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노래하는 사람입니다. 정통 미술을 한 사람도 아닌데 어쩌다가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최근 ‘대작(代作) 논란’을 일으킨 가수 겸 화가가 검찰에 출석하는 날에 한 말입니다. 관련 기사를 읽기 전에 문득 든 생각은 ‘대작(大作) 논란? 그림의 크기가 엄청 커서 논란이 되었나?’였습니다. 예전부터 아주 깨끗해 보이는 이젤 앞에 앉아서 직접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이 매체에 노출되기도 했었고, 자신은 ‘화가+가수’이니 스스로 ‘화수’라 칭하며 자기 작품에 대한 자부심 넘치던 유명인이었기에, 설마 작품을 다른 사람이 대신 그려주는 의미의 ‘대작’일 거라고는 미처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그는 “조수에게 그림을 대신 그리게 하는 대작은 미술계의 관행이다.”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자 일반인들이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아, 요즘 미술계는 그렇나? 현대 미술은 어려워. 잘 모르니까 맞겠지.’
일반인들이 헷갈리고 있는데, 미학자이자 대학교수인 유명한 분이 ‘앤디워홀도 직접 그림을 그리지 않고, 완성된 그림에 사인만 했다.’ 하니까 더욱더 아리송해집니다. 계속해서 이런 이야기도 합니다. ‘(중략)…개념 미술과 팝아트 이후 작가는 컨셉만 제공하고, 물리적 실행은 다른 이에게 맡기는 게 꽤 일반화한 관행입니다.’
미술에 배경 지식이 없는 사람은 더 이상 이 논란에 관심을 갖기 귀찮아지기 시작합니다.
‘개념 미술이 뭐지? 팝아트는 알 것 같은데…’
쉽게 이야기하면, 개념 미술은 작품에서 보이는 형식이나 기교보다는 아이디어나 과정이 완성된 작품보다 중요해지는 것입니다. 작가의 생각과 선택이 더욱더 중요해지는 것 입니다. 예를 들면, 전시회에 기성품으로 어디에나 볼 수 있는 변기에 사인을 해서 출품한 뒤샹의 작품 ‘샘’처럼요.
‘엇, 개념 미술이 아이디어가 더 중요한거면 아이디어는 자신이 제공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니까 문제가 아니네.’ 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여기서 한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남아있습니다. 예술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개념 미술이 등장하기 전, 미술가들은 그림을 그리거나 작품을 만드는 ‘창작자’였습니다. 그러나 아이디어 혹은 컨셉이 중요한 미술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그림을 잘 그리거나 조각을 잘 하는 ‘창작자’ 이외의 새로운 예술가인 ‘연출자’나 ‘기획자’가 등장합니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표현하거나 설치하거나, 대량 생산 또는 거대한 작품 등을 작업하기 위해 여러 명의 조수나 기술자들을 고용하여 작품 완성의 과정을 감독합니다.
‘엇, 그럼 조수나 기술자들을 고용할 수 있네. 그럼 문제가 안되지 않나?’ 많은 매체를 통해 보이던 그의 모습은 연출자나 기획자보단 스스로의 미술적 재능을 써서 한 작품, 한 작품 손으로 작업하는 창작자에 가까웠습니다. 그림을 대신 그려준 작가의 존재를 단단히 숨기고, 자신의 손으로 완성했다고 마케팅해왔던 것입니다. 만약 그가 진정 작가라면 자기 작품을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킬 수 있을까요.
그의 작품인 줄 알고 구입하거나 감상했던 이들을 속이고, 이런 게 미술계의 관행이라며 대중을 농락했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이제 와서 황급히 노래하는 사람이라며 발을 빼는 모습이 참 추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사기 혐의이든, 그림을 몇 점을 팔았든(대작 작가가 말하길 대작한 작품의 수가 200점에서 300점 사이라고 합니다.) 그림을 얼마에 팔았던 별로 관심 갖고 싶지 않습니다.
예술가인척하며 다른 유명세에 기대어 활동하는 이에게 현혹되지 않고, 현명하게 구분할 수 있도록 현대 미술과 동시대 미술 작품들, 그리고 작가들(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가치인 예술을 위해 고군분투하는)에게 관심을 가진다면 좋은 대작(大作 : 1.뛰어난 작품 2.규모나 내용이 큰 작품)들을 만날 수 있을 것 입니다.