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치면서 가장 곤역 스러울 때가 미스 삿을 한 후 치밀어 오른 분노를 만날 때다.
이미 성인의 경지에 달하는 수양을 하신 분이거나, 천성적으로 분노, 화, 이 따위 부정적인 감성을 아예 배재하고 태어나신 분이 아니라면 골프장에서의 화는 골퍼라면 누구나 경험했을 것이고 특히 골프를 사랑하는 분이라면 그런 감정이 어떤 것인지 더옥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런데 최근 수년간은 그런 감정을 경험하지 못했다는 것을 최근에 깨닫고 혼자 흐믓한 미소를 날리고 있었는데, 이건 말도 안되는 위로다. 기본적으로 골프를 치기위해 필드에 나서는 일을 분기별 행사로 격상 시키고 난 후 몇 달에 한 번 라운드를 하는 형편인데 그런 상황에서 잘 맞건 안 맞건 화를 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당연히 화가 안난다.
이 말을 하는 순간, 여기에 뭔가 비밀이 담겨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확 온다.
화가 안 나는 이유를 살펴보고 그곳에서부터 뭔가 숨겨져있을 것 같은 인생의 대단한 것을 찾아내 보자.
일단 필드에서 화가 나는 경우를 보자. 자신이 원하지 않는 샷의 결과에 대하여 화가 난다. 어떤 이는 골프를 잘치고 안치고를 떠나서 게임에서 내기 돈을 잃은 것에 대하여 불 같이 화를 낸다. 이 두가지 경우는 절대 평가와 상대 평가라는 것으로 기준을 달리 할 수 있다.
골프를 골프코스가 정한 파를 상대로 플레이를 하는 사람은 전자의 경우고, 골프게임의 즐거움을 상대를 이김으로 얻으려 하는 사람은 후자의 경우다. 아마 교육의 문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학창시절 항상 우등생으로 상대적 우위에 서있는 것을 확인해야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의 라운드가 어떠했던 간에 게임에서만 승리한다면 만족하는 경향이 있고, 학창시절도 그렇고 사회생활도 그렇고 그저 자기 포도청이나 간신이 채우고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완수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반 군상들은 내기 게임도 잘 하지 않지만 게임에서 내기 돈을 어느 정도 잃어도 그날 샷이 좋았다고 느끼면 별로 실망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의도하지않은 미스 샷을 했을 때 찾아오는 실망감으로 자신에게 화를 내곤 하는 것이다.그래서 일단 자신의 성향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처방이 생긴다.
전자의 경우같이 상대 평가로 남을 이겨야만 쾌감을 느끼시는 분은 사실 좀 치유가 어렵기도 하고 쉽기도 하다.
이런 분은 남을 사랑하는 마음을 키우시면 된다. 상대가 내기 돈을 잃고 시무룩하는 모습이 안스럽다고 느끼면 “차라리 내가 돈을 잃자” 하는 마음이 생긴다. 이런게 사랑 아닌가? 사랑을 키우는 일은 진짜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모범을 모여주고자 예수님이 십자가에 오르셨다. 이것이 힘들면 관심을 바꿔보시라. 골프자의 파(PAR)라는 괴물과 승부에 관심을 가져 보시라. 적어도 주머니는 안 비워지니 화도 덜 날것이다.
후자의 케이스, 절대 평가에 익숙하신 분은 자신이 화를 내는 경우를 잘 활용하시면 실력이 는다. 대부분 보기 플레이 정도 하시는 분들은 롱샷을 실수 했을 때 실망을 하고 화를 낸다. 그러나 짧은 어프로치를 몇 번 실수하면 금방 자신의 부족한 실력을 인정하고 화를 거둔다. 만약 그대가 숏게임에 약하다면 숏게임에 실수를 했을 때 나는 화를 잘 기억해두시라. 원래 롱샷은 만회의 기회가 있지만 숏게임 미스는 만회가 안된다. 드라이버를 잘못쳐도 세칸 샷을 잘치면 그린 온이 가능하고 아이언을 실패해도 어프로치만 잘하면 파가 가능하다. 그런데 그린 주변의 숏게임을 실패하면 보기를 감수해야 만 한다. 그러니 숏게임에 화를 내라. 그것은 그대의 게임을 성장시키는 긍정적인 분노가 될 것이다.
