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를 배우는 유아부터 Harry Porter원서를 읽는 고학년까지 모든 학부모들이 하는 고민이다. 잘 하면 잘 하는 대로, 못하면 못하는 대로 내용과 깊이가 다양하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영어 수업이 만족스럽지 않아 높은 사교육비를 지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효율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그러나 정작 고비용을 지출(한국 영어 교육 시장 규모 연간 10조원 육박)하면서 선택하는 영어 학습 방법이 효율과는 거리가 멀 때가 많다. 매일 단어를 수십개씩 외운다거나, 문법 책을 떼는 중이라거나 원어민과 일대일로 파닉스를 공부한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내 돈도 아닌데 마음이 쓰인다. 나 역시 사교육 기관 종사자로 10년을 넘게 일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사교육 산업은 태생적으로 허와 거품을 거름 삼아 성장한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영어처럼 단기간 투자로는 성과가 나기 어려운 언어교육은 자칫 학부모와 학생의 눈을 가리우고 오래동안 길을 잃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영어 학원을 오래 다녔는데도 여전히 영어 책을 읽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는 것이다. 소중한 세월이 다 지난 후에 영어 못한다고 아이 탓 해보아야 아무 소용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학부모 자신이 스스로 학습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미래는 빛의 속도로 다가오고 있고 그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이 현재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책임이 전적으로 부모에게 있다. 그게 왜 다 부모의 책임이냐고? 선택을 부모가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부모도 힘들다. 영어를 잘해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얼마나 해야 잘하는 것인지,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하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때로는 선택의 여지가 너무 많아서, 때로는 선택의 여지가 전혀 없어서 고민이 되기도 한다. 학원은 많지만 옆집 아이가 그 학원에서 잘한다고 해서 내 아이도 잘 하라는 법은 없다. 이 말 들으면 이 말이 맞고 저 말 들으면 저 말이 맞는 것 같다.
자, 무엇을 할 것인가?
1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라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학교의 시험, 대회 등이 본인의 잣대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교내에서 잘 하면 잘 하는 것이고 거기에서 못하면 못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그건 학부모도 마찬가지이다. 학교에서의 커리큘럼이 무엇이건간에 자연스레 그 곳에서의 평가가 기준이 된다. 그걸 잘 하기 위해서 과외도 하고 학원도 다닌다. 다행히 학교의 커리큘럼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다면 잘 하기 위한 노력은 보상을 받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는 낭패다. 고등학교 때 영어 수능 1등급 받았고 대학에서 TOEIC공부했는데, 졸업하고 나서 영어를 다시 공부 해야 하는 경험을 가져 본 학부모라면 잘 이해가 될 것이다. 또한 사는 곳에 따라 스탠다드가 달라지기도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이웃에게 영향을 받는다. 대치동에 가면 대치동 스탠다드, 베이징에 가면 베이징 스탠다드, 호치민에는 호치민 스탠다드가 있기 마련이다. 커뮤니티의 문화가 개인의 사고력을 잠식할 때도 있다. 그러나그 곳이 어디이든 영어에 관해서라면 평가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지 보아야 한다. 결국 영어는 과목이 아니고 언어이기 때문이다. 영어를, 학교에서 학원에서 좋은 점수 받기 위해 배우는가? 아니다. 영어는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에 필요한 절대적인 도구이다. 도구로서의 검은 날이 서 있어야 하고, 휘두를 수 있을 만큼 연마해야 한다.
2 독서는 영어를 습득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우리 아이가 영어를 학습하는 방법은 뉴욕에서 태어나 자란 아이의 학습법과는 다르다. EFL(English as a Foreign Language)의 환경을 정확히 인식하고 효과적으로 언어를 노출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언어 노출 얘기를 하면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원어민 과외를 연상한다. 원어민하고 같이 영어로 얘기하다 보면 늘겠지, 라고 막연하게 생각한다. 늘지 않는다. 단어 몇개 더 얘기할 수 있을 뿐이다. “읽기는 언어를 배우는 최상의 방법이 아니다. 그것은 유일한 방법이다.” 언어학자 크라셴 박사가 한 말이다. 특히 언어를 외국어로 배워야 하는 우리 아이들은 독서를 통해 수준 있는 영어를 빨리 습득할 수 있다.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한국어를 다루는 우리의 모습을 연상해 보면 된다. 독서를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의 말하기와 글쓰기에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3 수준에 맞는 독서를 해야 는다
“우리 아이는 작년에 해리 포터를 읽었어요” 라고 했는데, 독서레벨은 훨씬 낮은 아이를 본 적이 있다. 아이가 책을 들고 볼 수는 있고 클래스에서 그 책을 뗐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읽고 이해하는 것과 책을 떼는 것은 다르다. 읽어서 이해 되어야 하고 그러려면 재미있고 쉬워야 한다. 독서를 하라고 하니 학부모는 사전을 펴 놓고 단어 찾아가며 어렵게 공부하던 본인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 정도는 어려워야 공부가 되지. 절대 그렇지 않다. 독서를 통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아이가 읽는 책이 쉬워야 한다. 한 페이지에 모르는 단어 한 두 개 정도 있어서 사전 찾지 않아도 스토리 이해에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로 쉬워야 한다. 재미 있고 쉬워서 책장이 팔랑 팔랑 넘어가야 한다. 아이가 독
서를 즐거워 하지 않으면 마음 먹고 시작한 영어 독서가 작심삼일로 끝나고 말 것이다.
독서를 하려고 마음 먹으면 결정해야 할 것들이 더 많아진다. 우리 아이에게 맞는 책은 무엇인지, 얼마나 자주 읽어야 하는지, 책은 어디에서 구해야 하는지와 같은 사소하고 큰 결정들. 그 때 부터 학부모의 학습력이 필요해진다. 전문적인 기관에 문의를 해 볼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본인 스스로 탐구해야 한다. 영어 독서의 세계는 넓고도 풍성하다. 인터넷에 무궁무진한 정보가 존재 할 뿐 아니라 영어 독서 관련 책자도 많이 출판되어 있다. 간혹 충분한 스스로 학습을 통해 경지에 올라선 학부모를 만나게 될 때가 있다. 그런 학부모를 만나면 그 자녀도 달리 보인다. 그 세계를 아이와 함께 탐구하는 행위 자체가 이미 아이에게는 훌륭한 학습이기 때문이다. 아이는 틀림없이 학부모의 태도로부터 독서 이상의 것을 배운다. 그 기회를 통해 엄마의 영어 실력도 같이 늘게 된다면 일거양득도 이만한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