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November 22,Friday

오리엔테이션

과유불급 (過猶不及), 별다른 설명이 필요치 않은 사자성어다.
그렇다, 세상사에 있어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문제는 주로 과하기 때문에 생겨난다. 아니, 과함으로 일어나는 문제가 더욱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고 하는 게 옳을 것이다.

매년 이맘때면, 뗏 연휴에도 문을 여는 식당과 슈퍼마켓들을 안내하는 기사가 항상 나온다. 긴 연휴 동안 홀로 남으신 분들을 위한 안내기사다.
이 기사에서 오류가 있었다는 반갑지 않은 보고가 한국에 들어간 필자에게 들어왔다. 더구나 보고 내용에는 해당 업소로부터 강력한 항의와 함께 제법 큰 클레임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아직 책을 손에 쥐지 못한 터라 내용을 파악하느라고 인터넷을 뒤져 기사를 확인했다.
그 기사에는 연휴기간 정상영업을 하는 업소들을 로고까지 곁들여 멋지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옆 페이지에는 휴가를 떠나 문을 닫는 업소들의 리스트가 나열되어 있는데, 업소마다 각기 다른 휴가기간을 일일이 기록하는 친절한 성의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그 휴가를 떠나 문을 닫는 업소 명단에 포함돼서는 안될, 정상근무를 하는 업소 2군데가 들어 간 것이다.
항의는 당연하다. 영업을 위해 최대 명절인 설 연휴를 마다하지 않고 일을 하겠다고 문을 열었는데 어떤 멍청한 잡지사에서 “그 집 휴가기간 문 닫습니다” 하니 부화가 치밀지 않겠는가? 그것도 있지도 않는 휴가기간을 그럴듯하게 명기까지 하며 말이다. 업소의 영업을 심각하게 저해한 행위다. 그제서야 보상을 운운한 보고가 이해가 된다.
기본적으로 이 기사는 구성자체에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었다. 정보라는 개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기사였다. 휴가기간 동안정상영업을 하는 업소만 안내를 해야 했다. 대다수가 문을 닫는 경우이기에 정상영업을 하는 업소의 명단 만이 정보의 가치가 있는 것이지, 휴가를 떠나는 업소의 명단은 정보가 아니다. 정보를 다루는 매체에서 비정보를 정보인양 포장하다가 스스로 망신당한 케이스가 된 것이다.

해서, 해당 업소가 요청하는 클레임에 대하여 아무 변명없이 그대로 받아 주라고 했다. 어떤 경우도 실수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 주어야 했다.

지난 해 본지에 휘몰아친 창조적인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대거 영입된 젊은 인재들, 이번에 일어난 작은 사건은 그 젊은 인재들에게 좋은 공부 자료가 되리라 생각된다. 이들은 이 사건을 통해 정보가 무엇인지 깨달았고, 하고자 하는 열정도 과다하게 높으면 멍청한 해프닝을 창조한다는 것도 배웠다. 무엇보다 정보수집 시 반드시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귀한 교훈을 얻었으리라 확신한다.
그러나 회사의 입장에서는 설사 이들이 실수를 했다 해도 이들을 탓할 처지가 아니다. 이들의 대다수는 입사 후 기본적인 사내 교육도 없이 바로 업무에 투입된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본지는 아직도 신규로 영입된 사원을 위한 오리엔테이션 매뉴얼도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그런 척박한 환경아래 업무를 수행하도록 한 필자에게 이번 사건의 모든 책임이 있는 셈이다.

그래서 오늘은 이 지면을 이용해 우리직원들을 위한 기초 오리엔테이션을 대신할 일단의 썰을 간단하게 풀어보고자 한다. 온갖 통로를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수많은 정보 중 우리 정보를 구분하는 방법 그리고 선정된 정보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에 대한 간단한 기준을 알려주겠다. 그리고 자신이 일하는 씬짜오베트남의 정체성, 베트남에서 교민잡지를 처음 발간한 The First Mover로서의 경영 방향 등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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씬짜오베트남에서 필요한 정보는 시중에 떠도는 정보와는 다를 수 있다.

씬짜오베트남이 다루는 정보의 공통점은 베트남이라는 지역적 요소와 베트남에 거주하는 한국인 독자라는 특정 고객의 요소가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이 두 가지 요소가 충족되지 않으면 아무리 아름답고 흥미로운 기사라 해도 본지에서 취급하는 정보가 될 수 없다. 그럼 어떻게 필요한 정보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는가? 해당 기사를 뉴스형식으로 표현해보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 이 5W, 1H 을 나열할 때 이 두 가지 요소가 직.간접적으로 포함되어야 한다.

또한, 본지의 정보는 재화와 교환이 가능해야 한다. 

즉, 본지는 이익을 추구하는 상업지이기 때문에 정보가 재화적 가치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자면 남이 만든 정보를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없는 것이다. 남의 기사를 무단히 가져가는 것은 돈이 든 금고를 들고 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어느 정보든지 여하의 변화를 주더라도 자신의 기사로 만들어야 만 우리 기사가 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감안해야 할 부분이 있는데, 본지가 정보를 보는 기준은 지극히 주관적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즉, 본지가 다루는 모든 정보는 씬짜오베트남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그 가치가 정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타 잡지사에서는 귀한 기사라 해도 씬짜오베트남에는 무가치 할 수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생겨난다. 따라서 본지에서 정보를 다루는 일을 하는 이는 우선적으로 씬짜오베트남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 정체성을 바탕으로 정보의 가치를 측정하는 기준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그럼 한번 봐 보자, 씬짜오베트남의 정체가 무엇인지.

미국의 ‘애덤 그란트’란 작가는 ‘어떤 분야건 정상(頂上)에 선 사람은 결코 정상(定常)적인 사람이 아니다,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에 시비를 거는 몰상식한 사람이다.’라는 말을 했다.
씬짜오베트남은 그리 몰상식하지는 않지만 역시, 여타의 동포사회에서 발행되는 각종 교민잡지들이 일률적으로 갖고 있는 몇 가지 통념을 깸으로, 적어도 베트남 교민사회에서는 2003년 창간 이후 줄곧 정상의 잡지로 행세하고 있는 것이다.

교민잡지는 갱지에 흑백 컬러를 주로 사용한다는 일반적 사고를 깨고, (씬짜오베트남은) 고급 아트지에 풀 컬러 인쇄를 채용하여 교민잡지의 고급화를 이루었다. • 교민잡지는 주로 인터넷에서 기사를 카피하여 채운다는 관행을 깨고, 모든 기사를 스스로 제작하며 자체 뉴스와 기사를 생산하는 교민 매체로 자리잡았다. • 교민잡지는 광고의 유해성 여부를 묻지 않고 모두 싣는다는 세간의 통념을 깨고, 일체의 사행성 유흥업소(카지노, 술집 등) 광고를 수용하지 않음으로 미성년 자녀들이 함께 거주하는 교민사회를 위한 광고청정영역(Clean Advertising Area)을 마련했다. 결과적으로 이런 파괴된 통념의 흔적이 지금의 씬짜오베트남을 형성하는 정체성이 되었다.
그리고 아래의 카피는 씬짜오베트남의 미션이자, 다짐이다.

• 씬짜오베트남은 지금의 작은 성취에 만족하지 않는다.

• 씬짜오베트남은 교민잡지의 새로운 가치 창출에 진력한다.

• 씬짜오베트남은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길을 지속적으로 찾는다.

위의 글은 우리직원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을 대신할 수 있는 축약된 글이지만 동시에 아직 씬짜오베트남이라는 잡지의 성향을 잘 모르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작은 메모도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Thank You & Good Luck Every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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