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November 25,Monday

돼지들의 소풍과 쓰레기들의 휴가

그는 ‘천장 매립형 제습기’를 베트남에 판매한다고 했습니다. 한국에 공장이 있다고도 했고 1년 전 전시회에도 참가했다고 했으며 ‘노바랜드’ 고위직도 만났다고도 했으며 그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라 샘플을 설치하기로 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만남은 1년전에도 했었고 올해도 몇 번인가 했지만 아직도 한 건의 오더도 없었다고도 했습니다. 나는 개인이 하기에는 “너무 멀고도 험한 길인 것 같다” 고 말했지만 그는 너무나 멀리 깊게 왔기에 돌아갈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의 긴 한숨은 술잔 속으로 깊게 녹아 들었고 술은 오랫동안 썩고 있을 그의 속으로 녹아 들어 갔습니다. 그의 썩어 있을 속들이 알코올에 풀려 갈쯤 공장은 그의 것이 아니라고도 했고 회사 다닐 때 출장 온 적이 있는 베트남이 사람도 많고 덥고 습하기도 하여 판권만 받으면 판매는 쉬울 거라 생각하고 2년 전부터 돈을 썼다고도 했습니다. 그리고는 베트남을 너무 쉽게 봤다고 했습니다.

그는 잘나가는 공기업에 입사하여 15년이 넘게 한 직장에서만 근무 했고 입사할 때는 동기를 대표하여 입사 선서까지 할 정도로 촉망받는 젊은이였답니다. 그렇지만 2013년 7월 여름 휴가가 시작 되기 전 회사 인사팀에서 보낸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7월 0일자 해고 대상임을 예고 합니다. 통지서 수령: 소속처 사무실”

몇 개월 전 민영화 된 이후 소문만 무성했던 정리해고가 그의 휴대폰 속으로 왔습니다.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인 딸의 얼굴이 지나갔고, 학원비라도 벌어 보겠다고 방문교사를 하고 있는 마누라의 한숨이 들리기도 했기에 그는 ‘해고장’을 수령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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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년간이나 더 회사에 머물렀고 대신에 한번도 가보지 못한 원주의 책상 없는 어느 창고에서 단말기를 배달하였고, 눈만 감으면 스쳐가는 그의 딸을 2주에 한번 밖에는 보지 못했다고도 했습니다. 만약 딸의 몸에 열이 있어 밤새 아빠를 찾는다는 마누라의 눈물 섞인 전화를 받지 않았다면 그는 아직도 원주의 책상 없는 창고에서 버티고 있었을 것이라 말했습니다.

그가 원주로 다시는 돌아가지 않았기에 그는 회사에서 폐품처럼 정리되었다고 했습니다. 대구의 신암동에서 프랜차이즈 통닭집도 했습니다. 방문교사를 그만둔 마누라는 주방에서 녹초가 될 때까지 구웠고 그는 원주의 단말기 대신에 마누라가 구운 통닭을 오토바이 속도계 보다 빨리 배달했지만 그들의 가계통장 속에는 미래가 보이지 않았기에 “접었어요” 라고 힘없이 말했습니다.

 

그는 메시지를 받은 2013년부터 한번도 여름 휴가를 가지 못했다고도 했고 베트남에 왔을 때 7월이 되면 마누라와 딸을 불러 꼭 ‘나짱’에 휴가를 가고 싶었다고 했지만, 나는 그가 아직도 자리를 잡지 못했기에 ‘나짱’은 영원히 가보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그에게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 란 말을 밖으로 내뱉지 못했지만 그가 먼저 “이번에 돌아 가면 7월이 다 가기 전에 마누라는 앞자리에 태우고 딸은 뒷자리에 태워 삼겹살이라도 구워 먹고 오고 싶다” 고 소풍 얘기를 했지만 술잔만 쳐다보고 말했기에 난 ‘소풍’이란 말을 잘 알아 듣지 못했습니다. 2013년부터 한번도 여름 휴가를 가보지 못했다는 그의 이름은 얼마 전부터 개나 돼지 중 하나가 되어버린 대한민국의 99%  ‘김진태’ 씨 입니다.

김진태 씨는 이번 여름이 지난 후 다시 베트남에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이번에는 그의 마누라까지 데려와서 같이 고생 할지도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말하는 99%의 개나 돼지는 돈도, 권력도, 인맥도 없지만 죽어라 열심히만 살면 다 잘 될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21살에 사법고시가 되어 25년 동안 한 직장에만 있었다고 합니다. 34살에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접수 받아 신고하는 “부패방지 위원회”에 파견을 나갈 정도로 유능했답니다. 38살에 벌써 ‘법무부 검찰국’에 근무하며 ‘넥슨’ 주식 4억 2천만 원을 대표자에게서 돈을 받아 자기 앞으로 사 놓는 재주를 부리기도 했습니다. 2010년 43세때에는 기업의 탈세 협의를 조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 조사 2부장’ 근무하면서 ‘대한항공’의 탈세를 내사하여 처남 회사에 대한항공의 하청 136억을 몰아 주는 지극한 가족사랑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2015년 ‘대검 기획조정실장’이 될 때는 고위 공직자 재산 신고 때문에 넥슨 주식을 전량 매도하여 자기 돈 1원짜리 하나 들이지 않고 너무나 손쉽게 120억 원을 벌어들이는 귀신같은 솜씨를 부려 명실상부 갑부가 된 고위 공직자가 되었습니다.

“아~ 참.”그가 1996년 서울지검 평 검사 시절에는 미리 사둔 원주행 열차표를 4,000원 남기고 팔았다는 이유로 회사원 김모 씨를 구속기소 했을 정도로 개나 돼지인 일반 국민에게는 정말 엄격한 검사였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넥슨이란 단 하나의 기업을 조사하면서 나온 주식 무상 취득 때문에 민간인 99%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벌의 공간을 잠깐, 아주 잠깐 홍진표씨와 같이 휴가처럼 갔다 올 것입니다. 그리고 아주 짧은 휴가로 머리를 식히고 돌아오면 국민의 99%는 아무도 그를 기억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말하는 99%의 개와 돼지는 지금은 양은냄비처럼 팔팔 끓어 그들의 벌을 감시하겠지만 몇 주만 지나면 그의 이름조차도 기억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마 휴가를 마치고 개업하는 그의 변호사 사무실은 그에게 또다시 몇 백억을 만들어 줄 것입니다. 그들은 돈과 머리와 권력 그리고 그들을 비호하는 조직까지 다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오늘도 노력하면 다 될 것이라 믿고 있는 99%의 “김진태”씨는 그들을 부러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부러우면 지는 것이니까요.

다만 권력을 이용한 부의 축적에 분노하고 좌절할 뿐입니다. 그래서 2016년 진경준과 홍만표 사건, 2010년 그랜저 검사 사건, 2011년 벤츠 여검사 사건, 2012년 조희팔 관련 뇌물수수사건과 같은 독점적 기소권력을 이용한 부의 축적을 막을 수 있는 장치는 마련하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고위공직자 비리를 수사할 수 있는 ‘공직자 비리 수사처’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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