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 골프에 적합한 성격에 대한 얘기를 했다. 중간에 잠시 골프 내기는 골프코스와 하라는 이야기로 주제를 벗어나며 헤매기도 했지만, 뭐 아무리 벗어나도 골프 얘기인데 뭐 어쩌랴. 오늘도 그 이야기의 연속이다. 골프에 적합한 성격은 어떤 것일까?
과연 골프에 적합한 성격이란 게 규정된 것일까? 기본적으로 나는 이 말에 일부분 동의한다. 모든 운동이 그렇지만 골프는 더 더욱 그 운동의 특성을 고려한 적합, 부적합이 있다.
부적합의 가장 대표적인 사람이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었다. 이 분이 어떻게 골프를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가슴을 활짝 펴고 으스대기를 좋아하던 분이라 어깨를 모우고 자세를 움츠렸다가 펴며 치는 골프라는 운동과 그분의 자세는 거의 천적을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골프장에서는 아무리 골프를 잘 쳐도 겸손과 거리가 있는 사람이라면 골프 실력과 관계없이 왕따를 당하기 마련인데, 이 분은 골프도 못 치지만 겸손과는 담을 쌓고 지내는 분이라 골프와 기본적 성향이 맞지 않는 분이었다. 결국 이분은 골프는 나쁜 운동이다 라고 선언을 하고 골프와 거리를 두셨는데 이 분이 내린 판단 중에 몇 안 되는 현명한 것이었다.
골프는 남의 말을 잘 들어야 잘 친다. 자기 고집이 센 사람도 잘 칠 수는 있지만, 다른 사람에 비해 진도가 늦고 발전 속도도 더디다. 고집 센 친구들은 레슨을 해줘도 그 레슨을 곱씹어서 스스로 이해와 수긍의 과정을 거쳐야만 행동에 옮겨지니, 레슨을 하면 일단은 시도해 보는 보통사람들과는 전혀 속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레슨프로에게는 쥐약인 학생들이다.
결론적으로 골프에 적합한 성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해보면 지난 호에서 언급했듯이 혼자서 일주일 내내 놀아도 결코 외롭거나 지루하지 않은 내면의 무게를 지니고 있으면서, 오늘 언급한 겸손한 자세로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열린 마음의 소유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운동신경이 좀 부진한 사람이 골프에 빠질 확률이 높다. 골프는 이상하게 운동신경이 뛰어나지 않은 사람들도 곧잘 친다. 운동신경이 뛰어난 사람들은 골프 말고도 다른 운동에 빠질 우려가 있는데 그렇지 않으면서 골프에 입문한 사람들은 다른 운동에 눈을 돌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분들은 골프야 말로 자신에게 적합한 운동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남들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을 골프에 투자할 확률이 높다.
이 3가지 요소를 구비하고 있는 사람이 골프와 사랑에 빠질 확률이 높아진다는 얘기인데, 뭐 믿거나 말거나.
그런데, 이런 분들이 반드시 골프를 기능적으로 잘 친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그 열의에 비해 점수는 잘 못 내는 분들이 더욱 많다. 골프를 기능적으로 잘 치는 사람은 아무래도 운동 신경이 발달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일수록 연습에 열성인 사람은 별로 없다. 조금만 정신을 차리면 잘 치니, 연습을 해도 설렁설렁 하고 동네방네 참견이나 하며 시간을 때우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그 역시 항상 골프를 잘 치는 경우가 드물다.
거참, 골프에 적합하고 그리고 기능적으로 잘 치기까지는 참으로 많은 난관을 넘어야 하는가 보다. 가장 좋은 것은 골프를 배우지 말았어야 했다. 그런데 이미 배운 운명인데 어쩌랴. 사랑이 아프다고 다 피하다간 세상에 종말이 온다. 그래서 조물주는 사랑을 선택의 영역에서 운명의 영역으로 옮겨 놓은 것 아닌가? 골프도 그저 선택사항만은 아닌 것 같다.
얼마 전 신문에 <장하나> 라는 한국의 유명 여성 프로골퍼가 미국의 LPGA 리그를 뛰다가 리그권을 문득 반납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뉴스가 한동안 골퍼들의 관심을 끌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리그에서 벌써 몇 승씩을 거두며 실력을 인정받은 선수가 왜, 무슨 이유로, 그런 부와 명예가 보장되는 자리를 마다하고 한국의 리그로 돌아왔는지, 궁금해 하지 않는 것이 이상한 일이다.
그녀가 밝힌 이유는 한마디로 미국에서의 골프는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우승을 해도 집에 와서 아버지와 간단한 건배나 하고 다음날부터 또 다른 게임을 위해 가방을 쌓아야 하는 단순한 생활에 염증이 나서 아버지가 슬며시 “이제 그만 돌아갈까” 하는 지나는 말에 문득 가방을 싸고 돌아왔다고 한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골프 천재로 불리던 소녀였다. 타이거 우즈가 내한하여 레슨을 할 때 서너 살 어린 소녀로 등장하여 타이거가 놀랄만한 장타를 날린 모태 골퍼였던 선수다. 결국 그녀는 대중의 스포트라이트를 한껏 받으며 골프 선수가 되었고 그 유명세만큼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리고 미국에 진출하여 놀랄만한 기록을 만들어 갔지만 결국 그녀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녀의 성향은 골프라는 개인운동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골프의 깊은 내면을 스스로 소화하기에는 너무 외향적인 성격이다. 그리고 엄청난 운동 신경으로 자신은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자부하고 있는 형이다. 골프에 관하여 그녀의 겸손이 드러나기에는 자의식이 너무 강하다. 그녀를 골퍼로 만든 것은 대중의 시선이었다. 그러니 미국에서 우승을 해도 고작 건배나 하고 말아야 하는 건조한 대중의 관심을 참아내기 힘들었던 것이다.
아무튼 그녀의 판단은 자신에게는 나쁘지 않았지만, 성적으로만 예상을 한다면 한국의 무대에서도 미국에서 만큼의 성적을 내리라는 보장은 없다. 한국의 리그가 미국의 그것 못지 않게 강하다는 것도 이유가 되지만, 진짜 이유는 코스와 싸워야 하는 고독한 게임으로써의 골프는 무대 위에서 대중의 환호를 즐기는 성향이 강한 그녀와 조화를 이루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어떤 이의 예상은 그녀가 골프 자체를 즐기는 마음을 찾지 못한다면, 그녀는 한국에서도 또 다른 변화를 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녀는 정말 사랑스런 여성이다. 무엇보다 티 없는 환한 미소에 넘치는 끼. 덜렁대는 성격, 공격적인 성향, 대중의 사랑을 받을 만한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으니, 미국에서 누구보다도 더욱 한국의 위상을 빛낼 수 있었는데 하는 생각을 하면 그녀의 리턴이 개인적으로 아쉽다.신이시여 그녀에게 축복을 내려 주셔서, 그녀 스스로 골프를 즐기고 그시간을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하여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