내기 게임 골퍼는 화를 내서는 안된다.
그리고 한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아무리 화를 동반자가 받아준다고 해도 내기 돈을 걸고 게임을 하시는 분은 화를 내면 안된다. 그 화는 자신의 미숙함을 드러내는 일이고 또 화의 상대가 자신임에도 불구하고 자칫하다가 동반자가 자신에게 화를 내는 것으로 오해하고 시비가 생길 수 있다. 그러니 화를 잘 내시는 분은 내기 게임을 안 하시는 것이 자신의 체면을 지키는 방법이 된다. 좋은 분들과 좋은 얼굴로 시작한 골프를 그렇게 망쳐놓으면 그 실망은 그 순간이 지난다고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주 금요일, 좀 늦었긴 하지만 3분기 몫 골프 라운드를 돌았다. 동반자는 동특탄 대학의 김진철 박사, 그리고 지피지기 대표 이성은사장, 그 친구 김샘.
금요일은 투득 골프장에서는 뷔페 점심을 제공하고 특별 가격으로 120만동을 받아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140만동이란다. 왜? 하며 질문이라도 할만 하건만 이곳에서는 이런 일에 관심을 쓰고 질문을 하는 것 조차 쓸데없는 감정 소모라는 것을 안다.
점심을 느긋하게 즐긴 후 출발한 라운드, 몇 개월만에 클럽을 잡았으니 잘 맞을 리가 없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클럽이 무겁다는 것이다. 이렇게 이 작대기가 무거웠던가?
그리고 9홀을 돌지도 못하고 기력이 바닥을 친다. 결국 젊은 김샘이 타고 다니는 카트 자리를 빼앗아 타고 나머지 홀을 돌았다. 그리고 헤아릴 수 없는 미스 샷을 만들고 한번도 화를 내지 않았다. 한번도 의도한 샷을 하지 못했는데 화가 안난다. 당연하다 기대치가 없으면 화가 안난다.
연습을 한번도 하지 않았는데 어찌 기대치가 생기겠는가?
여기 화를 내지 않는 비법이 있다. 기대를 갖지 않는 것, 어떤 일이 일어나도 개의치 않는 것, 영어로 말하자면 I DON’T MIND, WHAT HAPPENS . 명상으로 화를 다스릴 때 되뇌이는 문장이다.
모든 화는 기대가 달라졌을 때 생겨난다. 앞에 잘 달리던 차가 갑자기 차선을 바꾸고 내 차선으로 들어오면 화가 나는 이유는 그가 차선을 지키고 가리라는 기대를 했기 때문이고, 우리 아들이 영국에서 공부를 하고도 정식 취업을 하지 않는 것이 화가 나는 이유는 그에게 관심과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화를 내지 않겠다고 관심과 기대를 끊을 수는 없는 일이니, 이 화를 다스리려면 방법은 오직 한 가지, 사랑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난다.
‘너 자신을 사랑하듯이 네 이웃을 사랑하라’
모든 감정을 순화 시키는, 마음의 평화를 찾는 것이 진정한 인생의 비기가 아닌가.
바닥난 체력을 다시 복구시키겠다는 비상한 결심을 하고 일요일 한가한 오후, 머리를 벌초수준으로 짧게 깎았다. 그리고 미용실 바로 옆에 위치한 한국인이 운영하는 Advance Fitness & Gym 이라는 곳에서 PT(Personal Training) 트레이닝 30회와 5개월 사용권을 560달러를 내고 등록했다. 채력이 먼저다, 힘을 키우자.
제법 기특한 결심을 하고, 다음 날 아침,꼭두새벽 6시에 기상하여 직접 자동차를 몰고 푸미흥 골프 연습장으로 향했다. 차를 세우고 한참을 걸어 연습장에 입장하려는 순간, 무거운 골프채를 매고 낑낑대며 다가오던 나는 물끄러미 바라만 보던 직원 왈;
“삼촌, 월요일은 9시부터 개장합니다”
어휴, 사랑합니다. 그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