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을 찾은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셨는가? 개인마다 각각의 이유가 있겠지만 이 글을 쓰는 인간은 자유를 찾아왔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회주의 국가로 자유를 찾아 온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모순이지만 정치 체재와 관계없이 이국에서 이방인으로 지낸다는 것은 익명의 자유가 어느 정도 보장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가? 아직 나를 인지하지 못하는 곳에서 익명의 생활을 즐기는 내밀한 기쁨.
그런 기대도 한 6개월 지나면 다 깨지고 말 유리그릇이긴 하지만 그래도 베트남에서는 구멍가게라도 자영업을 하고 있다면 온갖 경조사로 이곳 저곳에 얼굴을 내밀어야 하는 한국보다는 적어도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는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이곳 생활의 즐거움 중 하나다. 그리고 그에 연관된 사항일 수 있는데, 한국보다 저렴하게, 용이하게 즐길 수 있는 골프, 역시 손꼽는 이유의 하나다.
그래서 이곳에 온 후로는 가능하면 주말은 다른 약속을 안 잡고 오직 골프에 투자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바라는 대로 내 시간을 쓰겠다는 희망의 실천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골프를 등한시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말을 집안에서 방콕하게 되는데 이제는 필드에 나서는 대신 TV로 골프 중계를 보는 것으로 필드로 향한 향수를 달래고 있다.
지난 주말은 한국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습관처럼 주말에 골프중계를 보기 위해 채널을 돌리는데 낯 익은 풍경이 보인다. 바로 베트남의 호찌민에서 열리는 효성챔피온쉽 WITH SBS, KLPGA 2018년 시즌 개막전 경기였다. 이 게임은 한국에 오기 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 본지에 효성그룹이 이 게임을 위한 광고를 게재한 터라 이미 알고는 있었는데, 그저 시즌을 마친 후 해외에서 열리는 이벤트 성 게임이려니 했지, 이 게임이 세계 최고의 여자 골프 리그인 KLPGA의 게임이고 더구나 2018년 시즌 개막전이라는 비중 있는 무게를 달고 있었는지는 전혀 몰랐다.
그러고 보면 이 게임에 대한 홍보가 충분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한국에 오기 전에 지난 호 마감을 하며 효성그룹에서 게재한 이 게임 광고를 살펴보고 이게 KLPGA 게임인데 왜 효성 광고에는 그런 말이 없는 가 하며 광고부에 KLPGA마크를 넣는 것으로 디자인을 바뀌는 것이 어떤가 하고 물었는데 그들의 대답은 이 디자인은 효성에서 준 것이라 자신들이 함부로 고치지 못한다는 대답이었다. 그래서 입맛을 다시며 그대로 게재한 일이 있어서 더욱 기억이 나는 게임인데 홍보의 방점이 스폰서와 골프장에 모이다 보니 정작 이 게임의 중요한 의미인 KLPGA 시즌 개막전이라는 사실이 홍보문구에서는 사라진 것이다.
아무튼, 이 게임을 개최한 <트윈도브스> 골프장은 한국인이 호찌민 근방에 지은 최초의 골프장이다. 개장 초기에 몇 번 들린 적은 있는데 요즘은 거리상 잘 가지는 못하지만 훌륭한 관리로 고객들에게 호평을 받는다고 듣고 있다.
한국인 스폰서에 한국인 골프장에서 열리는 시즌 개막전, 교민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한 매력을 지니고 있는 게임이었다. 또한 이 게임을 시작으로 내년 시즌의 기상도를 살펴 볼 수 있는 중요한 게임이었는데, 그것도 베트남에서 처음 열리는 KLPGA 정규게임인데 그걸 보지 않고 그냥 한국에 들어 온 것이 골프 인생에 기록될 만한 큰 실수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좀 더 이 게임에 대한 정보를 조사할 필요가 있었고, 고객의 광고 의뢰만 의지 할 게 아니라 본지 자체적으로 라도 좀 더 충분히 홍보를 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든다.
