무대였어요. 1회 출신 이주희 학생의 독주가 있었고 한국, 필리핀에서 참석한 졸업생들의 성장을 보며 말할 수 없는 보람을 느꼈습니다. 앞으로 베트남 뿐만 아니라 해외무대 ,국제 합창 콩쿨대회 로의 진출도 기대하고 있으며 아이들에게 더 많은 음악적 경험을 통한 정서함양을 돕고 싶습니다.

참여를 원하는 학생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며 무엇을 염두하고 지원해야 할까요? 교민들과 학부모들께 인사말도 부탁드려 봅니다.
정기 오디션은 3월과 8월 중순에 있습니다. 자유곡을 준비한 10~15세 한인 학생은 누구나 대상이 되며 비정기적 오디션을 통한 수시 참여도 가능합니다. 불어, 독어, 이태리 등 다양한 언어의 수준 높은 공연을 위한 준비기간은 4개월로 몇시간 이상 노래에 집중 할 수 있는 끈기와 인내심이 요구됩니다. 무대에서의 자신감은 학업과 생활 전반에 영향을 끼치며 협동과 단결을 통해 단체생활의 중요성을 깨닫게합니다.
지난 10년간 한인 소년소녀 합창단을 위해 항상 뒤에서 버팀목이 되어 주신 우리 어머님들 공이 8할이 넘습니다. ‘내가 이 일을 해야겠다’로 시작했지만 ‘나 혼자 이 일을 한 것이 아니었구나’를 깨닫습니다. 함께해 주신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오늘의 한인 소년소녀 합창단이 성장했습니다. 격려와 지지에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나는 이 일을 끝까지 해야한다.’는 사명같은 다짐을 하며 오늘도 지휘봉을 잡습니다.
(예미해 : beautise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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