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November 22,Friday

하노이 신임 한인회장 윤상호

만나기 전부터 어떤 인물인가 궁금했다. 고상구 전 회장의 아바타인가 아니면 자신 만의 성을 쌓을 또 다른 성군인가?
신임 윤상호 회장과의 인터뷰는 예외적으로 2차에 걸쳐 진행되었다.
새로운 인물이라는 낯섦과 베트남 유일의 한인회라고 해도 무방한 조직의 수장이라는 무게가 겹쳐서 나름대로 인물 파악에 시간을 보낸 탓이다.
신임의 자리에 앉는 사람을 인터뷰하는 경우 앞으로 이룰 것을 짐작 할 수 있는 인물 파악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는 어떤 성향의 인물인가?
한가지 분명한 것은 전임 고 회장과는 컬러가 다르다는 것이다. 전임과 컬러가 같은 사람이라면 그것도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기는 것이 마땅하다.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며 기존의 익숙함에서 벗어나야 시야도 넓어진다. 교민들에게도 신선함을 줄 수 있고 그런 신선함은 교민들의 관심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일단 그의 색다른 행보가 기대된다.

윤상호 신임회장 다부진 몸매에 순진한 미소를 깔고 사는 사람이다.
그는 마주 할 때 마다 항상 사람 좋은 미소를 띄우지만 과연 일에서는 마냥 좋기만 할까 하는 의문을 던져주는, 대놓고 드러나지는 않지만 감출 수 없는 강인한 열정이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자주 모습을 드러낸다. 전형적인 외유내강의 소유자로 보인다.

처음 인터뷰는 한인회 사무실 회장실 이었다.
이산 편집국장이 엘리베이터까지 마중을 나와 따뜻한 미소로 호찌민에서 온 기자를 맞아 친절하게 회장실로 안내를 해주었다.
하노이 한인회보 편집을 책임지고 있는 이산 국장은 참으로 다감한 문인이다.
모 일간지 신춘 문예 희곡 부분에 입선 되어 작가로 등단한 그는 자신이 지니고 있는 문학의 재능을 한인회 홍보를 위해 제작되는 한인회보를 만드는데 사용하고 있다. 그가 언젠가 자신의 희곡으로 무대에서 관객과 인사하는 모습을 볼 날을 개인적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그런 문인을 편집장으로 둔 한인회보가 부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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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 국장은 한인회장의 비서실장 노릇을 겸하고 있는 듯하다. 이날의 인터뷰도 이산 국장이 중간에서 일정을 조정해준 탓으로 차질없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그의 따뜻한 안내를 받으며 회장실에서 만난 유상호 회장, 양쪽으로 늘어진 소파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주인의 자리를 피해 기자의 입장을 배려하는 듯 기자와 동등한 자리에 마주 앉아 반갑게 손을 내민다.

윤회장은 지난 4년동안 고상구 전임회장을 보좌하는 수석 부회장 역할을 수행한 후 관례대로 회장으로 선출 된 인물이다. 일단 교민사회를 위해 4년간 일했다는 것으로 그의 능력과 열정은 검증된 셈이다.
그리고 교민들이 궁금해 할 것 같은 사항, 그가 어떤 인물인가를 알기 위한 신원조사를 시작해본다.

먼저 그의 직업은 무엇인가?
그의 직업은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가 좀 난해하다. 직업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그의 사무실까지 방문하여 2차 인터뷰를 나눴지만 구세대 기자의 감각 탓인지 확실하게 감이 잡히지 않았지만 그런대로 이해한 부분을 적어보려고 한다.
그가 지난 2004년 베트남에 진출한 이후 만든 회사 이름은 SMBL이다. 영문 약자를 사용하는데 풀 네임은 Small and Medium Business Lines 라고 한다.
무슨 뜻인가? 그의 설명에 따르면 영문자 그대로 중소기업의 베트남 사업을 연결해주는 일을 하는 것이라 보면 된다고 한다. 얼핏 보기에는 공공기관의 이름과 유사하고 실제로 하는 일 역시 공공기관의 그것과 유사한 듯 보인다.

구체적으로 하는 일을 들어봤다.
베트남에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의 모든 일을 도와준다는 면에서 컨설팅을 한다고도 싶은데 단순 컨설팅이 아니라 아주 구체적 사항을 직접 수행 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제품 런칭을 하면서 대규모 이벤트를 꾸리면 그 이벤트는 외부 용역을 주지만 그 행사에 참석하여 실제로 행사의 효과를 만들어 줄 유력 참석자를 찾아내는 것은 윤회장의 몫이다. 이런 종류의 일을 포함하여 진출 중소기업에 합당한 파트너 기업을 찾아주는 일, 새로운 시장을 열어주는 일, 관계 법령을 찾아주거나 만들기 위한 방법을 구상하는 역할도 수행한다고 한다. 그러니 단순히 제품을 들여다 사고 팔고 하는 일차원적 사업만을 꾸려본 기자로써는 이해가 쉽지 않은 일이다. 아무튼 한마디로 정리를 하자면, 베트남의 인적 네트웍을 활용한 무형의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소프트웨어 사업이다.
그렇다면 점점 커지는 하노이 시장으로 본격적인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씬짜오베트남>도 그의 고객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면담에는 다른 주제를 갖고 상담을 할 것 같은 예감이 생긴다.

