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 하노이 한인회 회장의 특집 인터뷰 기사를 읽는 내내 내뱉은 감탄사가 몇 번 이었는지 헤아리지 못한다.
‘국가 예산을 뭉탱이로 줄 테니 가서 이런 일을 꾸려 보시오’ 라고 해서 국가의 녹봉을 먹는 자가 온다 해도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한인회 스스로가 교민의 필요를 채우고 자체적으로 조직을 운영한다. 문화센타를 건립하고 24시간 응급민원 센터를 만들었다. 기름칠이 잘된 모터 같은 운영에 엄청난 리더쉽과 비젼으로 이를 이끄는 수장의 활약이 눈부시다. 같은 베트남이라 반가워야 한다 그런데 조금은 시샘이 난다. 솔직히 부럽다. 교민은 호치민이 더 많은데 우리는 자질 있는 리더가 없나? 호치민 교민들은 그저 각자 다 잘살아 그런 저런 도움은 필요가 없나?
그럴리가. 호치민에도 그에 비견할 만한 인물이 있다.
그가 이룬 일련의 성과들은 긴급성과 당위의 명분으로 본다면 훨씬 더 기록물적이다. 왜냐? 교육은 있음 더 좋은 것 이 아니라 반드시 있어야 하며 기필코 사수되어야 하는 우리의 정체성과 결부된 것이니 말이다. 뉘신지, 무슨 일을 하셨는지도 모르고 시작한 인터뷰였다. 그 궁금에 동참해서 끝까지 자리를 함께해 주시라. 질문보다 답이 선행된 희한했던 그 현장으로 가보자.
날씨가 짓궂은데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호치민 한국국제학교 교장 김원균입니다.
첫해 부임 인터뷰로 뵈었죠. 그간 평안하셨는지요. 2015년 2월22일 호치민에 첫발을 딛고 올해로 3년차가 됩니다. 교직에 몸 담은 지는 34년이 되는 군요. 학교에 대한 첫 느낌은 다소 도전적이었습니다. 날로 발전되는 베트남 경제상황과 한국에 대한 높은 관심도로 학교의 성장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교장으로서의 나의 비젼과 마인드는 어떠해야 하나? 가 첫 물음 이었습니다.
“경영인의 마인드를 가진 교육자로서 시대적 변화에 유연하고 적극적이자” “창의적이고 시대 발전적인 방향으로 교육정책을 실현하면서 호치민 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여 기업가 마인드를 내장하자”가 저의 도전과제 였습니다.
저는 ‘처음처럼’ 이라는 모토를 세웠습니다.
시작하는 이순간부터 내가 이학교를 떠나는 그 순간까지 한결같이 추구해야할 가치를 세웠고 로드맵을 그리기 시작했으며 지금 일련의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아 마침 커피를 내어 왔군요. 목을 좀 축이십시오.
여태까지 기자는 한마디도 묻지 않았고 아침조회의 교장선생님 훈화 말씀은 원래 전반 30분 깔고, 급우 2명이 쓰러져야 본론으로 직행하는 것이니 커피에 인내심을 담아 홀짝인다.
이제 구체적인 로드맵을 보실 까요?
진정성과 신뢰
교직은 특별히 이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입니다. 신뢰는 학생과 교사, 학부모와 교사, 이사진과 선생님들, 교무행정과 교수, 관계기관과 학교 등 모두 함께 움직이는 이 큰 유기체의 기본이 되는 마인드셋 이라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늘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학교의 시스템을 갖추는 일
• 학비: 금융기관을 통해 회계프로그램을 자체 개발하여 스쿨뱅킹, 인터넷뱅킹을 통해 전산처리가 됩니다. 기존의 현금을 직접 와서 납부하던 번거로움이 없습니다.
• 물품관리의 시스템화: 학교 기자재 관리를 프로그램화 했습니다.
교육환경의 질적 향상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
이부분은 사실 지난 몇년간 우리 호치민 한국국제학교의 뜨거운 감자였어요.
학생수는 늘어가는데 교실은 턱없이 부족했고 입학은 정말 대입을 방불 캐 할 형국이었습니다. 자국민의 학생들을 받아주지 못하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답답함과 통탄이 밀려왔습니다.
이거 누가 해결해야 합니까? 내일 아니니 그냥 손 놓고 있어야 하나요?
저는 사태의 심각성을 한국 유관기관에 알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모든 서류와 자료를 준비하기에 이릅니다.
커피를 홀짝이다. 조용히 내려놓았다. 내 오늘 이학교의 인터뷰 목적이자 준비해온 수십개의 질문폭탄을 터트려야 할 시점이 온 듯하다. 그러나 질문 따윈 필요 없다. 여전히 질문없이 교장선생님의 나홀로 답이 이어진다.