그래도 이번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면, 내년에는 뭔가 다른 홍보로 분위기를 제대로 띄워 많은 교민들이 참여하는 빅 게임으로 치뤄지기를 기대한다.
그때는 꼭 갤러리로 참관하여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는 우리 태극 낭자들의 스윙 모습을 지켜봐야 하겠다.
이번 게임에서 우승자는 최혜진 이라는 낭랑 18세 신인 프로다. 이 친구는 신인이긴 하지만 너무나 유명한 신인이다.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날리고 있는 여고생이다. 지난 해 국가대표 아마추어 신분으로 US WOMANS OPEN에 참가하여, 당시 우승한 박성현 프로와 마지막까지 팽팽한 경합을 벌이다가 아깝게 준 우승에 머무른 아마추어 최강의 소녀였다 그녀는 그 한 게임으로 세계에 이름을 알리고 당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찬사까지 받았다. 또한, 한국에서는 아마추어 신분으로 프로 게임에 참가하여 2번씩이나 우승을 하며 프로 언니들을 부끄럽게 만든 선수이기도 한데, 지난 해 8월 프로로 전향했다. 이런 신인이 시즌 개막 전을 우승으로 프로 첫 우승컵을 모으기 시작했다. 신인이 개막전 우승한 기록은 KLPGA 역사상 이번이 최초다. 그녀는 이번 우승 상금으로 무려 1억 4천 만원을 벌었다. 와우, 딸래미가 있었으면 골프를 시킬 걸 하시는 분 많을거다.
KLPGA 시즌 개막전은 중국에서 중국 리그와 함께 시작하는 것이 지난 몇 해 동안의 진행이었는데 이번에는 그 시즌 개막전의 영광을 베트남으로 바꾼 것이다. 스폰서가 바뀐 탓인가 싶다. 사실은 이것 자체가 뉴스였는데, 사전에 준비를 좀 했다면 이제 막 태동하는 베트남 골프 산업에 신선한 영향을 미치는 좋은 기회였는데 하는 아쉬움이 가시질 않는다.
이미 세계최고의 빅리그로 성장한 KLPGA 유명선수들이 베트남을 찾는다는 것은 베트남 골프 계의 엄청난 뉴스가 될 만하고, 이들을 활용한 각종 이벤트를 진행했다면 베트남에서 별다른 생활의 재미를 찾기 힘든 교민들에게 볼거리를 선사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이 기회를 통해 한국의 골프 열풍을 이곳으로 조금 옮겨오는 방안을 고려한다면 베트남의 골프 산업에 한국기업들이 참여하는 기회를 얻지 않을까 싶다. 몇몇 골프장들과 협업을 맺어 상하의 나라라는 장점을 활용하여 년중 무휴의 체계적인 골프 캠프를 만들고 한국의 지도자들을 초빙하여 운영하는 사업 형태를 구상한다면 그 역시 지역에 알맞은 매력적인 사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놈의 장사꾼 기질은 영원히 버릴 수 없는 모양이다. 아무튼 이번 게임을 보며 베트남이 더욱 더 한국과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어쨌든, 올해 처음 하는 빅 게임을 큰 실수 없이 무난하게 성공적인 행사가 치러졌다고 믿는다. 그리고, 내년에는 좀 더 많은 교민들과 베트남 골퍼들이 참여하는 빅 게임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런 얘기를 하다 창 밖을 보니 어제 내린 눈이 멋진 설경을 만들고 있다.
영하 8도의 맹 추위에 눈 쌓인 창 밖의 풍경 속에서 베트남의 야자수 펼쳐진 필드를 티비로 시청하는 기분은 뭐랄까, 우물 안 개구리가 우물 밖에 고개를 내밀고 세상구경을 하는 그 모습에 내 얼굴이 오버랩 되는 듯한, 자연에 대항할 수 없는 하찮은 인간의 존재를 세삼 느끼게 하는 묘한 기분이 스며든다.
춥다 추워. 베트남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