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다시 시작하려고 부단히 노력은 하고 있는가? 사실은 아니다. 매일 일에 치여 살다보니 아직도 골프와 거리가 지구와 달만큼이나 멀리 떨어져 있다. 그래도 한가닥 위안을 삼고 있는 것은 이렇게 일에 몰려 들고 있을 때 모자란 근력을 키우는 운동을 좀 하고 난 후에 다시 골프 채를 잡은 것이 올바른 순서일 것이라는 생각에 일주일에 두번씩 짐(Gym) 에 다니며 개인지도를 받고 있다. 이미 한달 동안 했는데 과연 근력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일단 기분은 나쁘지 않다.
얼른 근력이 좋아져 다시 골프 클럽을 들고 필드를 나서는 상상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그 상상마저도 요즘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너무나 오래 동안 골프와 멀어 진 탓에 이제는 골프장의 모습마저 가물 거리는 것이다. 그래도 골프를 아주 떠나지 못하는 것은 집안 산지 사방에 널려있는 골프 클럽 덕분이다.
한동안 골프를 잘치는 것이 골프 클럽의 보유 숫자에 비례하는 듯이 골프 클럽을 모은 적이 있었다.
해외 출장을 갈 때마다 신형 드라이버나 퍼터 혹은 뭔가 새롭게 보이는 골프클럽을 사 들고 오곤 했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저렇게 모은 골프 클럽이 한 20여 세트가 넘게 집과 사무실 이곳 저것을 차지하고 있었다.
더구나 미국에 살고 있는 친형이 한동안 골프 클럽 모집가로 스스로 명성을 날리고 있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 미국을 방문할 때마다 이런 저런 골통품 클럽을 들고 들어오곤 했는데, 아무튼 이렇게 저렇게 모인 클럽이 상당히 모였었다. 그렇게 모인 클럽 중에 사용하는 클럽은 몇개 되지 않고 대부분 자리만 차지하며 처치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 그래서 이제는 쓰지 못하던 클럽들을 지난번 이사를 할 때 넣어둘 곳이 없어 <경동택배>를 운영하는 이보영사장 빈 창고에 모셔두었는데 그것도 벌써 해가 넘긴 얘기다. 아마도 대부분의 클럽이 녹이 나고 곰팡이가 쓸곤 해서 제대로 골프 클럽으로서의 기능을 발휘할 것인지 의심스럽지만 그래도 쇠로 된 것이니 클럽의 손잡이만 바꿔준다면 그런데로 사용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
골프를 처음 배우는 학생이나 아직 클럽을 장만하지 못한 비기너들에게는 그런대로 용도가 있지 않을 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혹시 그런 클럽이라도 필요한 분이 계시다면 경동택배의 운송 서비스를 이용해보시고 이사장에게 그 클럽을 요청해보시라. 이 기회를 빌어 그 클럽의 모든 권리를 경동택배의 이보영사장에게 넘기니 그가 허락을 한다면 그리고 아직 보관하고 있다면 그 클럽을 원하시는 이는 이사장의 허락을 받고 이용하실 수 있을 것이다.
그대로 창고에서 썩어가고 있을 여러 골프채 생각이 나서 언급하는 것이고, 이제 그 활용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넘기고자 한다. 경동택배 이보영 사장님, 잘 좀 활용하여 주세요.
그렇게 오래 된 골프채는 모아서 경동택배로 보내고도 아직도 내가 거주하는 모든 곳에 골프 클럽이 이곳 저곳에 널부러져있다. 침대 옆에도 있고 사무실 옆방에도 두어 개가 오만한 자세로 제멋대로 방치되어 있다.
침대 옆의 골프채는 악몽이라도 꾸는 날에 악귀를 몰아내는 무기로 쓰이기도 하고 밤 늦게 기대하지 않은 손님이 문을 두드리거나 할 때도 그런 클럽과 동행하며 문가를 향한다.
사무실 옆방의 골프 클럽은 벽 높은 곳에 손 닿지 않는 자리에 진을 친 거미 줄을 치울 때 사용되기도 한다. 만약 흉직한 독거미라도 발견을 하게 되면 이때 진정한 효능을 발휘한다. 그런 용도에는 필드에서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 3번 아이언이 등장 하는데 보통 거미를 치우는데 5타 이상을 소요한다. 한동안 싱글 골퍼로 명성을 날릴 때는 2-3 타면 충분했는데. 실력이 너절해진 티가 난다.
가끔은 침대 밑에 들어간 물건을 꺼낼 때도 사용을 하는데 침대가 좀 높은 경우는 드라이버도 사용되고 침대 아래 서랍이 들어 있어 그 틈이 좁을 때는 손잡이가 빠진 망가진 클럽을 거꾸로 잡고 사용하면 된다. 골프채가 필드와 멀어질 때 그나마 이렇게 사용처라도 있다는 것이 고맙기도 하다.
한 20여년 전에 베트남 진출 초기에 낡은 소나타를 무려 3만 불이라는 거금을 주고 구입한 적이 있다. 그 차가 좋아서 그렇게 거금을 들인 것인 아니라 그 당시 베트남의 자동차 가격이 그렇게 터무니 없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차는 심심하면 시동이 꺼진다. 밧데리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 고물 자동차 였던 탓이다. 한번은 그 차를 타고 골프장을 갈 때 역시 중간에서 시동이 꺼졌다. 운전기사가 난감한 얼굴로 밧데리를 만져보며 이런 저런 시도를 해보지만 요지 부동이다.
마침 지나가는 차가 서서 밧데리 연결을 시도하려고 하지만 그나마 연결 전선이 없어 그 역시 난감하던 차에 내가 나섰다.
아이언 하나를 빼들고 밧데리를 몇 번 두드리고 시동을 걸어보라고 하니 희한하게도 시동이 다시 걸린다.
그때 옆에서 우리를 도와주려고 멈쳐 섰던 자동차의 손님이 있었는데, 아마 그도 같은 골프장을 가던 때였던 모양이다 . 이미 골프 복장을 차려 입고 있던 그가 그 광경을 보더니 파안대소를 하고 하는 말.
와우, 놀라운 클럽입니다, 그런데 그 요술단지 같은 클럽은 몇번 아이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