첫번째 행보
2015년 7월31일! 너무 감격스러워 날짜도 잊지 않습니다. 한국의 교육부와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를 직접 찾아갑니다. 호치민국제학교의 실태조사 자료와 필요한 재정적지원에 대해 호소를 했습니다. 여러 선생님들과 교무직원들의 밤낮을 가리지 않은 방대한 양의 치밀한 서류준비와 교장이 직접 찾아와서 읍소 하는 역사상 이례가 없는 상황에 관계부처에선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간절함은 100만불 국비지원으로 돌아옵니다. 체육관 과 식당이 건립됩니다. 구식당은 213명의 학생을 추가 수용할 수 있는 교실증설로 이루어집니다.
두번째 행보
충분 하였냐구요? 아니요. 저는 다음해 2016년 7월 다시 교육부와 기획재정부를 찾아갑니다. 아직도 우리학교는 교실이외 다양한 교육활용 공간이 부족하고, 창의적이고 다이나믹한 교육 시설 등이 충분치 않다 여겼습니다. 그러나 두번째 방문은 호락 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이미 지원을 했다 매년은 불가하다는 입장이었죠.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그럼 학교를 방문하셔서 우리 학생들의 기량이 어떠한 지 봐 달라고 하였죠. 교육부 관계자 3명과 기재부 예산 담당자가 호치민을 방문했고 학교를 둘러본 후 내린 결정은 220만불 지원이라는 놀라운 성과입니다.
12월~1월 즈음 공사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현재 풋살장 공간에 5층건물로 올라가며 콘서트장, 특별실, 역사문화관 등으로 구성되며 200여명이 공부할 수 있는 7개학급이 추가 증설 될 계획입니다.
이미 내가 준비해간 질문 몇개는 실없어진 상태다.이쯔음 되면 교장선생님 훈화에 졸던 학생들도 선생님의 일당백 무용담같은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하나 더 터트리시면 교장선생님 팬클럽은 자동생성 입니다.
세번째 행보
놀라시 긴 이릅니다. 2017년 7월 박노완 총영사님과 황건일 이사장과 함께 “제2 캠퍼스 설립안에 대한 보고”에 뜻을 같이하고 학교분리에 관한 정부차원의 예산책정과 토지확보를 위한 물밑작업을 진행중에 있습니다. 12군지역 4헥타르에 해당하는 공간으로의 학교분리에 대해 비공식적으로 논의가 되고있습니다.
네번째 행보
한국국제학교는 매년 토지세 명목으로 8만불에 해당하는 세금을 베트남정부에 납입하고 있어요. 미납없이 잘 내고 있었는데 2013~2015년까지 공시지가 상승분을 포함하는 약50만불을 추가로내라는 통보를 받습니다. 이때 우리 총영사관에서 면세 혜택을 위해 나서 줍니다. 결국 2016~2018 기간동안 약63만불을 면세해 주고 1998년 9월(학교 개교)~2048년 8월말까지 50년간 면세조치 계약을 연장하겠다는 내용을 인민위원회로부터 통지 받습니다. 이는 총 금액 775만 달러의 국고예산을 절감한 쾌거라 할 수 있습니다.
돈얘기에 일단 귀가 번쩍했다. 대단하다. 교장 선생님 혼자만의 신념과 계획으로 이런 일이 가능한가? 이를 지지하고 따른 교사와 행정조직들, 이런 학교의 노력을 간과하지 않았던 우리 영사관의 숨은 조력. 모두 함께 이루어 낸 칭찬받아 마땅한 공로이다. 7개 학급이 늘어 200여명이 더 공부할 수 있으니 이것 만으로도 시급한 목마름은 해결이 된 셈이다. 일부 학년은 자리가 넉넉하고 1학년만 아직은 자리가 부족이나 이것도 곧 신축될 교실동으로 머지않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짝짝 박수만 치고 나오긴 아쉽다. 갑자기 학부형모드 전환. 행복한 아이의미래… 그런 얘긴 집에서 사춘기 본성 발동한 녀석들에게나 하고.우리의 관심거리 “그래서 이학교에서 공부하면 대학 잘 가나요?” 너무 원초적이라 내뱉고 겸연쩍다.
여기 자료를 보시죠. 2016년 약95%가 한국대학으로, 5% 현지대학으로 입학했습니다.
졸업생 126명중 고대7명, 연대9명, 성대 13명 ,이대 6명,한양대 13명,중앙대 29명,서강대 11명 등 우리학교에 대한 한국대학의 인식과 평가는 아주 좋습니다.
차별화된 비법이요?
당연히 있습니다. 한국학교는 한국대학을 위해 특화되어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1. 한국대학에 대한 풍부한 입시정보
2. 담임선생님의 맞춤형지도와 진학상담
3. 입시설명회를 통한 학부모의 쉬운 정보접근
4. 한국대학 입학처장과의 면담을 통해 학교의 위상을 높이고
신뢰도 쌓기
5. 학생부 종합전형 (교과+활동 평가)을 통한 입시전형에 최적화된 학교.