일단 개인적인 호기심은 이 정도로 접고 오늘의 만남의 목적인 하노이 한인회장으로써의 역할과 포부를 물었다. 한인회 수석 부회장을 4년이나 한 경험자답게
“고상구 전임회장이 워낙 탄탄하게 꾸려 놓은 조직이라 나는 그 조직을 유지 발전 시키는 일에 전념할 것입니다” 라는 의미의 정답을 내 놓는데 일단 기록은 하지만 염두에 둘 흥미로운 답변은 아니다.

하노이 한인회와 호찌민 한인회의 비교로 질문을 던졌더니 바로 마음에 담아 두었음 직한 발언이 쏟아져 나온다.
호찌민 한인회의 혼란스런 상황은 호찌민 그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하노이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목소리를 높힌다. 호찌민 한인회가 먼저 설립되고 교민 수 역시 다수인 선배 한인회인데 그런 한인회가 바람직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니 전체 베트남 한인회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각인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점잖게 얘기하지만, 심정적으로는 세계 최우수 한인회로 선정된 하노이 한인회가 사고 지역이나 다를 바 없는 호찌민 한인회와, 단지 같은 베트남이라는 이유로 도매급으로 넘어가는 것이 억울하다는 심정을 표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너무 당연한 반응이다.
아무튼 그는 호찌민 한인회가 하루 빨리 정상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그 구체적인 복안으로 현재 서로 회장임을 주장하는 두 명의 회장이 마음을 열고 상호 협의 하에 진정한 회장을 다시 선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새로 누가 회장이 되더라도 교민사회의 큰 형으로 확실한 대접을 해줄 것이라고 공언한다.
그런 정도로 쉽게 합의가 되고 결과가 나올 상황이면 애초에 이런 혼란도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쓴 웃음이 피어난다. 주제를 바꾸자.

윤회장은 한인회가 해야 할 일에 대한 최 우선 순위로 교민의 안전을 꼽는다. 인터뷰가 있기 바로 전날에도 어느 교민이 뇌출혈로 쓰러져 연락이 와서 총리와의 만찬자리 중에서 일어나 병원에 가서 상황을 파악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 그 교민의 목숨을 구했다는 일화를 들여주면서 이런 일이 한인회가 하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그러고 보니 하노이 한인회에서는 교민들의 응급 사항을 처리하기 위한 긴급 119를 운영한다고 들었다. 그 덕을 보는 교민이 많은 듯하다.
앞으로의 한인회의 운영은 한창 활기를 띄우고 있는 문화강좌를 더욱 활성화시키고, 청소년 문학상도 만들고, 도서실 운영도 더욱 적극적으로 할 계획인데 이렇게 다방면으로 교민과의 접촉을 늘이기 위하여 사무실을 더욱 넓은 곳으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한다. 조직도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14개 본과를 7개 분과로 재 개편했다고 한다.
현재 하노이 한인회의 대부분의 경비를 충당하는 한인회보의 운영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한인회보를 상업지처럼 운영하여 한인회의 운영 경비를 충당하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질문이다.
한인회보의 상업적 운영은 두가지 면에서 한인회의 기본적 취지와 배치된다.
첫째, 교민들이 사업으로 꾸리고 있는 교민잡지의 영역에 한인회가 들어와 자신들이 보호해야 할 교민들과 경쟁을 한다는 것이 한인회의 본연의 역할에 배치되는 일이고, 둘째로는,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잡지를 한인회가 운영함으로 교민의 여론을 오도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언론이 가져야 할 감시와 비평의 기능을 저해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그는 기자가 질문하며 드러내지 않은 이런 면에 대하여 이미 알고 있는 듯하다. 쾌히 한인회의 경비조달에 관한 문제점을 동의하며 다른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힌다.

