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우리는 어린 아이처럼 사람들에게 종종 해서는 안되는, 돌이켜보면 후회 할 비수와 같은 말들로 상처를 줄 때가 있다.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 자신의 이익을 위해 혹은 자신의 잘못을 덮으려는 알량한 자존심때문에 상대방에게 더 큰 아픔을 주기도 한다.
반면 자신의 젊음과 욕구도 포기한채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하는 그야말로 어른스럽고 자애로운 마음의 소유자가 있으니 바로 우리의 어머니들이다. 현실에 놓여진 어머니들의 삶에 드리워진 그늘이 조금이라도 덜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삶이란 항상 뮤지컬이나 영화처럼 즐겁지만은 않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이 세상의 위대한 어머니이자 작품 연출가인 57년생 동갑내기 여성파워 3인방 필리다 로이드, 주디 크레이머, 캐서린 존슨이 만든 어머니의, 어머니에 의한, 어머니를 위해 만든 작품이 바로 ‘Mammamia(맘마미아)’가 아닐까 싶다.
1970~80년대에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스웨덴 출신의 팝그룹 ABBA(아바)의 음악에 착안, 기획된 뮤지컬이자 영화이며 1999년 런던에서 첫 선을 보여 뮤지컬 역사상 가장 빠르게 전세계로 퍼지는 기록을 세웠고, 영국, 호주 독일, 미국 역대 뮤지컬 영화 중 최고 오프닝 1위, 사운드 트랙 1위를 기록을 하였다.특히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에는 9.11 테러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점유율 99%를 올리며 미국전역에 드넓은 희망을 주었고, 아바의 맘마미아를 시작으로 퀸의 We will rock you,엘비스 프레슬리의 All shook up과 같이 팝음악을 소재로 한 ‘팝뮤지컬’의 탄생을 알리는 기념비같은 명작이다.
베스트 앨범에 99곡이나 수록되는 아바의 음악들 가운데 고작 몇 곡을 뽑아 소개하기란 여간 어려운게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소개하고 싶은 몇 곡을 어렵게 추려본다.
Honey, Honey
Scene – 불같은 사랑을 하던 그 날 ‘우리’
아바의 노래중 2음절이나 3음절로 된 노래들을 적지않게 찾아볼 수 있다.‘Gimme, Gimme, Gimme’, ‘Money, Money, Money’가 대표적이며, 특히 2음절의 노래제목과 반복의 특징은 경쾌하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심어준다는 것이다.일명 슈가팝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나타난 이곡은 관객들 사이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원곡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지만, 20살의 풋풋함이 들린다. 개인적으로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부른 이 노래는 뮤지컬보단 영화가 더 돋보였다고 생각된다.
Slipping through my fingers
Scene – 사랑하는 내 딸아, 이제 결혼하는구나
엄마에겐 다 큰 딸도 언제나 사랑스러운 소녀같이 느껴지나 보다. 다 큰 소녀같은 딸이 부모의 품을 떠날 때 느껴지는 엄마의 불안하고 떨리는 감정들과 엄마밖에 모르던 어린 시절의 딸의 모습을 회상하며 붙잡고 싶어도 붙잡을 수 없는 소중한 순간들과 감정에 대해 어른으로서 감정을 절제하려는 모습과 여성으로서의 여리고 섬세한 감성이 드러나는 부분이 듣는 이의 코끝을 찡하게 만든다.
간주에서 보여지는 기타솔로 구간과 중간중간마다 탐으로 웅장함을 꾸며주는 드럼 연주 또한 일품이다.
Dancing Queen
Scene – 엄마도 왕년엔 잘 나갔었단다
지금 우리의 모습은 17살 때 꿈꿔오던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일상에 지치고 현실에 순응하며 살아가고 있던 그녀들에게 자신의 젊음과 꿈이 희석되어있던 리즈시절을 회상하고, 가슴속의 작은 불씨를 일으키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걱정만 하기엔 인생이 짧기에 내 안의 기쁨을 밖으로 표출할 기회가 생긴다면 주저말고 도전하길 바라는 메시지가 담긴 노래라 생각된다. 오늘하루 신나는 노래를 틀어놓고 가벼운 춤과 함께 진정한 댄싱퀸이 되어보면 어떨까?
The winner takes it all
Scene – 모든 결정권은 이긴자의 것
승자독식의 자본주의를 살아오는 현재, 우리가 배우고 원하는 부분이 바로 끝까지 살아남아 승자가 되어 모든 것을 가져오는 것이다.
모두가 인정하는 부분이지만, 이 메시지가 씁쓸하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가 사는 이 사회에서 이 메시지가 통하고있는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는 우려때문일 것이다. 사실 이 노래는 Winner가 아닌 Loser의 노래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다른 여인에게 잃고, 황혼이 된 나이까지 혼자 지내는 여인의 마음을 나타낸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이다.
특히나 노래의 첫 구절인 ‘I don’t wanna talk’ 구간은 그간 마음 고생한 주인공의 심경이 고스란히 표현된 최고의 구절이라 생각된다. 맘마미아 ost중 최고를 꼽자면, 이 노래를 추천한다.
Mammamia
scene – 다시 그날의 감정을 떠올리며
이탈리어로 어머나! 엄마야! 등의 뜻으로 쓰이는 감탄사인 맘마미아는 아바의 수많은 명곡들 중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당시 영국 차트에서 9주 연속 1위 달성 및 약 2년동안 차트에 머문 기록 뿐 아니라 맘마미아라는 제목으로 뮤지컬과 영화로도 제작되어 공전의 히트를 쳤으니, 맘마미아는 추억과 명성을 아바에게 선물한 의미있는 곡중 하나이다.
톡톡 튀는 키보드 사운드가 인상적이며, 베이스라인과 잘 어울려져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특히 2음절로 이어지는 경쾌한 구간은 관객들이 흥얼거리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두 여성멤버인 아그네사와 애니프리드의 감미롭고 아름다운 하모니는 무대를 장악해버리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아바의 음악이 없었다면 뮤지컬 맘마미아도, 영화 맘마미아도 세상에 나올 수 없었을 만큼 맘마미아는 노래에 의존하고 있는 멋진 인생작품이다. 그래서인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바가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는 국경과 나이를 초월하는 멜로디와 사랑, 삶을 담은 아름답고 서정적인 가사, 과거의 추억과 동시에 그리움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영화 내 OST인 Thank you for the music 이라는 노래 제목처럼 서로 다른 세대가 음악을 통해 한자리에 모여 다양한 연령층을 만족시키는 최고의 작품 중 하나라 생각된다.
가족과 함께 맘마미아를 보면서 잘나갔던 우리의 학창시절 이야기를 자녀에게 들려주며 꿈과 희망을 불어 넣어주는 의미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