– 철저한 고사관리(성적관리)
– 다양한 가능성과 창의성 계발 활동
– 글로벌 삼품제 (외국어,봉사,독서)
– 팀공부를 통해 조직내 리더쉽, 배려함량
– 주도적이고 자발적으로 형성된 진로동아리 50개의 활동과 매년 성과물에 대한 발표와 보고
호치민 한국국제학교는 공립인가요? 사립인가요?
공립이면 중등까지 의무교육인데 왜 학비를 내죠?
교사는 교육부에서 파견이 되나요? 현지 채용인가요?
재외한국학교의 설립은 교육부에서 주관합니다 그러나 한국과 같이 초. 중등 의무교육이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이는 재외국민교육 법률에 근거하여 운영이 됨으로 공립이면서 사립이기도 하다는 게 보다 정확한 답변입니다. 현재 우리학교는 자체등록금에서 인건비 관리비를 포함한 60%를 충당하고 나머지 40%는 정부의 몫입니다.
다른 국제학교에 비해 월등히 싼 학비라 해도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겐 부담이 될 수 있어요.
이를 위해 발전기금을 통해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매년 심사를 거친 저소득 학생에게 지급되며 약90여명의 학생이 혜택을 보고 있습니다. 장학기금은 교육부 지원금과 교민사회의 자발적 기부를 통해 마련됩니다.
교사는 정규교사로 자격증을 보유하고 현장경험이 풍부한 분들에 한해 자체 심사를 거쳐 채용이 됩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근무 싶은 한국국제학교 1위로 뽑혔다면 믿으시겠습니까? 10.5:1이 넘는 높은 경쟁을 뚫은 엄선된 교사 또한 우리학교의 자랑입니다. 전문성, 성실성, 가족관계, 업무능력 등 까다로운 검증을 거칩니다.
놀랍다. 세상 어느 국제 학교가 형편이 어려운 학생 90여명에게 장학금을 줄 수가 있다는 말인가. 성적 우수자 한두명에게 주는 경우도 드물다.‘그 많은 돈을 어디다 쓰는지’ 따위의 의구심은 최소한 호치민한국국제학교에선 가질 필요가 없다.
토요한글학교 알고 싶네요.
토요한글학교는 재외동포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교육을 통해 민족적 정체성을 심어주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98년 이전에 이미 존재를 했었고 이후 현재 한국학교안으로 옮겨져 운영되고 있습니다. 제가 2015년 9월부터 맡고있습니다.
특별히 중점을 두는 것은 한 .베 가족을 위한 우리말 교육입니다. 학생뿐 아니라 부모교육도 함께 담당하고 있으며, 다문화 교육부서가 있는 유일한 국제학교라 자부하고 있습니다. 가정통신문의 2개국어(한글. 베트남어) 사용, 한-베학생들을 위한 중등생의 멘토 역할 담당, 교과시간에 수업 보조원 도입 같은 것이 그 구체적 실천이라 할 수 있지요.
저는 남은 임기동안 반드시 이루어야 할 일들로 늘 마음가짐을 재무장합니다.
건물1개동 증축 / 교육환경개선 / 학교부지를 위한 토지확보
그리고 제가 이루고 싶은 교육의 가치와 철학은 “추억을 만들어 주는 학교”“시대변화에 맞춘 교육과정 운영을 통해 스스로 개척하는 미래의 나의 진로”입니다.
가고 싶은 학교, 꿈과 낭만을 있는 학교가 호치민한국국제학교가 된다면 저의 이 모든 열심에 대한 가장 값진 보상이 아닐까요?
내 평생 교장선생님 훈화가 이렇게 감동스러웠던 적이 없었다. 물론 인터뷰라 해도 답은 같다. 2시간이면 급우 4명은 족히 쓰러졌을 시간이 아닌가. 시간도 잊게 한 기분 좋은 만남이었고 끝에 모두 박수를 쳤다면 믿으실 라나. 진정이란 놈은 숨겨지지 않는 습성이 있고 끝까지 살아남는다. 진정을 다한 김원균 교장선생님께 기립박수를 보낸다.
질문은 지워지고 답만 빼곡히 남겨진 기자수첩이 귀하다. 모르고 가졌던 편견들, 문제만 부각되고 잘된 해결은 소문이 안나는 이상한 분위기.
소문 좀 낼게요. 칭찬에 인색하지 말자구요. 너무나 훌륭하게 잘하고 있는 호치민한국국제학교 학생과 교직원이 모두 칭찬받아 마땅하다.
늦둥이가 생긴다면 고심의 여지없이 나는 이학교를 선택하리라. (예미해 : beautise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