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November 22,Friday

사돈나라의 까칠한 문화

한국과 베트남은 이미 사돈나라가 된 지 오래다. 매년 5천쌍 이상의 한국인 남편과 베트남 여성이 짝을 이룬다. 이미 이런 상황이 된지 20여 년 가까이 되니 그 수만 따져도 대략 10만 명이고 그 자녀들을 둘만 따져도 20만 명 그러니 한·베의 핏줄에 직접 관련되어 있는 인구가 불과 20년 만에 30만 명이 넘은 것이다.

그런데 베트남 처녀들과 결혼하는 한국인들은 사실 감추는 게 있기 마련이다. 자신의 재산이나 병력들 자신에게 불리한 사항은 결혼 전까지 말하지 않는 게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말하기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것으로 인한 결과 역시 책임을 피할 일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몰랐다는 이유와 기대치가 다르다는 차이로 파혼하거나 심한 경우 폭력이 수반되며 양국간의 국민적 적대감을 야기하는 사건이 심심찮게 일어나기도 했다. 모든 것이 진실을 밝히지 않은 이유인지 아니면 문화의 차이로 비롯된 것이지는 몰라도, 아무튼 서로 모르기 때문에 일어난 무지의 결과인 것만은 분명하다.

즉, 결혼에 이르기까지 성장하는 동안에 지내왔던 서로의 문화에 대한 인식 부족이 오해를 낳고 그런 작은 오해가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아닌가 싶다.

베트남에서 벌써 20여년을 지냈다. 그러면서 최근에서야 내가 알고 있는 베트남과 진짜 베트남이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동안 주로 한국인 사회에서 한국인 중간 관리자를 두고 영어를 할 수 있는 베트남 매니저들과 일을 하다보니 정작 아무런 포장이 없는 현지 베트남인들과 마음을 터놓고 깊은 대화를 나눌 기회를 얻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가슴과 입 사이에 있는 수많은 필터를 거쳐서 나온 조심스런 표현이 이들의 성향을 파악하는 유일한 근거로 작용한 것이니 진실과는 거리가 있는 수박 겉핥기에 불과한 것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한 해 동안 쇼핑몰을 직접 경영하면서 베트남 젊은이들과 많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고 그런 기회를 통해 베트남인의 문화를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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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는 한국국적의 원양어선으로 취업을 나간 베트남 선원에 의해 한국인 선장과 기관장이 해상에서 살해당하는 해상사고가 일어났다. 한국으로 돌아와 그들의 얘기를 들어봐야 상세한 내막을 알겠지만 아무튼 흔치 않은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특히 원양어선에서의 선장의 무게는 거의 절대적이다.

그는 선원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그런 막강한 파워의 선장이 살해 당했다. 이런 원양어선에서의 하극상, 기본 구성자체가 흥미로운 스토리를 만든다.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인터넷을 채운다.

이번 사건은 모든 베트남인들과 한국인 특히 이곳의 한국인 교민들의 각별한 관심을 불렀다. 당연하다. 베트남인과 한국인사이에 일어난 사건들의 대부분의 피의자는 한국인이었고 피해자가 베트남인이었는데 이번에는 그 현상이 역전된 것이다. 이곳에 사는 한국인으로서는 한국인 특유의 주관적 판단, (무조건 같은 편 들기)같은 사고의 표현이 자유롭지 않았다. 단지 이사건은 우리에게 전해주는 바가 있는 것 같아 좀 껄끄러운 사건이지만 언급을 하는 것이다.

이 사건을 통해 우리는 베트남인과 한국인의 물리적 다툼에 대한 문화의 차이를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인은 개인적 다툼에 대하여 아직도 유아적 사고에 젖어있는 낭만적인 나라다. 남자들의 개인적 다툼이란 주로 주먹질이 고작이고 싸움에서 뭔가 무기를 들면 남자 답지 못한 비겁한 놈이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물론 이제는 좀 달라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우리는 남자의 싸움은 주먹으로 승부를 가리고 그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하는 것을 이상으로 삼고 지내고 있다. 그러나 이 세상은 우리처럼 평화로운 곳만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우리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뭉치고 외부의 적을 상대로 싸웠지만, 여러나라가 국경을 마주하는 유럽이나 인도 차이나 반도 같은 곳에 있는 지역에서는 어제의 이웃이라도 필요에 의하여 서로 죽고 죽이는 싸움을 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일단 싸움이 일어나면 끝장을 봐야 마감이 된다. 그래서 남자가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무기를 들고 있는 것은 결코 비난의 대상이 아니었다. 대신 싸움이 거친만큼 가능하면 싸우지 않기 위해 눈을 마주치면 서로 미소로 적의가 없음을 알린다. 서구에서 일반화된 인사법인 악수도 내 손에는 아무 무기도 없다는 것을 알리고자 하는 행동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더라.

베트남의 경우 예로부터 중국으로 비롯하여 프랑스 일본 미국의 지배를 받으며 하도 많은 전쟁을 겪어서 그런지 이들의 싸움에는 양보나 배려가 없다. 하긴 죽고 사는 일에 어찌 손이 매정하다 불평할 수 있겠는가?

이런 문화적 배경을 바탕에 깔고 이번 사건을 분석한다면 이번 사건은 일단 다툼이 일어나면 마지막을 봐야 하는 베트남의 문화와 사내 녀석이 주먹질 한 두번 한 것이 뭔 대수냐 하는 한국의 문화가 서로 동상이몽을 하며 작은 다툼을 이렇게 큰 사건으로 만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진단해본다. 베트남의 속어 중에 은혜를 잊어도 원수는 잊지말라는 말이 있다. 조심할 일이다. 폭행에 가까운 신체적 접촉도 그저 장난으로 넘기는 한국의 일방적 문화는 이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이런 문화의 몰이해로 베트남에서 큰 일을 치른 한국인이 사실 많다. 나이트 클럽 같은 술집에서 사소한 시비가 났지만 별다른 충돌 없이 끝났다고 까맣게 잊고 흥청망청 놀다가 밖으로 나가니 아까 자신과 시비를 한 친구가 많은 무리를 끌고와 기다리고 있다. 어! 뭐지, 하는 순간 상황은 끝난다. 이들은 별로 망설이지 않고 린치를 가하고 오토바이를 타고 사라진다. 그렇게 어이없는 시비로 영안실까지 실려간 한국인이 적지 않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베트남을 좀 똑바로 배우자. 자신의 특정한 경험을 일반화된 현상으로 이해하지 않도록 동포끼리 자주 대화도 나누고 또 잡지에 기고도 하며 자신이 알고 있는 베트남을 소개한다면 베트남에 대한 이해심도 깊어지고 불필요한 싸움으로 인한 피해도 줄어들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회사의 중역분들에게 한국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한국의 발전상을 소개하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베트남인들에게 한국인의 다른 문화와 사고방식을 알려준다면 서로에 대한 갈등은 줄어들고 이해는 깊어지고 업무효율도 높아질 것이다.

당신이 어느 날 일을 재촉하느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 있어도 그것은 결코 상대를 미워하기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아무튼 베트남에서 살아가면서 절대로 하지 않아야 될 일, 싸움이 일어날 만한 행동을 하지 말라. 실수로 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라. 그렇지 않으면, 그 작은 일이 당신이 베트남에 온 것을 평생 후회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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