그가 갖고 있는 한인회 운영자금의 조달은 한인회관을 건립하는 일이다. 한인회관을 건립하여 그 빌딩의 운영비로 한인회 운영비를 조달하겠다는 것이다. 가능한 구체적 실행 계획도 함께 물었다.
한인회가 갖고 있는 정부 관리와의 인적 네트웍을 활용하여 한인회관 건물을 지을 토지를 무상으로 공여 받은 후 건설업자들에게 BOT(Build Operation and Transportation) 방식 즉, 건물을 지어 관리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양도하는 방식으로 한인회관을 지을 예정이라 한다.
이런 사업을 구상하는 윤회장은 사업적인 촉각이 아주 발달 된 비즈니스 맨이다. 특히 사업을 위한 인적 네트웍 구성에 심혈을 기울인다. 그러다 보니 이런 방식의 한인회관 건립을 생각해 내는 것이다. 이 방안에 대하여 아직은 많은 사람들이 회의적인 의견을 보이고 있지만 기자의 생각으로는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고위인사들과 인적 네트웍을 잘 관리하고 있는 윤회장이라면 성사가 가능한 일이고, 어찌 보면 윤회장이기에 내놓을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이제 그가 갖고 있는 최대의 장점이자 무기인 인적 네트웍에 대하여 물었다. 어떤 사람들과 네트웍을 맺고 있고 어떻게 관리하는가? 그는 자신만이 갖고 있는 인물 구분법을 알려준다. 어떤 이들과 교류를 가져야 하는가 이국의 땅에서 생면부지의 인물을 어떻게 구별하는가?
먼저 한국인
• 명함을 제대로 내미는 사람. 이분들은 적어도 신분이 확실하다는 면에서 일차 관문을 통과한다,
• 베트남에 대한 호감 여부. 베트남에 살면서 이 지역에 호의를 갖고 있지 않는 분들은 대부분 성공적인 정착을 하지 못한 분이라 제외.
• 한국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계신 분. 자신의 뿌리에 대한 자부심은 자신감과 연결된다. 이런 분들과의 교류를 즐거움이다.
베트남인
• 골프를 친다: 베트남인으로 골프를 치는 사람은 일단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다. 교류를 가질 만 하다.
• 자녀를 외국에 보내서 공부 시키고 있다. 이 역시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사람이고 심정적으로 열린 마음의 소유자들이다,
• 고위 공무원인데 그 부모 역시 공무원이다. 이런 사람은 무조건 쫓아가서 명함을 건넨다.

이런 기준으로 맺은 인사들과 베트남 생활 15년 동안 긴밀한 교류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는 과연 베트남이 좋아서 그런 네트웍을 구성하고 관리할까? 아니면 단지 성공을 위한 도구로써 활용하는 것일까? 그래서 물었다. 베트남에 대하여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그는 자신을 “이방인으로 이곳에 와서 천년을 살겠다고 덤비고 있는 인간”이라고 표현한다.

그는 지난번 화제가 된 박항서 감독이 이끈 베트남의 U23 팀의 축구 결승전을 얘기하며 그 눈 속에서 뛰는 선수들의 모습에서 베트남의 역사적 영웅들의 모습을 보았다고 회상한다. 평생 보지 못한 낯선 폭설과 자신보다 훨씬 큰 상대를 맞아 게임을 하면서도 전혀 기죽지 않는 그들의 모습이 바로 베트남인이라는 것이다. 어떤 환경에서도 굴하지 않고 도전하는 인물과 그 나라. 이런 나라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가 반문한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절묘한 예제를 들며 베트남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피력한다.

그러고 보니 그는 참 감성적인 인물이다. 사업을 하지 않았다면 시인이 되었을 것 이라는 윤회장, 그는 전남 고흥의 거금도의 면장 집 3째 아들로 태어나 중학교 때 도회로 나가 대전 항공과학고등학교를 거쳐 공군 하사관으로 7년간 군에서 복무한 후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후 경희대 사이버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자수성가형 사업가다. 베트남에서도 초기에 상당한 수업료를 내며 실패를 맛보았지만 꾸준히 관리한 인맥 덕택에 2006년 베트남에서 개최된 APEC에 필요한 각종 장비를 납품하면서 재기에 성공한 인물이다. 그와 두차례에 걸친 인터뷰 시간을 가지면서도 그의 진 면모를 파악하는데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가 한 마지막 얘기를 들으며 윤회장은 적어도 자기 성찰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가 마지막으로 한 소리는 다음과 같다.
“어릴 적의 잘못이나 그로 인한 마음의 상처를 살아가면서 씻어 낼 수 있지만, 나이가 50이 넘어서 남은 상처는 죽을 때까지 씻기 힘들다. 그러니 나이가 들수록 더욱 몸가짐을 방정하게 가져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후회할 일을 남기지 않고 가능한 많이 베풀려고 노력하고 있다.”

자기 성찰을 하며 사는 사람이라는 면에서도 윤회장은 다시 한번 더 만나고 싶은 인물로 꼽아 두어도 충분한 가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임 고상구 회장과는 달리 감성적인 성향에 사업적 촉각이 번뜩이는 윤상호 회장, 이런 그가 세계 최우수 한인회를 어떻게 운영, 발전 시킬지 자못 궁금하다.
일년 후쯤 다시 인터뷰를 할 때는 인물 탐구 말고 그가 이룬 행적을 표현하기에 숨이 벅찬 면담이 되기를 기대한다. (대담, 글 한영민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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